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있는 '새만금 농생명용지' 산업단지 전환만이 대책일까?

①드넓은 농생명용지, 염분 제거는 언제?

국토부의 새만금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농생명용지는 94.3㎢(9430ha)로 전체 면적의 32.4%를 차지하면서 용지계획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연구용지 14.3%(4170ha) 보다 두 배가 넘는다. 국토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농업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이 농생명권역을 "첨단농업 시험연구, 농산업클러스터, 스마트팜 조성 등을 통해 고부가 스마트농업의 전진기지로 활용하며 밀·콩 등 수입 의존이 높은 작물 생산으로 자급률 제고하고, 식품산업의 안정적 원료 조달 및 친환경 농산물 공급하며 수목원·농업테마파크·말산업 등을 연계한 농업생태관광 및 쾌적한 농촌 정주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11월 동진강 하류 부안군 쪽에 위치한 새만금 농생명용지 7공구에 대해 산업용지 변경을 촉구했던 권익현 부안군수는 지난 22일 에도 송미령 농식품부장관을 만나 재차 '새만금 7공구 RE100 산업용지 전환'을 건의했다.

이 만남을 "송미령 장관이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과정에서 농생명용지 7공구의 활용방향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보도한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송 장관은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했다.

▲ⓒ새만금개발청

농림축산식품부는 "새만금 농생명용지 7공구는 전체 1,959ha로 농지관리기금 1784억원을 투입하여 조성이 완료된 상태이며, 현재 식량작물과 조사료를 재배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사업이 최종 준공되면 복합곡물단지, 원예단지 등으로 본격 활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산업용지로 전환할 경우 1157억 원의 설치비를 들여 공사한 농업기반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이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농림식품부의 입장이다.

국토부 산하 새만금개발청은 향후 산업용지 수요가 현재 개발 중인 산업단지의 2배 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농림부는 식량안보를 위해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지난 10월, "새만금 농생명용지는 전북발전의 핵심 축이면서 국가식량안보의 전략 거점으로 추진돼야 하는데 2014년 새만금기본계획 수립 이후 11년 째 기반정비와 조사료 생산에만 머무르고 있다"며 "명백한 행정 지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같이 새만금지역의 농생명용지를 놓고 관련 부처 간 입장이 다르고 개발 추진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새만금개발청의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농생명용지를 RE100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산업단지로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새만금농생명용지의 최종 사용 목적조차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제는 그나마 계획 상 남아 있는 농생명용지 마저 당장 생산성이 높을(?) 것 같은 산업단지로 활용하자는 주장인 셈이다.

새만금의 시간은 모든 계획이 거북이 걸음이다.

농생명용지의 산업단지 전환 요구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원택 의원은 지난 10월, "농식품부는 농생명용지 활용 방향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과 연차별 추진 계획, 예산확보 방안을 제시해서 더 이상 표류하지 않도록 실행에 나서라"고 촉구한 바 있다.

새만금사업의 착수는 1991년, 새만금농생명용지 기본계획은 2014년에 마련됐으나,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일부 구간의 농업용지 조성만 마무리된 채 농업용수와 상.하수도 등 핵심 인프라는 아직 갖춰지지 않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체 농생명용지 가운데 전북 부안군쪽과 인접한 7공구 1959ha는 농지관리기금 1784억 원을 들여 조성이 완료된 상태로 현재 식량작물과 조사료를 재배 중이다. 농림부는 이 때문에 산업용지로 전환할 경우, 1157억 원의 설치비가 들어간 농업기반 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므로 전환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 과정에서 농생명용지 7공구가 지역농업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농생명용지에서 현재 활용되고 있는 면적은 복합곡물전문생산단지(499ha) 한 곳 뿐으로 전체 면적의 5.3%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이곳에서 재배되고 있는 작물은 염해지 식물로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수단그라스'재배를 비롯해 콩과 고구마가 일부 재배되고 있다.

(사)한국인증농산물생산자협회 오형근 회장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농생명용지의 산업단지 전환 논란에 대해 "34년 전 단군 이래 최대의 국토개발이라는 명목으로 22조 원을 들여 추진된 새만금사업은 당초 농업을 위한 사업이었다"면서 "그동안 역대 정권의 입맛에 따라 기본계획을 변경하다 보니 이제 겨우 전체의 34%만 농생명용지로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이제는 그나마 남아 있는 농생명용지도 재생에너지 생산과 함께 체험,문화,관광이 어우러진 농업의 6차산업인 '농업융복합산업단지'로 활용할 생각은 추호도 생각하지 않고, 새만금에 산업단지가 부족하다는 이유와 새만금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지적이 떨어지자 마자 느닷없이 산업단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산업 자체에 대한 인식 수준마저 의심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오 회장은 "새만금에 부지조성 중인 농생명용지가 바다를 매립해 조성되는 간척지라는 특수성 때문에 반드시 염분을 제거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양으로 바뀌는데도, 그동안 농생명용지 지정 십 수년이 지났는데도 가장 기초적인 염분 제거를 위한 계획이나 용역이 추진된 적이 있나?"라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협회 측에 따르면 새만금농생명용지의 평균 염도는 대략 2.42%~4.2% 정도이며 심한 곳은 5.00%~7.41%까지 측정되고 있다.

▲ 2025년 12월 15일 오전 10시부터 12시 까지 새만금 농생명 용지 ‘부안 1구역 잼버리 공구’ 일부의 토양을 무작위로 채취해 토양의 염분도를 측정한 결과 빨간선 안에 표시된 5.00%로 측정됐다. ⓒ오홍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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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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