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 종합지원센터'와 '권역별 지원센터' 는 7월 1일 요양보호사의 날을 맞아 상호 존중받는 돌봄 노동의 필요성을 알리고 좋은돌봄 사례를 발굴해 '돌봄'과 '돌보는 이'의 가치를 확산하고자 매년 돌봄사례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돌봄의 마음을 적다>라는 주제로 '2025년 장기요양 돌봄사례 공모전'을 진행했고 <프레시안>을 통해 수상작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편집자
"힘드시겠어요."
요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한다고 말하면 자주 듣는 말이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과 하루 종일 함께하니 이해 못할 말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한마디를 덧붙이고 싶다.
"네, 힘들지만 그만큼 따뜻한 일이에요."
물리치료는 근육을 자극하고 관절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단지 몸만을 다루지 않는다. 어르신의 손을 맞잡고 한 걸음을 함께 내디디는 순간 나는 어르신의 하루와 남은 삶을 함께 걷는 사람이 된다.
단단한 지팡이보다 더 든든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때가 많고 손 끝에 전해지는 떨림 속에서 어르신의 지난 세월이 전해지는 듯한 순간도 있다.
물리치료실에서 나는 매일같이 손끝으로 마음을 느낀다.
"오늘은 다섯 번만 더 해볼까요?"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 어르신 한 분과 마주앉아 조심스레 손을 쥐었다 펴는 동작을 반복한다. 겉보기에 단순한 이 동작은 어르신이 스스로 숟가락을 들고 옷을 여미며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작은 의지다.
어르신은 떨리는 손으로 손가락을 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나는 아직 내 손으로 밥을 먹고 싶거든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이곳에서의 재활은 무언가를 '다시' 하는 일이 아니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의지이고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조용한 결심이다. 어떤 날은 손을 잡기만 해도 그날 어르신의 상태가 느껴진다.
팔을 들 힘이 없다고 말씀하시면,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감싸 안고 주물러 드린다. 그리고 오늘은 여기까지, 충분하다고 말해드린다. 때로는 조금의 기다림이 더 큰 치료가 된다.
요양원에서 일한다는 건, 언젠가 마주할 이별을 마음 한켠에 품고 살아가는 일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일 봐요"라며 인사하던 어르신이 어느 아침, 명단에서 사라져 있었다.
새벽녘, 조용히 잠들 듯 떠나셨다는 소식만 전해졌다. 나는 어르신의 마지막 치료 기록을 천천히 열어본다. 조금씩 줄어드는 운동 횟수, "오늘은 몸 상태가 안 좋다"는 메모, 그리고 빈칸으로 남은 마지막 날.
기록은 숫자와 문장으로만 남아있지만 나는 안다. 그 안에 삶이 있었다는 걸.
움직이려는 의지, 하루도 빠지지 않았던 성실함. 그리고 밝은 미소와 눈빛까지 나는 어르신과 함께 했던 동작들을 아직 기억한다.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리고 고르게 숨을 들이쉬던 모습. 그 움직임들은 지금도 내 손에 남아 기억 된다.
이별은 언제나 조용하다 그러나 그 조용함은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문다.
나는 다시 다음 어르신을 맞이한다.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깊이 손을 잡으며.
나는 물리치료사다. 나는 어르신들의 삶이 조금 더 늦게 저물기를 바라며 손 끝으로 온기를 전하는 사람이다.
치료는 기록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 기록이 남기지 못한 감정은 내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쌓여 간다.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의 손을 빌려 하루를 시작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지금 내가 건넨 이 손길이 시간을 건너 다시 나를 찾아와 주기를.
나는 믿는다. 돌봄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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