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업 적정성 검토 지연으로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연천군은 신청 접수를 정상 궤도에 올리며 사실상 가장 먼저 출발선에 섰다. 같은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다른 9개 군이 재정 분담 문제로 신청조차 시작하지 못한 것과 뚜렷하게 대조를 이룬다.
연천군은 인구감소 위기 농어촌 지역 주민의 소득 안정을 목표로 추진 중인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과 관련해, 지난 15일부터 2주간 집중 행정 체제를 가동해 전 군민 지급을 위한 신청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신청률은 51%를 넘어섰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신청 접수 성과가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한 행정 대응 방식이다. 연천군은 관내 12개소 21개 창구에 번호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고령 어르신들의 신청서 작성과 접수를 직접 도왔다. ‘정책은 있지만 접근은 어려운’ 기존 복지 사업의 한계를 의식적으로 보완한 셈이다.
반면 같은 시범사업 대상인 다른 9개 군은 광역 재정 분담 협의가 지연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지난해 12월 신청 접수를 전면 보류한 상태다. 이들 지역은 빠르면 1월 중에야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국정 과제임에도 지역별 행정 추진력에 따라 주민 체감 속도는 크게 갈리고 있다.
정부는 당초 농어촌기본소득 지급 시점을 2026년 1월로 계획했지만, 사업 적정성 검토가 늦어지면서 시행 시점은 2월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연천군은 2월분과 3월분을 합산해 3월 말 소급 지급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 경우 4인 가구는 3월 말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총 120만 원을 받게 된다. 지급 시점이 늦춰진 데 대한 주민들의 체감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연천군은 제도의 신뢰성을 지키기 위한 관리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전담 조사반을 구성해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고, 위장전입 등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서는 지원금 환수는 물론 최대 5배의 제재부가금 부과와 강제징수, 벌칙까지 적용할 방침이다.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인구감소지역 10개 군에 거주하는 주민 가운데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30일 이상 거주한 주민에게 매월 1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제도다. 제도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행정의 역할이라는 점이 이번 연천 사례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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