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역사 70년, 그리고 민주당의 다음 70년은…

[최재천의 책갈피] <민주당의 역사 1955 2025> 박혁 글

2008년 총선에서 낙선하고 난 그 해 여름, 김대중 대통령께서 나를 동교동으로 부르셨다.

"첫째, 지역구인 성동을 벗어나지 마라. 부지런히 지역을 갈고 닦아라. 둘째, 여의도 얼씬거리지 마라. 셋째, 외국 유학이나 연수 갈 생각하지 마라. 그런 시대는 지났다... 민주당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좀 해라."

하지만 청개구리였다. 민주당의 역사에 대한 책을 구해본 적도 있고, 찾아본 적도 있다. 도무지 재미가 없거나 부분만을 다룬 저술이었다. 그 이후 민주당사를 제대로 읽은 적도 공부한 적도 없다.

우리 헌정사의 명저인, <헌법의 순간>을 썼던, 민주연구원 박혁 박사가 제대로 된 책을 펴냈다. <민주당의 역사 1955 2025>

"한 사람이 겪은 희로애락을 따라가면 그의 삶을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겪어온 희로애락 역시 민주당을 이해하는 좋은 실마리가 될 것이다."

1955년 9월 19일 명동에 있는 극장 시공사에서 민주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정일형이 창당 경과보고를 했고, 장면이 인사말을 했다. 장면은 민주당이 내건 목표들을 이렇게 설명했다.

"슬프게도 우리는 정부 수립 후 7년을 지낸 오늘 다시 모여 우리의 헌법이 모독당하였다는 사실을 규탄하고 우리의 민주주의적 포부와 이상을 재확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을 구하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일체의 독재를 배격한다고 정강의 서두에 내걸었다. 우리들은 진실한 민주주의를 살려 나가기 위해 공정한 선거와 내각 책임제를 주장하는 것이며, 관료정치를 반대하는 것이며, 관권의 남용을 경계하는 것이며 관권에 의한 경제권의 농단과 이에 수반되는 모든 부패를 배격하는 것이다."

시작의 의미도 있지만 굳이 뽑아내고 싶은 강령이 있어 이 문장을 인용했다. "내각책임제를 주장하는 것." 그렇다. 대통령제가 아니라 내각책임제다.

묘하게도 책의 마지막 문장이 브레히트의 <후대들에게> 인데 인용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단다./비천함에 대한 증오도/표정을 일그러뜨린다는 것을./불의에 대한 분노도/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아 우리는 친절한 우애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자 애썼지만/우리 스스로 친절하지는 못했다./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그런 세상을 맞거든/관용하는 마음으로/우리를 이해해다오."

민주당의 다음 70년은 찬란한 무용담이 아니라 지난 70년을 성찰하는 고백이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뜻이다.

▲<민주당의 역사 1955 2025> 박혁 글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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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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