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력 댐 피해' 전 세계 선주민들, 국경 초월 공동 투쟁 모색

[초록發光] 'COP30' 개최지 브라질 벨렝에서 재조명된, 강을 지켜 온 30여 년의 국제 연대

동남아시아의 강들은 지금 중대한 전환의 순간에 서 있다. 기후 위기, 대규모 댐 개발, 모래 채굴과 희토류 산업 확대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강 생태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이는 수백만 주민의 생존과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물길이라는 특성 때문에 피해 역시 국경을 넘나들며 확산하고 있지만, 각국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개발 중심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많은 국가가 대형 수력댐을 기후 위기의 '해결책'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주민들의 삶의 기반과 생태계를 파괴한 역사가 이를 반박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이 경험한 이들은 강 주변에 살던 지역 주민들이었다. 1990년대 후반, 이들은 각자의 지역에서 고립된 채 싸우던 현실을 넘어, 대륙을 횡단하는 국제 연대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열기 시작했다. 올해 11월 7일부터 12일까지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댐과 기후 위기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국제회의(International Meeting of People Affected by Dams and Climate Crisis)"는 바로 그 30년의 역사를 다시 소환하며, 왜 지금 국제 연대가 다시 중요한지를 묻고 있다.

▲ "제4회 댐과 기후 위기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국제회의" 회의장 모습 ⓒMovement of People Affected by Dams(MAB)

제1회 국제회의(1997년 브라질) : '죽음이 아닌 생명을 위한 물'

댐 개발에 맞선 국제 연대의 역사는 1997년 브라질 쿠리치바에서 열린 제1회 국제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0개국에서 모인 댐 피해 주민들은 대규모 댐 건설이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기업·국제기구·국가 권력의 이해가 관여한 구조적 문제임을 공유했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는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쿠리치바 선언'은 삶의 방식과 문화를 파괴당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며, 최소한의 보상이 보장되기 전까지 대규모 댐 건설을 유예해야 한다는 요구를 국제사회에 제기했다. 또한 3월 14일을 '댐 반대와 강·물·생명을 위한 국제 투쟁의 날(International Day of Action for Rivers)'로 선포하면서, 개별 지역에 흩어져 있던 투쟁을 세계적 흐름으로 묶어내는 출발점을 마련했다.

제2회 국제회의(2003년 태국) : 복원된 강 위에서 확인한 집단적 힘

2003년 태국 동북부 시사켓의 작은 마을 라시 살라이(Rasi Salai)에서 열린 제2회 국제회의는 제1회 회의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지역에서 실천되고 확장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자리였다. 회의 장소가 된 라시 살라이 상류 지역은 7년 넘게 물에 잠기며 농경지와 마을 기반이 크게 훼손된 곳이었다. 주민들은 긴 투쟁 끝에 수문을 열어 강의 흐름을 회복했고, 물고기가 돌아오고 농작물이 다시 자라는 변화를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이처럼 복원이 시작된 현장에서 열린 제2회 회의에는 62개국에서 300명 이상이 참가했다. 피해 경험을 공유하는 데 머물렀던 초기 단계에서 더 나아가, 집단적 조직화가 댐 저항운동을 현실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제1회 회의가 연대의 필요성을 선언했다면, 제2회 회의는 그 연대를 지역별 투쟁과 실천의 형태로 구체화한 단계였다.

제3회 국제회의(2010년 멕시코) : 희망을 국제화하는 조직적 연대

2010년 멕시코에서 열린 제3회 국제회의는 댐 반대 운동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강화한 회의였다. 60개국에서 모인 대표단은 각 지역의 개발사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회·환경적 피해를 공유하며, 댐 개발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이 지역의 특수성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현상임을 다시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수력발전댐과 광산 개발, 물 접근권 제한, 민영화 정책 등이 동일한 권력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리고 조직된 행동을 통해 각국의 질서와 에너지 시스템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며, 다음 회의를 향한 방향을 분명히 했다. 제3회 회의는 댐 반대 운동이 저항이 아니라 대안적 사회를 향한 집단적 실험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시기였다.

제4회 국제회의(2025년 브라질 벨렝) : 국제 연대의 공식 출범

2025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4회 국제회의는 COP30과 시기를 같이하며 국제 연대 활동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라틴아메리카에서 온 대표들은 각 지역에서 겪은 피해와 투쟁을 공유하며, 그 경험들이 기후 위기, 불평등, 개발 압력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11월 11일 발표된 선언문은 기존의 연대를 넘어, 피해 주민들이 주도하는 국제적 운동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이 선언문은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 반식민주의라는 정치적 원칙을 명확히 제시했으며, 청년과 여성의 참여 확대, 각국에서의 조직 강화, 국제 연대 구축, 대중 교육 강화 등을 향후 과제로 제시했다. 회의 마지막 날인 11월 12일에는 참가자들은 파라연방대학에서 열린 민중정상회의(People's Summit) 개막에 맞춰 공동 행진을 진행하며 대륙 간 운동의 실질적 출발점임을 드러냈다. 제4회 국제회의는 국제 연대가 선언에서 조직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댐 개발을 기후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담론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지난 30년간의 역사는 그 이면에서 누적된 사회·생태적 비용을 분명히 드러내 왔다. 각 지역의 투쟁은 서로 다른 상황에서 출발했지만, 그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로 묶어낸 순간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이 생겨났다.

강을 지키기 위한 행동은 단지 환경 문제를 넘어, 불평등한 개발 구조와 기후 위기의 근본 원인에 맞서는 사회적 실천이 되고 있다. 제4회 국제회의로 이어진 이 연속된 흐름은 피해 주민들이 스스로 국제적 주체로 등장하는 과정이자, 대안적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기후 위기 시대의 에너지 전환 논의가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들의 목소리와 역사에서 출발하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제4회 댐과 기후 위기로 피해를 본 사람들의 국제회의" 참가자들의 행진 ⓒMovement of People Affected by Dams(M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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