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이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부산은 오랜 숙원이던 '해양수도' 위상 회복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하지만 환호 속에서도 "정작 해양사법 기능은 그대로 멈춰 있다"는 냉소가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행정·산업은 부산으로 내려오는데 해사사건을 처리할 사법체계는 여전히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산에서는 벌써 "행정만 내려오면 결국 반쪽짜리 이전"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7일 국회를 통과한 '해양수산부 이전기관 지원 특별법'은 해수부 본부의 부산 이전을 위한 근거와 지원체계를 담고 있다. 여야가 지역 현안의 절박함에 공감하며 사실상 만장일치로 처리했고 법안 첫머리에는 '해양수도 부산'이라는 문구까지 명시됐다. 정책적 의미는 분명하다. 해양 행정의 컨트롤타워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해사법원 설치법안은 이번에도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국회 법사위에서는 부산·인천 이원 설치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확정된 내용은 없다. 결국 "해수부는 내려오지만 해사사법 기능은 어디에 둘지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라는 구조적 공백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문제는 이 공백이 단순한 '지역 배분'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부산·울산·경남은 국내 해양산업의 실질적 중심지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해운·항만·조선·물류·해양 연구기관이 집중돼 있고 해사·해운 분쟁 역시 대부분이 지역에서 발생한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아직 전문 해사법원이 설치된 적이 없다.
전문기관 부재로 인해 해사·해운 관련 분쟁은 수년간 전국의 일반 법원에 분산 처리돼왔다. 이 과정에서 사건 복잡성과 국제성에 비해 전문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반복됐다. 특히 대형 국제해사분쟁은 해외 해사법원이나 외국 중재로 넘어가면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해 국내 해양산업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행정은 부산에 집중돼 있는데 사법 기능만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구조적 한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부산 법조계는 오래전부터 "해수부 이전이 첫 단추라면 해사법원 일원화는 마지막 단추"라고 지적해왔다. 해양사고 조사–행정처리–중재–재판으로 이어지는 절차가 한 도시에서 작동해야만 신속성과 전문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행정은 부산, 사법은 수도권·타 지역으로 분리된 구조에서는 정책 실행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어 시민사회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행정·산업·사법 기능이 모두 부산에 모여야만 '해양수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완결된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사법 기능만 남아 있는 빈틈 구조를 방치하면 해수부 이전 효과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제사례를 근거로 '집적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중국·싱가포르·영국 등 주요 해양국가들은 해사법원을 별도로 운영해 전문성·예측가능성·산업지원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전문 구조가 없는 탓에 해사분쟁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내 분쟁도 일반 법원에서 처리되며 전문성 축적이 더디다는 약점이 드러난다.
결국 해수부 이전이 부산 해양정책의 지형을 바꿔놓을 만한 중요한 진전이라면 해사법원 설치는 그 구조를 완성할 마지막 핵심축이다. 해사법원이 빠진 해양수도 전략은 결국 '행정만 내려온 반쪽짜리 개혁'에 머물 수밖에 없다.
다음 국회 회기에서 해사법원 설치 논의가 재점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단순한 지역 민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경제 전체의 구조적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다. 부산이 진정한 해양정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을지는 이제 남은 입법과 정부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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