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면적이 드러났지만 '물'도 '전기'도 없이 방치되는 새만금농생명용지...의욕만 앞서는 산업단지 전환 요구

③ 관리부처인 농식품부와 새만금개발청 협의가 가장 우선돼야

최근 전북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새만금 농생명용지의 산업단지 전환 논의에 앞서 관리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새만금개발청의 협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농식품부와 새만금개발청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새만금 농생명용지 전체 면적은 94.3㎢(9430ha)로 이 가운데 90%가량이 부지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던 지난 10월, "새만금 농생명용지는 전북 발전의 핵심 축이면서 국가식량안보의 전략 거점으로 추진돼야 하는데 2014년 새만금기본계획 수립 이후 11년 째 기반정비와 조사료 생산에만 머무르고 있다"며 "명백한 행정 지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농식품부가 활용 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해 전북의 미래를 발목 잡고 있다"면서 "13개 단지 계획의 조속한 실행"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같이 새만금지역의 농생명용지를 놓고 관련 부처 간 입장이 다르고 개발 추진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새만금개발청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방치되고 있는 새만금 농생명용지를 RE100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산업단지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7일, 민주당 전북도당은 활용되지 않고 있는 새만금 농생명용지를 산업용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만금개발청도 지난 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70만 평 규모의 부지를 산업용지로 우선 전환하는 데 농식품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개발청은 "늘어나는 산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절차는 생략한 채, 의욕만 앞선 산업용지 전환

하지만 정작 관리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송미령 장관은 지난 22일, "새만금기본계획 재수립과정에서 농생명용지 7공구의 활용방향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새만금 농생명용지 7공구는 전체 1959ha로 농지관리기금 1784억 원을 투입해 조성이 완료된 상태로 현재 식량작물과조사료가 재배 중 이라는 것이다.

특히 산업용지로 전환할 경우 1157억 원의 설치비를 들여 공사한 농업기반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에 덧붙여 "새만금 농생명용지는 ‘29년까지 차질없이 완공할 계획"이라고 지난 10월 29일에 밝힌 바 있다.

식량정책관 농업기반과는 보도자료를 통해 "새만금 농생명용지(9,430㏊)는 ’09년~’24년까지 11개 공구 중 9개 공구의 농지 조성을 완료했고, 2개 공구는 공사 중"이라면서 "조성이 완료된 농생명용지는 아직 농업용수가 공급되지 않아 지역농업인 소득증대 및 지력증진 등을 위해 ’15년부터 조사료 위주로 재배 중이며, 현재 총 5,806㏊에 사료작물(4,342㏊), 복합곡물(499㏊) 재배와 수목원(151㏊), 농촌진흥청 및 농업대학 시험포 등(814㏊)으로 이용 중"이라고 밝혔다.

또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2026년 예산을 올해 515억 원에서 1760억 원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29년까지 농생명용지 조성과 농업용수 공급공사 등을 차질없이 완공해 첨단 농식품산업 육성 및 식량자급률 제고 등 미래식량 안보와 농식품산업 육성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새만금센터장은 이를 두고 "새만금청과 농식품부의 의견이 계속 충돌하고 있다"고 봤다. 농업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농지관리기금이 사용돼 조성된 농생명용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면 기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농생명용지를 산업용지로 전환해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재수립에 들어가는 새만금기본계획에 반영되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 새만금개발청과 농식품부의 협의가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4년 농생명용지 기본계획만 수립된 채 기반시설은 손 놓고 있었다

그렇다면 2014년 새만금기본계획 수립 이후 11년 째 일부 조사료 위주 생산에 머무르고 있을까?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밝힌 대로, 농생명용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공사가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지난 수 년 동안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만금호의 수질이 나빠지면서 금강호의 물을 농생명용지로 공급하기 위한 방안이 추진됐으나 전혀 진척되지 못하면서 아예 농업용수 공급이 안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지난 2017년 부터 새만금호의 수질개선 방안의 하나로 해수유통이 추진되면서 당초 계획이던 새만금호의 담수호 계획이 물 건너 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대선 직전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새만금호의 상시 해수유통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조력발전 방안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새만금호의 담수호 조성계획은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로 인해 농생명용지의 염분 제거도 시일이 훨씬 오래 걸릴 수 밖에 없게 됐다.

김재구 새만금센터장은 "새만금호가 담수호로 남아 있어야 농생명용지의 염분제거에 속도가 붙었을 수 있으나 해수가 유통되는 상황에서 염분제거는 시간이 더 늦춰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고 말한다.

농생명용지의 기본계획이 수립되던 지난 2014년, 당시 전북연구원 연구위원이던 김재구 센터장은 '새만금개발 가속화 전략'이라는 공동 연구자료를 통해 "간척지의 제염촉진 시스템 및 이를 이용한 제염 공법"으로 특허 출원까지 마친 바 있다.

당시에는 새만금간척지를 활용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염분 문제를 '간척지+염분제거 신기술+담수화 시설+용지조성 기술융합 적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하면서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특허출원까지 받은 김 센터장의 새만금간척지의 염분제거 방식은 여러가지 상황이 변하고 여건이 충족되지 못하면서 적용되지 못했다.

김재구 센터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농생명용지의 산업용지 전환에 대해서는 "일단 당장 수요가 있는 쪽으로 접근을 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농생명용지 자체가 '새만금의 랜드마크'로 여겼던 그는 "이제는 새만금을 바로보는 관점이 많이 바뀐 것도 사실"이라면서 "농생명용지의 문제는 염분 제거 보다는 농업용수 공급에 대한 기반시설의 부족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농업용수라도 공급이 됐다면 '스마트팜'조성에 속도가 붙었을 수 도 있었지만, 물도 전기도 없을 정도로 농업기반 시설 자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 소위 땅만 있을 뿐 기반시설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산업용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따라서 "종국에는 농생명용지의 일부를 RE100단지로 전환하더라도 농생명용지에는 농업용수가 공급될 수 있도록 농업기반시설 투자에 예산이 반영되는 것이 가장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의 긴급성에 기반해 기업의 전력 사용을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RE100'은 새만금 기본계획에 '농생명용지계획'이 포함되던 2014년 출시 이후 2025년 기준으로 애플, 구글, 이케아 등 다국적 대기업을 포함해 400개 이상의 회원사를 보유하며 강력한 시장 세력으로 성장했다.

불과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부 당국의 안이함으로 인해 새만금의 10년은 허송세월이 돼 버린 셈이며, 국가 예산 수천 억 원이 헛되이 쓰여진 꼴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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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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