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한글날과 우리말

올해도 어김없이 한글날이 돌아왔다. 금년에는 국회대회의실에서 한국어시낭송대회를 개최했는데,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서 성황리에 잘 마무리하였다. 한글날이면 사람들은 세종대왕이 어떻고, 순우리말이 어떻고 하면서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로 우리말을 SNS로 보내주면 생소하다고 하는 독자들이 더 많다.

우리말에는 순우리말로 된 것이 있고, 한자어로 된 것도 있고, 외래어로 된 것도 있다. 그래서 다양한 어휘들이 존재한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국한문 혼용을 주장해 왔고, 한자 교육을 어린 시절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실제로 한자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어휘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의 결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우리말 명사의 80%가 한자어였다. 지금은 외래어가 많이 차용되어 약간의 변동은 있을 수 있으나 그리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고 본다. 어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한글날을 기념하여 순우리말 놀이를 해 볼까 한다. 사실은 매주 월요일 아침에 SNS로 보낸 것들인데, 그 중에 독자들의 질문이 들어온 것 몇 개를 골라서 올려 본다.

들마 : 가게 문을 닫을 무렵

떨거둥이 : 의지하고 지내던 곳에서 가진 것 없이 쫓겨난 사람

떼전 : 한 동아리가 되어 무리를 이룬 사람들

똥기다 : 모르는 사실을 깨달아 암시를 주다(남에게 살며시 일러 주다)

뜸베질 : 소가 뿔로 닥치는 대로 들이 받는 것

띠앗 : 형제나 자매 사이의 우애심

위에 있는 것들이 지난 월요일에 보낸 것 중의 일부다. ‘뜨악하다’, ‘떡살’ 등도 같이 보냈으나 지면 관계상 줄여 썼다. 보통 ‘떡살’이나 ‘뜨악하다’ 정도는 들은 적이 있으나 위에 있는 것들은 처음 본다는 독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예문을 함께 보낸다.

들마에 손님이 몰려 왔다.

삼순이는 작은 잘못으로 그만 주인집에서 쫓겨나 떨거둥이가 되었다.

상대편 떼전이 많을지라도 겁낼 것이 없다.

태호는 눈치가 빨라서 두어 마디만 똥겨도 금세 알아차린다.

차식이는 뜸베질하는 하릅송아지처럼 식식거리기만 하였다.

우리집의 형제가 넷인데 띠앗이 좋은 편이다.

이렇게 예문을 함께 보내면, 보통 이해한다는 의견을 보내고 개중에는 더 많은 예문을 보내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면 사전이나 고문헌을 찾아 조금 더 보내주면 이해하고 고맙다는 답신이 온다. 오늘 아침에도 ‘등굣길’이라고 해야 한다고 보냈더니, 한자어에서 온 것이므로 사이시옷(ㅅ)을 붙이지 않는 것으로 안다는 의견이 들어 왔다. 그나마 이렇게 질문이 들어오는 경우는 행복하다. 아침부터 공부시킨다고 욕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등교’는 한자어이고, ‘길’는 우리말이기 때문에 중간에 사이시옷이 들어가야 한다고 답을 주었다. 발음도 [등교낄]이라고 해야 한다.

우리말은 참으로 어렵다. 한자어와 순우리말로 된 것도 많아서 발음도 어렵다. 사이시옷과 같은 개념이 들어가면 정신이 없어지는 모양이다. 한자어로만 된 단어도 있고, 순우리말로만 된 단어도 있다. 거기에 요즘은 콩글리시까지 등장하여 혼란을 가중한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지만 각 시대에 어울리는 어법이 정해져 있으니 그것을 따르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니 순우리말로 된 단어들은 이제 고어처럼 느낀다.

시대가 변하여 하릅송아지도 모르고, 스마트폰 속의 챗GPT에만 의존하고 있으니 이를 어쩌랴? 오호, 통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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