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기 위한 거의 모든 준비

[프레시안 books] 안치용의 <노벨문학상 모두 읽기>

"우리는 왜 문학을 읽을까, 아니 읽어야 할까?"

최근 출간된 <노벨문학상 모두 읽기>(마인드큐브)의 저자 안치용이 이 책의 모두에 던지는 질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제법 지식인으로 분류되는 주변의 사람들 중에 성인이 되고 나서 문학을 읽은 적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사례를 더러 목격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실용서적이나 사회과학 책을 읽는 것으로 독서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인문학을 보충한다고 철학서적을 읽기도 하나 이들 중 문학엔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여기엔, 서로 연결된 두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문학 읽기를 한가한 취미로 보거나, 반대로 문학을 읽고 이해하기를 너무 어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은 크게 시와 소설로 나뉘고 대체로 시는 감성을, 소설은 사건을 그린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분류법에 맞지 않는 소설과 시가 있기도 하지만, 이렇게 이해한다고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노벨문학상을 받는 사람 중 다수가 소설가이고 이어 시인이다. 희곡 등 다른 장르 작가가 받기도 하지만 대세는 소설이다.

소설을 뜻하는 영어 중에 '지어낸 이야기' 정도의 의미를 갖는 픽션(fiction)이 있다. 소설을 우습게 보는 사람 중에서는 소설의 '픽션' 성격을 거론한다. 지어낸 가짜 이야기라서 실제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문학이 직접적인 삶의 지식을 주지 않고 행동의 지침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생긴 오해인데, 여기에도 앞의 두 가지 이유가 그대로 적용한다. 즉 '껄렁한' 소설은 삶에 도움이 되지 않고 진지한 소설은 어쩌면 삶에 도움이 되겠지만 도움을 끌어내려면 머리가 아프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머리가 아픈, 진지한 소설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다. 안치용 작가는 이런 정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어낸 이야기'란 뜻은 작가가 세상사에서 알맹이를 추출하고 그것을 문학의 방 법론으로 끌어 모으고 재구성하여, 세상사의 지혜를 압축한 그 결과물을 문학의 내용과 형식으로 보여준다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산만하고 과하게 넘쳐 나는 세상사를 작가의 능력으로 고갱이만 뽑아내어 먹기 좋게 만든 고농축 비타민이 문학이다."

안 작가의 주장으론 비유로서 실용적 지식과 학교 공부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에 해당한다면 문학은 비타민이다. 따라서 그의 주장에 근거하면 문학은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인 게 아니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 다만 안 작가도 "흡수율이 높고 성분이 좋은 비타민을 먹어야 하듯 문학도 좋은 문학을 읽어야 인체의 비타민처럼 정신의 비타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고농축이어서 여전히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는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꼭 필요하다면 비타민을 섭취하듯 읽을 수밖에.

'좋은 문학'을 판정하는 기준이 여기저기 많이 나와 있다. 독자 개인의 역량과 체질에 맞춰 고르면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그중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좋은 문학의 기준'이다. 엄밀하게 말해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란 말은 없다. 이 상은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준다. 그렇다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크게 잘못된 용어는 아니지 싶다. 『노벨문학상 모두 읽기』는 실수하지 않는 독서를 위한 지침서이다. "만일 무슨 책, 혹은 문학을 읽을까 고민스럽다면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고르면 된다. 그러면 절대 실수할 일이 없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51인의 대표작 정리하고 분석한 책

<노벨문학상 모두 읽기>는 인류의 가장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담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51인의 대표작 핵심을 정리하고 분석한 도서이다. 왜 문학을 읽어야 하고, 어떤 문학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을 앞부분에 담았지만 주요 내용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적 작품 51개의 안내이다. 20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라슬로 크라스타호르카이와 그의 대표작 <사탄탱고>의 핵심 내용과 해제까지 포함하여, 51개가 됐다.

이 책에서 시대를 초월하여 검증된 '가장 확실한 읽을거리'는 1947년 수상자 앙드레 지드의 자기 탐구, 1946년 수상자 헤르만 헤세가 추구한 구도자의 정신 등 초기 노벨상 수상자부터 난해하지만 독보적인 크라스타호르카이에까지 이른다. 2024년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물론 1978년 수상자 아이삭 싱어의 유대계 문학, 1986년 수상자 월레 소잉카의 아프리카 문학, 2012년 수상자 모옌(莫言)의 중국 문학, 2003년 수상자 존 맥스웰 쿳시의 사회 비판적 시선, 2019년 수상자 페터 한트케의 실험성, 2015년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논픽션까지 다양한 문화권과 장르적 경계를 아우르며 독자들의 지적 스펙트럼을 폭넓게 충족시킨다. 한 눈에 노벨문학상의 흐름을 훑을 수 있는 좋은 안내서이자 실제 독서를 위한 유용한 입문서이다.

저자인 안치용 작가는 20년가량 사회인과 대학생 독서지도를 했고, 그중 10년 가까이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에 특화한 독서 모임을 이끌어 온 독서 지도 전문가이다. 지금도 트레바리와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서 노벨문학상 읽기 모임을 멘토링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배경지식의 부담 없이 작품 자체의 핵심 가치와 메시지에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알맹이를 뽑아내 친절하게 짚어준다. 기자 출신으로 문학, 신학, 경제/경영 등 여러 분야를 공부했고 40여 권의 저술이 있는 전인적 지식인인 저자가 독자에게 꼭 필요한 내용만 뽑아서 정리해 담은 책이다. 이 책만 읽고도 대충 아는 체 할 수 있겠지만, 저자는 이 책을 읽고 목차의 도서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한 권을 골라 도전해 보기를 권한다.

저자는 이 책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읽기 위한 일종의 '아이스 브레이킹'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책을 읽는 데 머물지 말고 이 독서가 노벨문학상을 직접 읽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작가는 전한다.

▲<노벨문학상 모두 읽기> 안치용 지음, 마인드큐브 펴냄. ⓒ마인드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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