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라는 일의 형태는 더 이상 일부 직종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원 강사, 디자이너, 방송작가, 개발자, 영상편집자, 번역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청년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는 400만 명을 넘어섰다. 겉으로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근무 형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정이 자리하고 있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퇴직금 등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직장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다수의 프리랜서는 그 밖에 있다.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악덕 사장?
만나왔던 프리랜서 중에서는 스스로를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악덕 사장'이라며 '혼자 일하더라도 사내규정이 필요하다'는 자조 섞인 표현하기도 한다. 정해진 출퇴근이 없다는 점은 끝없는 자기관리와 과로로 이어지기도 한다. 클라이언트의 부당한 요구나 임금 체불을 겪어도 이를 막아줄 제도적 장치는 거의 없으며, 문제 해결의 책임 역시 개인이 홀로 감당해야한다.
특히 경력이 짧은 프리랜서일수록 위험에 더욱 취약하다. 수정 요청이 끝없이 반복되거나 약속된 단가가 일방적으로 낮춰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다음 일감을 잃을까 두려워 부당한 대우를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신뢰할 만한 계약서나 스스로 협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젊은 프리랜서일수록 불평등한 거래 관계에 놓이기 쉽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질까. 정보 접근성이 낮은 청년들에게 플랫폼은 일감을 얻는 유일한 창구이자 '비빌 언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그 플랫폼이 오히려 또 다른 불공정과 위험이 되기도 한다. 평판 시스템과 노출 알고리즘에 종속된 구조는 개인의 자율성을 약화시킨다. 플랫폼은 중개자의 위치에 머물면서도 수수료를 취하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불안정과 위험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프리랜서들은 여전히 사회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많은 이들이 스스로 "나는 자격이 없다"또는 "잘 모른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청년유니온이 만나온 다수의 프리랜서들은 각종 제도나 지원사업을 떠올릴 때 '나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감각을 공유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 부족이나 무관심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보장 제도가 '직장'이라는 전제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청년 프리랜서들은 애초에 제도의 바깥에 위치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사회보험에 포함되지 못하거나 포함되더라도 보험료를 온전히 혼자 부담해아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행정과 금융의 여러 절차에서도 프리랜서는 제대로 증명되지 않는다. '프리랜서는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집을 구하거나 결혼 등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하지만 오늘날 프리랜서는 더 이상 예외적 존재가 아니다. 청년세대에게 프리랜서로 일한다는 것은 '잠시 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노동 형태이자 삶의 방식이다. 이제 사회보험은 노동형태가 아니라, 일하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보편적인 노동권 일부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커뮤니티의 필요
프리랜서의 또 다른 문제는 고립이다. 홀로 일하는 특성상 임금, 업계 동향, 복리후생(프리랜서에게는 관련 정책)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데, 불규칙한 노동시간은 고립을 더 강화하게 된다. 결국 '일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때만 하루의 밸런스를 지키거나 사회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맺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프리랜서의 고립을 완화하고 연결감을 회복할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동작업·휴식 공간을 마련하거나, 정기적인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청년유니온은 프리랜서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함께 밥을 먹자"는 단순한 제안에서 시작된 모임들은 이제 '프리랜서 자기돌봄 워크숍', '인스타툰 모임' 같은 프로그램으로 확장된다. 참여자들은 "혼자 일하면서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었는데,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니 좋다"고 말한다. 이렇게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는 매년 연말에 송년회를 하거나 주기적인 프리랜서 수다회 등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이어간다.
그 자리에서 프리랜서들은 서로 어떻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지,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공유한다. 단순히 밥을 먹고 수다를 나누던 모임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일상의 어려움을 나누며 관계를 이어가는 커뮤니티로 함께 웃고, 공감하며, 그들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고, 서로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감각한다.
지속 가능한 선택지가 되기 위해
많은 청년이 프리랜서를 '불안정한 대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선택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와 사회는 그 가능성을 막고 있다. 프리랜서로 경력을 시작한 청년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기존 노동시장으로 되돌아올 경우, 다시 양질의 일자리로 편입되기는 극히 어렵다. 따라서 프리랜서 노동의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일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은 '보호'에 그치지 않고, 전문성을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 시작점은 '연결'이다. 흩어져 일하는 프리랜서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부당한 현실에 함께 목소리를 낼 때 사회가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랜서도 노동자다. 불안정한 노동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 프리랜서의 일이 곧 지속 가능한 일로 인정받는 사회, 그들의 권리를 지키는 일은 곧 우리 모두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다. 그 길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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