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울산 정치인들이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관련 단체 행사에 축전과 축사를 보낸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단순 해명으로는 넘어갈 수 없는 공적 책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참석 여부 그 자체가 아니라 특정 종교·유관단체가 지역 정치권과 어떤 방식으로 접촉해 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치권의 검증과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관한 의문이다.
18일 KBS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산하 단체로 알려진 '천주평화연합(UPF)' 울산지회 행사에 울산지역 정치권 인사들의 축전과 축사가 줄줄이 전달된 정황이 확인됐다.
이 행사와 관련해 김두겸 울산시장을 비롯해 박성민, 서범수 등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이름이 축전 명단에 포함됐고 현장에서 직접 인사말을 한 인물로는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이 거론됐다. 통일교 고위인사 녹취에서 이름이 언급된 바 있는 이채익 전 국회의원 역시 해당 행사에서 축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들의 해명은 대체로 비슷하다. "개인적 인연으로 참석했다", "통일교 관련 단체인 줄 몰랐다", "의례적 인사였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직자나 선출직 인사가 공식행사에서 축전이나 축사를 하는 행위는 단순한 '참석'과는 다르게 보여진다. 이는 특정 단체에 정치적 신뢰와 공적 권위를 부여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행사 주최 단체의 성격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사실이라면 무지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박천동 북구청장의 경우 행사장에서 "불모지였던 저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다"는 취지의 발언이 전해지며 논란이 커졌다. 개인적 감상이나 신념이 공적 자리에서 특정 단체를 미화하는 발언으로 이어졌다면 그 경계선은 분명히 짚었어야 한다.
이어 이채익 전 의원 역시 "전임 회장과의 인연"을 언급했지만 정치인이 특정 종교·유관단체 행사에 축사로 참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파장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안은 특정 인물의 실수로 축소할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 울산 정치권 전반에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당 단체로부터 축전이나 참석 요청이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 요청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내부 기준은 있었는지, 그리고 왜 동일한 유형의 문제가 반복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울산시와 각 구·군 역시 공직자 명의 축전·외부행사 참여에 대한 검증 절차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정치권은 흔히 "관계가 없다"거나 "몰랐다"고 선을 긋는다. 그러나 관계를 끊는다는 말은 사후 해명이 아니라 축전 철회 요구나 재발방지 대책으로 입증돼야 한다. 누가 요청했고 누가 승인했으며 앞으로는 어떤 기준으로 거부할 것인지까지 밝히지 않는다면 시민의 의혹은 사라지지 않는다.
울산은 산업과 행정의 중심 도시다. 시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것은 변명용 문장이 아니라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통일교 행사 축전·축사 논란은 그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몰랐다"는 말이 아니라 정치권 스스로의 점검과 책임 있는 정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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