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은 100년 전인 1925년에 태어났다. 학력은 보통학교(초등학교)와 농업실수학교 2년 다닌 것이 다다. 대학교육은 커녕 중등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오덕이 2003년 78세에 돌아가시기까지 한 일은 참으로 대단하다. 이오덕은 평생 아이들을 생각하며 아이들을 믿고, 아이들을 살리고 지켜야 하며, 아이들에게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오덕이 힘주어 말한 '이름없이 정직하고 가난하게'인 '어린이 마음'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갖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오덕은 '초등학교 교사'면서 동시와 시, 동화, 수필을 쓴 '작가'이고, 우리나라 교육현실과 어린이문학과 세상살이에 쓴소리를 마다않던 '평론가'다.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연구를 한 '우리 말 연구가', 일제 강점기 노예교육과 비민주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참된' 교육을 하기 위해 교과서와 학교와 교육제도, 교육관리를 비판하고, 아이들의 '참된' 삶을 가꾸기 위한 교육으로 교육내용을 재구성한 '교육 연구가', 연구한 것을 실천하면서 글쓰기와 강연으로 널리 알리는 일을 한 '운동가'다. 1989년 이오덕의 뜻인 '참교육'을 내세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창립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오덕의 '참교육'인 '삶을 가꾸는 교육'은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외국 교육이론 받아들이기에 급급했던 우리나라 교육을 지켜내는데 큰일을 했다. 이오덕이 한 모든 일에는 마흔두 해 '초등학교 교사'를 하면서 학교안팎에서 만난 아이들이 있다.
이오덕은 우리들 삶의 목표가 민주적으로 인간스럽게 사는 것이어야 하고, 이렇게 사는 길을 찾는 교육이 삶의 교육이요, 이 삶의 교육이야말로 민족을 살리고 세계를 구하는 교육이라고 믿었다. 이오덕은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한 가지 방법으로 '삶을 가꾸는 글쓰기교육'을 제안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글쓰기 교육은 아이들에게 자기의 삶을 바로 보고 정직하게 쓰는 가운데서 사람다운 마음을 가지게 하고, 생각을 깊게 하고, 바르게 살아가도록 하는 교육이다. 이것을 우리는 '삶을 가꾸는 교육'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하는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을 바르게, 건강하게 키워가는 데 있다. 아이들을 참된 인간으로 길러가는 데에 글쓰기가 가장 훌륭한 방법이 된다고 믿는다. 우리는 어떤 모범적인 글, 완전한 글을 얻으려고 아이들을 지도하지 않는다. 글을 쓰기 이전에 살아가는 길부터 찾게 한다. 그래서 쓸 거리를 찾고, 구상을 하고, 글을 다듬고 고치고, 감상 비평하는 가운데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고, 남을 이해하고, 참과 거짓을 구별하고, 진실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무엇이 가치가 있는가를 알고, 살아 있는 말을 쓰는 태도를 익히게 한다. 이것이 삶을 가꾸는 글쓰기다." - 제3회 단재상을 받으며 하신 말씀 중에서, 1988. 4. 8.
이오덕은 교사들의 교육자이기도 했다. 지시와 강제만 있고,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교육 현장에서 힘겨워하고 괴로워하던 교사들에게 교사가 살아가야 할 '참된' 길을 몸소 실천하며 알려주면서 힘과 용기를 주었다. 마흔 해 넘게 초등교사로 살아온 나 역시 아이들에게 해야 할 ‘참된’ 교육과 교사로서 가야 할 '참된' 길, 그리고 '참된' 삶의 길을 그 어떤 유명한 책과 유명한 외국 교육사상가가 아닌 이오덕에게 배웠다. 선생님을 만나면서 전국에 있는 귀한 ‘참’ 교사들을 만날 수 있었고, 덕분에 일찍이 학교와 교육, 사회의 옳고 그름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었다. 선생님 덕분에 옳지 않은 일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고, 학교와 교육에 있던 문제들을 뜻을 같이하는 동료 교사들과 없애고 바꾸어 가는 데 앞장서서, 지금 후배 교사들에게 물려주지 않을 수 있었다. 선생님의 뜻을 따라 세상과 타협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의 주인이 되어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은 내가 교사로, 한 사람으로 가야 할 '참된' 길을 밝혀주고 이끌어 준 큰 스승이다. 선생님을 만난 지 올해로 46년째. 지금도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22년째. 선생님이 돌아가신 뒤로 사람들에게 점점 이오덕에 대한 관심이 희미해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오덕에 대한 바르지 않은 내용들이 더 많이 퍼져가고 있기도 하다. 이러다 이오덕의 '참' 뜻을 아예 놓쳐버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오덕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이오덕의 뜻은 지금은 물론 미래에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희미해진 이오덕을 또렷하게 살려내서 다시 꽃 피게 해야 한다. 이오덕을 살려서 꽃 피게 하는 일은 나와 아이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를 넘어 이 세상을 살리고 꽃 피게 하는 일이다. 이오덕을 살려서 꽃피게 하는 일은 바로 우리들 몫이다.
이오덕이 평생을 바쳐 한 일에 견주어 볼 때, 아직 이오덕에 대한 공부가 많이 부족하다. 이오덕을 공부할 곳도 마땅치 않다. 선생님 생각이 담긴 책들은 대부분 절판이 되어서 사서 볼 수가 없다. 이오덕 나신 지 100년, 돌아가신 지 22년. 이오덕을 교사, 작가, 평론가, 연구가, 운동가…로만 보는 것은 이오덕을 좁게 보는 것이다. 이오덕은 우리나라의 철학을 잇고 있는 중요한 '교육사상가'다. 이오덕이 남긴 소중한 유산을 지키고 이어가기 위해 남아있는 우리가 할 일이 참 많다. 여전히 갈 길을 헤매고 있는 우리나라의 ‘참’ 교육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참’ 삶을 위해서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의 귀한 교육사상가인 이오덕을 살려서 지켜내야 한다. 그 시작을 이오덕 나신 날인 11월 14일(금)에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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