전북 전주시 노송동에서 30년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조용히 기부를 이어온 일명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30일 오후 3시 43분께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40~50대로 추정되는 남성은 "기자촌 한식뷔페 앞 소나무에 박스 1상자를 뒀으니 좋은 곳에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매년 이맘때쯤 걸려오는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연락이었다.
통화 내용에 따라 주민센터 직원들이 확인한 소나무 주변에는 A4용지 상자가 놓여 있었고 상자 안에는 5만 원권 지폐 다발과 동전이 든 돼지저금통 1개가 들어 있었다. 성금은 총 9004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이름도 직업도 알 수 없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까지 27차례에 걸쳐 보내온 성금은 총 11억 3488만2520원에 달한다.
이날 천사가 남긴 A4용지에는 '2026년에는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가 적혀 있었다. 성금은 메시지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옛 중노2동 주민센터로 보낸 뒤 사라지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에도 해마다 성탄절 전후로 이같은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전주시는 그동안 천사가 베푼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지원했으며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역 인재에게 장학금과 대학 등록금도 전달해 왔다.
노송동 주민들은 이 뜻을 기리기 위해 숫자 천사(1004)를 떠올리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해 천사축제를 열고 불우이웃을 돕는 나눔 행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매월 4일을 '얼굴 없는 천사의 날'로 지정해 노인 대상 중식 제공, 이·미용 봉사, 문화누리카드 장터 등 다양한 나눔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는 2023년 처음 제정된 HD현대아너상 대상과 1%나눔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시상금 2억 원은 전주시에 전달돼 소외계층을 돕는 데 사용됐다.
채월선 노송동장은 "2000년부터 한해도 빠짐없이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얼굴 없는 천사의 바람대로 나눔의 선순환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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