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현승준 교사 사망 사건 결과 발표... "이런 조사 처음 본다, 재조사하라"

제주도교육청의 고(故) 현승준 교사 사망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두고 교육단체들이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새로운학교제주네트워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 등 도내 6개 단체는 5일 공동 성명을 내고 "유족을 외면하고 교육청의 조직적 책임을 은폐한 조사 결과를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제주도교육청 진상조사단은 지난 4일 고 현승준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학교 관리자 2명에 대한 경징계를 요구했다. 조사단은 민원 대응 실패와 병가 만류, 과중한 업무 등을 인정했지만, 처벌 수위는 경징계에 그쳐 유족과 교육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단체들은 교육청의 유족에 대한 처우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교육청의 결과 발표와 관련 "유족에게는 설명도, 사전 안내도 없었다"며 "발표 일정조차 언론을 통해 알았고, 유족은 끝까지 외부인 취급을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진상조사는 유가족의 한을 풀어주기 위함이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그러나 유족을 뒤로 밀어 두고 교육청 내부 일정만 챙긴 이 조사를 어떻게 '진상조사'라 부를 수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교육청이 배포한 민원 응대 매뉴얼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사회가 교사 보호 문제로 들끓던 시기, 교육청은 단 한 번의 관리자 연수조차 하지 않았다. 2024년 8월 12일 교육활동 보호 정책토론회에서 교육청은 이를 공식 인정했다. 설문조사 결과 교사 4명 중 1명은 매뉴얼 존재조차 몰랐다.

이 시기 고인은 민원인의 문자와 전화를 홀로 감당해야 했다. 5월 16일 교육청에 접수된 민원은 19일 학교로 이첩되었지만, 교육청은 해당 민원의 위험도를 판단하지 않았고, 특이민원 분류 기준도 적용하지 않았다. 5월 19일 밤, 고인은 두통을 호소하며 병가를 문의했다. 그러나 교감은 '민원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가를 쓰면 오해받는다'며 사실상 병가를 거부했다.

이들 단체는 "고인의 초과근무는 최근 3년 평균의 두 배 이상이었다"며 "5월 초 절개술 이후 10여 차례 병원 진료를 받았지만 대부분 근무 외 시간이어서 병가 기록조차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5월 20일, 학교 관리자는 민원인과 통화했고 교장은 '민원이 해결될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면서 "그러나 그 정보는 고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교육청의 민원 응대 매뉴얼, 특이민원 기준, 민원대응팀, 교사 보호 시스템. 종이 위에는 존재했지만 단 한 번도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형사는 '증거'만을 보았고, 행정은 '절차'만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고인이 감당해야 했던 압박, 위험 신호를 알리던 몸의 신호, 작동하지 않은 시스템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의 관리 감독 책임은 무엇인지를 철저히 규명하라"며 "교육청의 책임 인정과 사과, 진상조사 결과에 대한 외부 감사 실시, 유족에 대한 즉시 지원" 등을 요구했다.

한편, 고(故) 현승준 교사는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해 왔다. 그는 2025년 5월 22일 새벽,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책상 위에서 놓여있던 유서에는 최근 반복된 악성 민원(학생 보호자 쪽의 과도한 민원)으로 인한 심적 부담이 컸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당 학생 보호자의 반복적인 항의성 민원과 전화, 문자. 3월부터 민원이 시작돼 5월까지 계속됐고, 사망 직전까지 지속됐다.

고인은 3학년 부장·담임·교과 등 핵심 업무를 동시에 맡아 큰 부담을 안고 있었으며, 올해 1월부터 사망 이틀 전까지 약 139시간 52분에 달하는 초과근무가 있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고인의 유족은 남편의 죽음이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며,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순직 인정, 유가족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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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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