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갈등이 한국에 주는 교훈…'대만' 문제, 앞서 나갈 필요 없다

[이수훈의 신(新)동북아시대] G20에서 균형외교 보여준 이재명 대통령…가교 역할 자산 쌓아

다카이치 사나에라는 정치인이 일본 총리가 되고 한달이 채 지나지않아 중일갈등이 전면적으로 발발하리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다. 곰곰 따져보니 시간의 문제일 뿐 지금과같은 중일갈등은 다카이치내각에서 필연적으로 예견되어 있었다.

다카이치총리는 반중 강경보수 성향을 보여왔고, 대만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과거 군국주의 시기 일본이 만주에서 벌인 침략전쟁에 대해 "자위전쟁"이라 부르며 일본의 침략행위를 부정하거나 축소하는 시각을 보여왔다.

무라야마담화와 고노담화 등 일본의 전쟁 책임 인정과 사죄를 담은 공식 입장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며, 일본군 위안부 인정에 대해서도 부정 발언을 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계속하며 극우적 행보를 서슴치 않았다. 중국에 도발적인 언행을 두루 보여왔던 것이다.

중일갈등은 양국간의 경제, 문화, 교육, 인적교류, 안보 등등 숱한 분야들에서 이미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히면서 전개되고 있다. 문제는 중일갈등이 중국과 일본 두 나라에 그치지 않는 막대한 파급을 갖는다데 있다.

당장 한국이 직결되어 있는 한중일 3국협력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마카오에서 이달 개최 예정이었던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가 취소되었다. 이미 정례화되어 있는 다른 분야들의 3국장관회의도 앞으로 개최를 기약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과 부수되어 있는 수많은 하위급회의와 교류가 정지된다. 연관된 민간교류나 전문가집단의 교류와 상호왕래, 소통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한층 심각한 타격은 한중일정상회의도 중국의 보이콧으로 공식 취소되었다는 점이다. 중일갈등이 쉽사리 해소될 전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차기 정상회의도 언제 열릴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게 되었다. 동북아 지역에서 한중일 3국의 유일한 협력메카니즘이라할 수 있는 한중일정상회의는 한국이 주도하여 만들어낸 제도이고 한국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정세속에서 그나마 완화 기능을 할 수 있는 수단이 한중일정상회의라는 점에서 한국의 동북아외교에 있어 절대 마이너스 요인이다.

정치적 입지가 취약한 다카이치총리가 강경보수층과 우익 지지층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정치적 계산을 갖고 대만유사시 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라는 발언을 했을 수도 있다. 이 발언 이후 그에 대한 지지가 상승하여 70퍼센트 초중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일말의 증빙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다카이치총리 자신과 그 내각이 중일갈등을 통해 국익이 높아진다는 인식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본시 국익이란 것도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지도자 집단이 인식하는 주관적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익이 일본과 같을 수 없다. 다행히 이재명 대통령과 그 정부가 내세우는 국익이란 '먹사니즘' '잘사니즘'같은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국민 다수에 복무하는 이익이다. 윤석열처럼 중국과 대결적 태세를 견지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일본과의 협력관계 구축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더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은 중재 역할, 가교 역할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고 실제 외교무대에서 가동시키고 있다. 지난 10월 말 경주 APEC에서 트럼프대통령과 시진핑주석의 동시 국빈방문을 성사시킨 것도 그 노력의 결실이다. 특히 부산에서 열렸던 미중정상회담에서 '부산 빅딜'이라고나 불릴 미중 간 타협이 이루어졌는데 한국이 판을 잘 깔아준 요인이 작동했다고 하겠다.

중일갈등이 고조되는 시기에 열린 남아공에서의 G20 정상회의 무대에서도 그랬다. 다카이치총리와 회담을 통해 한일관계를 관리해나가면서도 이재명대통령은 다카이치총리에게 "결국 좋은 측면을 보려고 노력하고 어려운, 껄끄러운 측면이 있으면 잘 관리하고 그 부분을 최소화하며... 관계를 잘 만들면 좋지 않냐"고 말했다고 한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쉬운 말이지만 상대방에게 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리창 중국총리와도 회담을 했다. 균형을 취하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였다. 그리고 향후 한중일3국정상회의를 재개하는데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산을 쌓았다.

대만문제는 "어렵고 껄끄로운" 이슈다. 한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는 정도로 관리해나가면 된다. 불필요하게 앞서 나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적정한 수준의 한일협력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유지해나가되 중국을 자극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2017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대항조치로 내려진 '한한령'의 교훈이 되새겨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20개국(G20) 정상회의 제3세션이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필자 소개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동북아 국제관계 전문가로 노무현정부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으로 대외전략 자문을 했고 노무현정부 한미동맹 조정을 다룬 편저 <조정기 한미동맹>을 펴내기도 했다. 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과 일본 게이오대학 초빙교수를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후보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특임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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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훈

이수훈 전 주일대사는 동북아 국제관계 전문가로 노무현정부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장으로 대외전략 자문을 했고 노무현정부 한미동맹 조정을 다룬 편저 <조정기 한미동맹>을 펴내기도 했다. 또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과 일본 게이오대학 초빙교수를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후보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특임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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