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사시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미국이 동맹국인 일본을 명확하게 지지하지 않은 가운데, 일본은 이에 좌절하고 미국에 더 많은 지지를 촉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6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을 격분시킨 대만 관련 발언 이후 (미국으로부터) 받은 지지 수준에 실망감을 표명한 후, 더 많은 지지를 보내줄 것을 촉구했다"고 전현직 미국 및 일본 정부 관료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관련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야마다 시게오 주미 일본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에 일본에 대한 지지를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주미 일본대사관은 이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일본에 대한 공약에서 흔들리고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워싱턴의 최고위 당국자들로부터 공개적인 지지가 없다는 점에 대해 깊은 실망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관리들은 앞서 워싱턴에서 강력한 성명이 나올 것이라고 도쿄에 전했지만, 일본은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인) X에 올린 게시물에 실망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고 밝혔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중일 갈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을 지지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달 10일 미국 방송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중국의 당국자가 참수를 언급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는 질문에 "우리의 많은 동맹국들도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우리 동맹국들은 중국보다 무역에서 우리를 더 많이 이용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중국보다 동맹국인 일본을 탓하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미국의 외교관들이 수습에 나섰다. 지난달 20일 조지 글래스 주일 미국 대사는 모테기 도시마쓰(茂木敏充) 외무상을 만난 이후 기자들에게 중국의 조치를 "중국의 경제적 강압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지역 안정을 저해한다. 미일 동맹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해 일본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어 토마스 피곳 미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이 20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인 ‘X’의 본인 계정에 "미일 동맹과 일본 관할 하의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일본 방위에 대한 우리의 공약은 변함없다"고 언급하며 "우리는 무력이나 강압을 포함한 대만 해협,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현상 유지를 변경하려는 모든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21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비상사태 관련 발언 이후 일본산 해산물 수입을 사실상 중단하는 등 일본에 대한 압력을 강화해 온 중국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 후인 24일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먼저 통화하고 이후 일본 시간으로 25일 다카이치 총리와 통화해 대만 문제에 대한 발언의 어조를 완화하라고 말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26일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보다 중국과 관계를 더 중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신문은 일본 관리들과 해당 통화를 전해들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와 전화통화를 주선하고 대만 주권 문제로 베이징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언은 미묘했고, 다카이치 총리에게 발언 철회를 압박하지는 않았다고 관계자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통화 내용에 정통한 미국 및 일본의 여러 인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에게 긴장이 고조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거나 특정 행동을 피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일본보다 중국에 좀 더 기울어져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을 둘러싼 마찰로 지난달 시 주석과 체결된 합의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미국 농가로부터 농산물을 더 많이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미일 정상의 통화 이후 미측에서 일본의 해당 발언을 두둔하는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크리스토퍼 랜다우 국무부 부장관이 이번주 후나코시 타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통화를 가졌는데, 통화 내용에서는 다카이치의 발언에 대응하는 중국의 조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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