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동성 배우자' 인구총조사에 또 시비…"한국사회 윤리 파기"

원민경 "저는 성평등부 장관…어떤 국민도 기본권 침해 안 되도록 정책지원 더 노력"

국내에 거주하는 인구와 가구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전국 단위로 시행된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올해 처음 동성 배우자를 입력할 수 있게 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한국 사회의 전통 윤리 질서를 파기할 수 있다"는 반발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지난 1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에게 "인구총조사를 하는데 동성애자 현황을 파악한다고 한다"며 "어떤 목적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송 의원은 "국내 동성애자들의 현황이 '여가부' 차원에서는 파악된 게 있나"라며 "지금 종교계에서 굉장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 의원은 "약자의 지위에 있는 분들을 지원하는 건 필요하지만, 우리의 기본질서라는 게 있지 않나. 소위 종교적인 것도 있지만, 사회 윤리적인, 한국 사회의 전통 윤리 질서가 있다"며 "그런 걸 파기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 정책 접근은 오히려 얻는 것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 장관은 "저는 성평등가족부 장관"이라며 송 의원이 언급한 기관 명칭을 바로잡은 뒤, "다양한 형태의 가족관계들이 있다. 이후에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서 통계가 나오게 되면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이 있다면 저희가 정책적인 지원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거듭 원 장관에게 "종교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입장을 말해달라"고 재촉했다. 원 장관이 "조금 더 검토하고 추후에 말씀드렸으면 한다"고 답변하자, 송 의원은 "약자를 지원하는 데 집중하라. 우리 사회의 기본 윤리 질서를 흩트리고, 종교계가 우려하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특별히 유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인구주택총조사를 담당하는 국가데이터처는 올해 조사에 처음으로 성별이 같은 가구원이 가구주와의 관계를 '배우자(사실혼)' 또는 '비혼 동거(함께 사는 연인 등)'로 응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이는 1925년 첫 조사를 시작한 뒤 100년 만의 변화다.

국가 정책 수립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목적으로 진행하는 인구주택총조사는 전국 가정의 20%를 표본으로 선정해 5년마다 진행한다. 지난 2020년 조사까지도 동성 배우자는 '입력 오류'로 처리됐다. 가족 공동체를 이루는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인구주택총조사에서도 늦었지만 당연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국가데이터처 역시 지난달 입장문에서 그간의 사회적 요구 등을 반영해 "모든 표본조사 대상자가 모든 항목에 대해 입력제한 없이 응답함으로써 조사 누락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제도의 변화를 폄훼하는 질의는 또 다른 국민의힘 법사위원에게서도 나왔다. 조배숙 의원은 "배우자라는 개념은 이성 간의 결합"이라며 "국가 기관은 헌법과 법률에 맞게 해야 하는데, 이 부분 때문에 굉장히 논란이 많다. 좀 위험하다"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는 부분도 굉장히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며 "성평등은 모든 여러 가지 성을 포함하는 거 아닌가. 행정부처에 성평등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거 자체가 내재적으로 헌법을 위반하는 소지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원 장관은 "어떤 국민도 헌법에서 인정되는 '기본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 제가 국무위원으로서,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 더욱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어떤 국민도 성별,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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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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