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잠비크 북부의 카부 델가두(Cabo Delgado) 주는 2017년부터 일부 무장단체 등에 의한 무력 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8년째 폭력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130만 명의 피민이 발생했고 절반 가량이 아직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으며, 최소 6200여 명이 사망했다고 보고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지나치게 조용하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현지 공공 의료 시스템이 붕괴했던 시기, 이 지역의 거의 유일한 의료 지원 기구였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목격한 실상과, 지원과 관심이 시급한 현재 상황을 글로 보내왔다.(편집자주)
베르티나(Bertina)는 모잠비크 북부에 있는 실향민 정착지 '리안다(Lianda)'에서 3년째 살고 있다. 식량이 부족하고 집을 덮고 있는 비닐 시트는 심하게 손상되어 비가 오면 물이 안으로 스며든다. 물도 구하기 어렵다. 40리터를 모으는 데 사흘이 걸릴 때도 있는데 이는 아홉 식구가 하루를 버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피난을 떠나기 전 그녀는 고향 마을 난가데(Nangade)에서 매년 캐슈너트 열두 자루를 수확하곤 했다. 그 정도면 온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기에 충분했고 개인 물탱크가 있는 집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을이 공격당한 뒤 지금 그곳에 남은 것은 물탱크뿐이다.
베르티나만 이런 경험을 한 것은 아니다. 주민 다수가 집이 불타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으며 생계 수단을 잃고 농토와 소지품을 남겨둔 채 떠나야 했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기도 했다. 지금은 피난민 캠프에서 어느 정도 안전을 느끼고 있지만 주민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카부 델가두(Cabo Delgado)에서 분쟁이 시작된 지 8년이 지난 현재, 모잠비크 북부 지역에 사는 주민 수십만 명에게 두려움과 불확실성은 일상이 됐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해당 지역의 주요 에너지 사업 재개와 핵심 자원 안보에 집중되는 동안 이러한 위기는 충분히 조명받지 못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현실은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다.
2017년 10월 이후 카부 델가두에서는 6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전체 인구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으며 절반가량은 여전히 실향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올해는 치안 사건의 규모와 빈도 측면에서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해로 기록되고 있다. 2025년 첫 8개월 동안 잔혹한 암살, 납치, 약탈, 방화를 포함해 500건이 넘는 사건이 보고됐다.
송두리째 무너진 삶, 위협받는 건강
수년간 이어진 분쟁은 이미 취약했던 모잠비크 북부의 보건 체계를 더욱 위태롭게 했다. 2024년 말 발생한 사이클론 치도(Chido)과 같은 파괴적인 폭풍이 주기적으로 겹치며 기후 취약 국가인 모잠비크의 상황을 한층 더 악화시키고 있다. 여러 의료시설이 파괴되거나 방치된 채 남아 있고 다른 시설들도 최소한의 인력과 물자로 운영되고 있다. 공격 이후 의료 인력이 피신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면서 이미 한계에 다다른 보건 체계는 주요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홍역 예방 접종률이 여전히 위험할 정도로 낮다. 이동이 위험하거나 보건소가 문을 닫았거나, 또는 의료시설로 갈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임신부들은 집에서 출산하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추적 진료가 필요한 HIV 및 결핵 치료 역시 폭력 사태가 격화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중단됐다. 이로 인해 수천 명 환자는 중증 질환이 악화하고 약제 내성 위험에 처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구호 단체들은 도움이 절실한 주민에게 접근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불안정한 치안 상황으로 인해 이동진료소 운영은 반복적으로 중단되고, 폭력 사태가 격화할 때마다 응급치료부터 지역사회 보건 증진 활동까지 모든 보건 프로그램이 강제로 중단된다.
8년째 이어지는 위기,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악화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카부 델가두는 대규모 공격이 발생하거나 에너지 프로젝트 관련 소식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국제 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한다. 그러나 통계 수치와 뉴스 보도, 혹은 보도조차 되지 않는 그 현실 뒤에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농작물은 버려지며 수원은 사라지고 의료서비스 접근은 반복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모든 무장 세력이 민간인 보호를 최우선시하고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한 안전한 접근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의료서비스를 존중하고 보호해 의료진이 의료시설과 이동진료소에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카부 델가두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안전이다. 그들은 삶을 재건하길 원한다. 아무것도 남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고 믿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위기가 고조되면서 어디에 관심을 두어야 할지조차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카부 델가두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그저 두려움 없이 살아갈 기회뿐이다.
※ 국경없는의사회 모잠비크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카부 델가두 주 내 모심보아다프라이아(Mocimboa da Praia), 마코미아(Macomia), 팔마(Palma)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인접 지역까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외래 진료, 응급 치료, 모성 및 소아 의료서비스, HIV 및 결핵 치료, 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동안 약 10만 건의 외래 진료를 했으며 3만 5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단체 정신건강 활동을 진행했다. 또한 이동진료소와 보건증진 활동을 전개하고 환자들을 보건소로 이송하고 현지 보건부와 협력해 의료시설과 병원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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