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이후 법무부가 작성하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인명카드의 상당수가 참고인임에도 이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부풀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와 유사한 관행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실이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이하 보존소)로부터 지난 9월 제출받은 인명카드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통일부로부터 이관받은 2550건 자료를 근거로 작성된 인명카드는 가해자 1990장, 피해자 850장, 참고인 1603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대비 참고인 카드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결과다. 참고인이 169장, 가해자가 151장, 피해자가 52장 더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과 24년의 변화를 살펴봐도 참고인 증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8월 30일 통일부는 '2024년 북한인권 증진 추진현황 국회 보고'자료에서 "가해자·피해자 등 인명카드 4071장을 작성했다"고 밝혀 가해자와 피해자, 참고인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나눠져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피해자와 가해자, 참고인의 숫자는 의원실이 별도로 질의를 통해 확인한 사항이었다. 심지어 '참고인'이 형사절차법상의 개념인지 아니면 보존소에서 참고한 인원인지에 대해 법무부는 "넓은 의미의 참고한 대상"이라고만 답했다.
보존소는 통일 전에는 북한 내 인권침해 사건 발생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통일 이후에는 피해 복구 및 사회 정의 실현을 명분으로 설립됐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보존소에서 관리하는 인명카드는 이후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구제 등에 활용되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법무부는 인명카드에 대해 "통일부 북한인권기록보존센터에서 수집된 자료 및 이를 근거로 작성된 기록에 대하여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운영규칙', '북한인권자료 관리에 관한 규정' 에 따라 진본성, 무결성, 신뢰성 및 이용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존‧관리 중이며, 가해자 형사소추를 위한 증거자료, 피해자 보상·복권, 역사·문화적 기억을 비롯한 사회통합 자료 등을 위하여 인명카드를 보존 관리하고 있다"라고 그 목적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인명카드가 향후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하고 신중하게 표기 및 구분이 되어야 하지만, 국회 보고 자료에 피해자와 가해자만 밝히고 참고인 수를 '등'으로 표기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실제보다 부각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해가 지난 이후에도 이같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국회에 매년 보고하는 '2025 통일부 북한인권 증진 추진현황' 문건에서 2017년 1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인명카드 4443장을 작성했으며 '북한 인권기록보존관리시스템(DB)'에 보존·관리하고 있다고 기재했다.
여기서 4443장의 인명카드 중 가해자카드와 피해자카드, 참고인카드의 구분은 없었고 '총원'으로만 표기돼 있었다. 해당 문서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이후 2024년까지 참고인을 빼고 '가해자, 피해자 등'으로 표기하다가, 이제는 가해자와 피해자 언급도 없이 총원만 기재한 셈이다.
통일부는 해당 문건에 가해자와 피해자, 참고인 등의 세부 항목으로 기재하지 않고 종합해서 기재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실적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며, 세부 항목별 수치는 제출받지 못했다"며 "인명카드는 법무부 소관으로 통일부에서는 세부 수치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통일부는 이후 혼돈 방지를 위해 추후 국회 자료 작성 시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기재 방식을 수정하는 부분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준형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가해자·피해자 등'이라는 불명확한 표현으로 인해 '북한 인권침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3~4천 명에 달한다'는 식의 오보가 반복됐다"며 "지난해 지적이 나왔음에도 올해 통일부가 '총원'만 표기해 국회 보고자료를 작성한 것은 명백한 후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시절, 통일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며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명카드 사안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던 만큼, 새 정부에서는 이런 왜곡된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며 "북한 인권 문제의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항목별 현황도 모르면서 매년 국회에 보고자료를 제출해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모르면서 작성했다면 무능이고, 알고도 누락했다면 직무 방임"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보존소는 연도별 건수의 증감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2호의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면서 제출하길 거부했다. 이에 지난해 3분기까지 작성된 카드 숫자와 올해까지 작성된 수치를 비교해 증가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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