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 감소로 20조 원 손실 예상에도…"총리 발언 철회 필요 없다. 中 의존 줄여야"

중일 갈등, 유엔까지 번졌다…中 유엔총회서 "日, 상임이사국 진출 자격 없어"

대만 유사시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 발언으로 인해 중일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양국은 유엔 무대에서도 갈등을 보였다. 일본 내에서는 총리의 발언을 취소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다.

19일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푸총(傅聪) 주유엔 중국대사가 18일(현지시간) 제80차 유엔총회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개혁 문제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모색할 자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푸총 대사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은 매우 잘못된 것이며 위험하고, 중국의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일 4개 정치문서의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그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을 "국제 정의에 대한 도발이자 전후 국제 질서를 교란하고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을 짓밟는 것이며, 평화의 길을 추구한다는 일본의 근본적인 의지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와 관련 일본 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일본이 푸총 대사의 발언에 반박권을 행사하며 "일본은 세계 평화와 번영에 수많은 공헌을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푸총 대사는 "터무니없다"며 반박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중일 양국의 인적 교류와 문화적 교류에 영향을 미치는 데 이어 유엔에서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면서 당분간 이같은 긴장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14일 국민들에게 단기적으로 불필요한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고, 교육부는 16일 '2025년 제4호 유학경보'를 발령해 유학생들에게 일본으로의 유학 계획을 신중히 수립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인적교류 자제라는 카드를 쓰는 이유는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 중 중국인의 비중이 가장 크고 유학생 역시 중국 국적자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일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약 749만 명의 중국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했다며 중국 국적자가 관광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의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 유학생 33만 6708명 중 중국 국적의 유학생이 12만 3485명으로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주 일본 증시는 급락했는데, 특히 관광 관련 주식들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적이 미국 기술주 하락과 중일 갈등의 이중고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중국 언론들은 도쿄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인 노무라 종합연구소의 추산을 인용하며, 중국이 일본 여행을 금지하면 일본 경제에 연간 약 2조 2000억 엔(약 142억 미 달러)의 손실을 초래하여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0.36%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본에서도 중국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일본 <홋카이도신문>은 정부 고위 관계자가 "중국이 너무 나갔다. 일본인의 중국 여행이 줄어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여당인 자민당의 한 주요 관계자가 "관광객 감소 등의 여파가 장기화되면 국익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해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철회가 실제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기반이 보수 성향이라는 점, 내각 출범 초반 지지율이 60%대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모양새를 보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카이치 총리를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에서도 총리의 발언을 철회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오사카부 지사인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일본유신회 대표는 1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총리의 발언을 철회할 필요는 없다"라며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인 관광객에만 의존하는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 중국과 갈등을 정면돌파 해야한다는 식의 견해를 보였다.

앞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대만의 비상사태가 '존립위기상태'에 해당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존립위기상태'는 지난 2015년 아베 신조 총리 재임 당시 일본 의회가 제정한 안보 관련법에 명시된 개념으로, 일본이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본과 밀접한 다른 국가가 공격을 받아 일본의 영토가 국민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여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대만 유사시에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다음날인 8일 쉐젠(薛劍)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는 다키이치 총리의 발언을 보도한 <아사히신문> 기사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에 게재하며 "멋대로 들어오는 그 더러운 목은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 각오가 되어 있나"라는 격한 반응을 보였고 양국 갈등이 급격히 높아졌다.

▲ 지난 10월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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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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