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뭐 시장부터 해서 다"…통일교 산하단체 발언에 드러난 정치권 민낯

통일교 로비 의혹 확산에 울산 정치권, 해명 없이 침묵 이어가

통일교 산하단체 관계자의 "울산에 뭐 시장부터 해서 다~"라는 발언이 공개되면서 울산지역 정치권을 둘러싼 종교단체 로비·유착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종교단체가 지방권력을 사실상 영향권에 둔 것처럼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단순한 친분 과시를 넘어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KBS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산하 단체인 천주평화연합(UPF) 부산·울산본부 회장을 맡아온 박모씨는 내부 행사 자리에서 울산지역 정치권과의 밀접한 관계를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박씨가 "이런 행사에 참석하다 보면 울산에 뭐 시장부터 해서 다 (교인의) 후배, 제자들"이라는 취지로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경기도 가평 소재 통일교 천원궁 전경.ⓒ프레시안

문제가 된 발언은 2023년 열린 통일교 산하단체 울산본부 회장 취임식 자리에서 나왔다. 당시 행사에는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이 참석해 축사를 했고 단체 관계자들과의 오랜 인연을 강조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이후 박씨는 부산·울산 통합본부 회장으로 취임하며 영남권을 중심으로 정치권 인사들과의 접촉을 이어온 인물로 알려졌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표현의 과장 여부를 떠나 종교단체 스스로가 지역 정치권 전반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박씨는 "깜짝 놀랄만한 내공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이며 울산 정치권과의 관계를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울산시당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종교단체의 정치권 유착 의혹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사안"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해당 행사에 참석한 경위와 이후 관계 설정에 대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공식적인 차원의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개별 인사의 행사 참석이나 축사는 통상적인 사회활동의 범주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다만 문제의 발언 자체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박이나 해명이 나오지 않으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특정 종교나 개인의 일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방정치와 종교단체 사이의 불투명한 경계가 반복돼온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정치학자는 "실제 영향력의 크기와 무관하게 종교단체가 선거와 권력구조를 자신들의 영향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심각하다"며 "정치권은 스스로 거리 두기에 나서고, 시민사회는 이를 감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역에서는 울산 정치권이 이 논란을 단순한 공방이나 해프닝으로 넘길지 아니면 종교와 권력의 관계를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삼을지는 결국 이후 그들의 대응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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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욱

부산울산취재본부 윤여욱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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