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한국의 소득분배지표가 일제히 악화되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 상대적 빈곤율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소득불평등의 심화는 어떤 영향을 초래할까?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 목표일뿐 아니라(2015 UN 지속가능발전목표), 민주 사회, 경제적 효율성, 환경 보호의 달성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뤼카 샹셀, <지속 불가능한 불평등>). 또한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때 건강이 악화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소득불평등은 최종적인 '건강결과' 이전의 '건강행동'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늘 소개할 논문은 한국에서 소득불평등이 고혈압과 당뇨병 유병자의 비약물요법(건강, 식이요법) 시행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이다(☞논문 바로가기 : 한국의 지역별 소득불평등이 고혈압·당뇨병 비약물요법 시행에 미치는 영향 - 다수준 분석을 활용하여).
한국에서 소득불평등은 1980년대, 1990년대를 거쳐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완화되었으나,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악화되었다. 통상적으로 경제침체 시기에 분배문제는 악화되기 마련인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역시 경제위기를 발생시킨 것과 동시에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불평등은 저소득층이 겪는 절대소득의 부족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 계층/위계 인식의 확산, 사회적 자본의 약화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 및 비용을 발생 시킬 수 있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소득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인구집단의 전반적 건강수준이 악화되는 현상이 보고되면서, 소득불평등이 건강 결정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소득불평등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심리사회적 경로 또는 신유물론 경로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심리사회적 경로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은 스트레스를 매개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신유물론 경로에서는 공공서비스 및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투자 감소를 통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심리사회적 경로에 따르면, 소득불평등이 발생시키는 심리적 반응은 식습관 변화와 신체활동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러한 건강행동은 고혈압과 당뇨병 관리를 위한 비약물요법으로써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때 심혈관계 질환 및 당뇨병 사망률이 증가하는 현상이 보고된 바 있어, 소득불평등이 고혈압과 당뇨병의 전반적인 관리과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오늘 소개하는 연구에서는 한국에서 소득불평등이 고혈압과 당뇨병의 비약물요법 시행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다. 자료원은 2020-2022년도의 지역사회건강조사를 활용하였으며,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17개 시·도별 지니계수에 100배 한 값을 이용하였다.
첫째, 상관분석 결과 소득불평등 수준과 지역별 고혈압과 당뇨병 비약물요법 시행률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고혈압 OR: r=-0.57, 당뇨병 OR: r=-0.64). 즉, 소득불평등이 클수록 비약물요법 시행률은 낮아졌다.
둘째, 다수준 분석 결과 지역의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때 고혈압과 당뇨병 비약물요법 시행 가능성은 유의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혈압 OR: 0.90, 당뇨병 OR: 0.90).
셋째, 지니계수와 소득수준 간의 상호작용항 분석 결과 지역의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때 고혈압과 당뇨병 비약물요법 시행 가능성은 유의하게 낮아졌으며(고혈압 OR: 0.96, 당뇨병 OR: 0.97),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참조그룹)에 비해 소득불평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더욱 강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혈압과 당뇨병 비약물요법 시행여부에 대한 지니계수와 저소득층의 상호작용항 OR은 각각 0.97, 0.98).
이 연구는 한국에서 소득불평등이 개인의 만성질환 관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최초의 연구로써 사회맥락적 효과가 미칠 수 있는 건강행동의 결과를 환기한다. 현대사회의 만성질환 관리는 개인 차원의 의료적 처치와 건강행동 개선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건강결과가 개인 수준에서 발현된다 하더라도, 그 원인은 개인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집단 간 건강 격차를 나타내는 개념인 '건강 불평등'은 사회구조적 원인이 실재함을 드러내지만, 최근 보건의료분야에서 심화되는 의료화와 상품화는 도리어 건강책임의 개인화를 공고히 하고 있다.
건강의 책임은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환원될 수 없다. 우리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건강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사회 구조적 변화에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
*서지 정보
이선영, 최용석, 이정민, 임유나, and 조윤민. (2025). 한국의 지역별 소득불평등이 고혈압·당뇨병 비약물요법 시행에 미치는 영향: 다수준 분석을 활용하여. 보건행정학회지, 35(3), 306–319. https://doi.org/10.4332/KJHPA.2025.35.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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