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을 요청한다

[기고] 이재명, 문재인 실책 되풀이 하면 안 된다

1.

이번 주 안에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그런데 간만 보다가 중장기적 아파트값 상승세를 외려 부추길 미온적 대책이 나올 거라는 예측 보도가 파다하다. 나는 이번 발표에서, 최소한 미국과 일본 수준에 근접한 보유세 개편과 특히 불법투기꾼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 대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고 본다.

그렇게 단번에 부동산 투기세력의 허리를 꺽어놓지 못하면, 임기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이 200퍼센트나 올랐던 제 2의 <문재인 부동산 폭등>이 필연적으로 재현될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참모들 열 명 가운데 네 명이 강남3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나는 이들이, 이미 부동산 기득권으로서 고위 관료들과 함께 근본적 부동산 대책 실행을 회피하는 주역들이라는 세간의 의심에 동의한다. 중산층 민심 이반이니 지방선거 패배 위험이니 주절주절 궤변 늘어놓으며 OECD 평균(0.33퍼센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유세를 이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집단 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의 자기 재산 보전 욕망이 정책적 실천 당위보다 훨씬 더 크며, 그것이 현 정부 출범 이후 미온적 대책 반복의 핵심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 참고로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세 실효 세율은 0.15퍼센트로 일본(0.49퍼센트)과 미국(0.83퍼센트)에 턱없이 뒤처진다.)

2.

오늘날 대한민국의 계급구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인이, 어느 지역에 사느냐 집값이 얼마냐 하는 부동산 보유의 유무 다과에 있다는 건 세상의 상식이 되었다.

차마 믿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강남 아파트 2채 중 하나를 처분하라는 요청에 초개처럼 공직을 내던졌다는 어느 청와대 고위 공직자의 소문을 개인적으로 생생히 기억한다. 권력은 화무십일홍이지만 돈은 영원하다는 그 투철한 생존철학에 사람들이 끝없이 혀를 차던 모습도.

이 점에서 나는 보유세 확대 실행에 반대하는 현 정부 내 고위 관료들과 장차관, 대통령실 구성원의 사회심리적 스탠스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가 능히 짐작이 간다. 거기에다 (손바닥 만한 집 한 채 없는 처지에) 선동적 이데올로기에 현혹되어 세금 인상이라면 무조건 반대하고, 특히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보유세 도입에 펄펄 뛰는 일부 서민층의 '부동산 계급 배반 의식‘이 불쏘시개를 제공 중이라 본다.

사람들은 부동산 보유세라고 하면 1가구 보유세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보유세 면세 특혜다. 문재인, 윤석열 정부를 지나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이 문제는 일반 대중의 시야에서 교묘히 숨겨져 있다.

우리나라 주택 임대사업자 가운데 상위 30명이 보유한 주택 총 숫자가 몇 채인지 아시는가?

(임대 주택 숫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근 통계는 없지만, 2019년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1만 1천 채를 넘는다. 1인당 평균 370여 채다. 개탄스러운 것은 사정이 이런데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전용 85 제곱미터 이하 주택 각각의 공시가격이 수도권 6억원 이하(지방은 3억원 이하)만 되면,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요건이 적용되어 100채가 되든 1,000채가 되든 종부세가 0원이란 사실이다. 전세든 월세든 그렇게 창출되는 막대한 임대료가 누구에게로 가겠는가.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명제는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경제적 근간을 형성하는 1차적 대원칙이다. 그럴진대, 지대 이윤으로 획득하는 저 압도적 부동산 불로소득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 과연 경제정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사정이 이런데도 왜 이재명 정부는 주택 관련 세금 확대 이야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는가를 정면으로 묻고 싶다.

3.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지난 정부의 운명에서 보았듯이, 부동산 폭등을 잡지 못하면 종다수 서민과 중산층 유권자가 단번에 등을 돌리고 결국 정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역대 선거에서 20, 30대 세대의 민심이반을 몰고온 핵심적 원인이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팩트를 부정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동이다.

현재와 같은 천문학적 아파트 가격 수준에서, 거액의 증여나 유산상속 이외에 청년들이 ‘지상의 방 한 칸’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030 청년들이 평생동안 악착같이 돈을 저축한다 해도 부동산 가격이 꿈도 못 꿀 성층권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참담한 현실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미 다양한 자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나는 젊은이들의 역대 민주당 정부 비판의 핵심 원인이 부동산 폭등에 있다고 판단한다, 문재인 정부가 그랬으니 이번 정부도 예외가 없으리라 본다. 정부여당이 이번에도 부동산 폭등을 잡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극히 어렵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그처럼 너무나 생생한 가까운 과거의 교훈을, 권력만 잡고 나면 집권세력 상층부는 신기할 정도로 까맣게 잊는다. 다음 대선에서, 예를 들어 오세훈 같은 극단적 신자유주의 보수주의자가 승리한다면 현 정부 핵심의 운명이 어찌 될 건지는 불 보듯 훤하지 않겠는가. 상황이 이런데도 부동산 폭등 흐름에 명운을 걸고 대처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진배가 없다고 본다. 스스로 망하는 길을 간다는 뜻이다.

결국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반복적으로 공언해왔듯이, 이번 부동산 대책에 부동산 불로투기 세력의 삿된 욕망을 단 칼에 베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고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명령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실과 핵심 부동산 관련 부처 내의 <강남파>들이 결국 자기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부동산 정책을 주무르고 있다는, 세간의 광범위한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

대통령의 결단을 절박하게 희망하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가 결국 이번 주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성동구와 마포구의 아파트값은 각각 0.78%, 0.69%가 올라 6·27 대출 규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광진구는 0.65%가 올라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성동구 한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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