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중일 정상회담 불발에 日 언론 "긴장 완화 기회 사라져…다카이치에 큰 타격"

홍콩 정부도 일본과 교류 중단 움직임…물러서지 않는 다카이치 "일본 주장해야 할 것 주장해야"

대만 유사시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의 발언으로 인해 중일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일본과 교류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일본 <교도통신>은 "23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콩 정부가 주홍콩 일본 총영사관과 공식 교류를 중단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는 대만 비상사태 관련 다카이치 총리의 국회 답변에 대한 중국의 대응 조치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이며, 일본과 홍콩의 교류가 냉각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2012년 센카쿠 열도 국유화 이후 일중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홍콩 정부는 '일국양제'(一國兩制) 라는 기조 하에 일본과 공식 교류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며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중국의 홍콩 통제가 강화되어 왔으며, 이는 중국과 홍콩의 통합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통신은 이어 "관계자들에 따르면, 홍콩 측은 이달 18일 홍콩 정부 산하 투자 유치기관이 개최 예정이었던 일본-홍콩 간 비즈니스 교류 행사에 영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도록 요청했다"며 "양측 간 논의 끝에 행사 자체가 연기되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또 "더불어 홍콩 정부는 12월 초로 예정되었던 홍콩 정부 경제 정책 담당 고위 관계자와 미우라 준 주홍콩 일본 총영사의 회동을 취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며 "홍콩 정부는 이미 홍콩 시민들에게 일본 여행 시 안전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리창 총리와 접촉할 기회가 없었다"며 "일본은 중국과 다양한 형태의 대화에 열려 있다"라고 말했다고 아사히 TV가 보도했다.

방송은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의 입장이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면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한다는 정책은 총리 취임 이후 변함없이 유지해 왔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카아치 총리는 "일본이 주장해야 할 것을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해 기존 입장에 대한 철회나 변경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G20 참석과 관련해 23일 <산케이신문>은 "22일 참석 정상들의 단체 사진 촬영 직전, (다카이치)총리와 (중국의) 리창 총리는 약 2미터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서 잠시 눈이 마주치는 듯했으나, 리창 총리는 곧 돌아섰다"며 "두 정상은 미소를 지으며 주변 정상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일중 두 정상 사이에만 부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왼쪽에서 두 번째) 총리와 리창(오른쪽에서 두 번째) 중국 국무원 총리는 어떠한 접촉도 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신문은 "하지만 (양국 총리가) 설령 접촉을 했다고 해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총리는 대만에 대한 일본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하고, 자신의 대응에 대해 차분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만약 발언 철회 요구에 응했다면, 중국의 압력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를 축소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동행한 오자키 마사나오(尾崎正直) 관방부장관은 이번 방문의 성공을 강조하며 기자들에게 "(중국을 제외한) 많은 정상들이 다카이치 총리와 만날 기회를 원한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관계를 강화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과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실제 이번 G20 계기에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지 못하면서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 TV는 일본 정부 내부에서 "잘되면 (중국과 갈등이) 6개월 안에 해결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4~5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다카이치 총리는 각국 정상들과의 면담을 위해 노력했지만, 리창 중국 총리와는 만나지 못했다”며 "악화한 일중 관계는 상황을 진정시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통신은 "일본은 정상 차원의 소통이 관계 개선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비공식적인 접촉, 특히 가벼운 대화의 기회를 모색"했지만 실제 이뤄지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최근 몇 년 간 양국 정상은 정상급 국제회의 계기에 자주 회동해 왔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갈등의 깊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이며, 긴장 완화의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다카이치 총리에게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과 대화에 열려있다고 했지만 "당분간 정상급 국제회의는 예정되어 있지 않으며, 일본이 조만간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개최 가능성도 없다"며 "정부가 중국의 발언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함에 따라 당분간 긴장은 지속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예측했다.

통신은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가 "관계 개선의 흐름을 바꿀 단 하나의 홈런은 없다"고 말했다면서 "일본 정부는 모든 급에서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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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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