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어오른다"고 말한 극우인사 日 총리로…극우세력이 점령한 美·日과 협력 어떻게?

여자 '아베 신조' 다카이치 사나에, 여성 최초 자민당 총재 당선…오는 15일 총리 선출될 듯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중의원(전 경제안보상)이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를 제치고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제29대 총재로 당선됐다.

4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다카이치 의원은 당 소속 국회의원 149표, 당원 환산표 36표 등 185표를 얻어 의원 145표, 당원 환산표 11표 등 156표를 득표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제치고 자민당 최초 여성 총재로 당선됐다. 다카이치 의원은 1차 투표에서도 183표를 얻어 1위로 결선에 올랐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 소속 국회의원(현 의원 수 295명)이 각 1표씩을 행사하고 약 91만 명의 당원·당우 투표를 국회의원 수와 같은 수인 295표로 환산해 득표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번처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결선투표의 경우 국회의원 295명은 새로 투표를 하지만 당원·당우표의 경우 1차 투표를 전국 47곳 광역지방자치단체로 분류해서 결선 투표자 중 더 많은 표를 득표한 사람이 해당 지역의 표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당원‧당우표는 1차 투표 때 295표로 환산된 것과 달리 2차 투표에서는 47표로 환산된다.

다카이치 의원의 당선에는 당 소속 의원들의 지지뿐만 아니라 자민당 당원들의 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1차 투표에서 그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에 이어 의원 득표에서는 3위를 기록했지만 당원 투표에서는 116표를 가져가면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키이치 의원은 오는 15일 실시 예정인 총리 지명선거를 거쳐 제104대 총리로 취임할 예정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현재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민당이 제1당이고 이를 견제할 야당이 분열된 상황이라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이날 결선투표 결과 발표 이후 당선 소감을 통해 "당의 전력을 결집해 전원이 함께 참여하여 당을 재건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일본 공영방송 NHK가 보도했다.

그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총리에 대해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 모두에서 소수 여당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야당과 성실히 마주하며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방재청 설치와 지방 창생(지방 활성화)에 큰 길을 열어준 데 대해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의원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일이 산더미 같고, 신속히 실행해야 할 정책이 많다. 여러분과 함께 자민당을 더 의욕적이고 밝은 당으로, 많은 사람의 불안을 희망으로 바꾸는 당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세대가 총력을 다해 전원이 참여하지 않으면 자민당은 재건될 수 없다. 인원이 적기 때문에 전원이 마차처럼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 나 자신도 '워크-라이프 밸런스'라는 말을 버리고, 일하고 또 일하고 또 일하겠다"며 "일본을 위해, 자민당을 재건하기 위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주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중의원(전 경제안보상)이 4일 일본 도쿄에서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해 제29대 자민당 총재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야스쿠니 참배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하는 '극우' 다카이치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여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라고 불릴 정도로 극우적인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다.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고향인 나라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3년 뒤인 1996년 자민당에 입당했다.

2006년 9월 1차 아베 내각에서 오키나와 및 북방영토 대책 담당 내각부 특명 담당대신으로 첫 입각하면서 아베 총리와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2차 내각인 2014년에는 총무상을 맡았는데, 재직일 수를 기준으로 역대 최장 총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시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 왔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 패했던 8월 15일 종전의 날에 올해도 신사를 참배한 다카이치 의원은 이같은 행위가 한국과 중국을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각각의 나라를 위해 순직하신 분의 영령은 그 나라 국민의 마음에 따라 하는 것"이라며 "외교관계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지난 2022년 극우 단체 주관으로 열린 한 강연에서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간에 그만두는 등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つけ上がる)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등을 "일본에 기어오르는 국가"로 표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그는 지난달 24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것이냐는 질문에 "전몰자를 어떻게 위령하고 평화를 기도할지 적절히 판단해야 한다"면서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이는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극우적인 색채를 완화시켜야 했던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의원은 "조국을 지키려 한 분들께 존경을 계속 표하길 희망한다"며 지속적인 참배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돼 있는 A급 전범 처리 문제와 관련해 이들을 아스쿠니 신사에서 따로 분리하는 이른바 '분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날 일본 방송 후지테레비에 출연해 "재판을 받은 전범은 형이 집행된 단계에서는 더 이상 죄인이 아니다"라며 "어디에서든 합장하고 싶다"는 애매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남기정 교수는 "막상 총리가 되면 신사참배를 좀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당내에서 강경파만 안고 갈 수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익 쪽에 있는 사람들의 감성에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는 하겠지만, 완전히 그렇게만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내다봤다.

남 교수는 "그렇게 강경하게 (신사 참배를) 할 경우에는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결별도 생각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의 경우 미국과 관계도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다카이치 의원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한국이나 중국 등과 과거사 문제로 대립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달 25일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다키이치 의원은 "아베 신조 내각에서 전후 70년 담화를 각의(한국의 국무회의 격)에서 결정 했을 때 각료였고 이 담화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메시지가 필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총리는 1995년부터 10년 간격으로 전쟁과 관련해 사죄의 뜻을 담은 담화를 발표해왔는데, 아베 총리는 2015년 당시 담화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 왔다"며 "자손에계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남겨줘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독도 영유권 문제가 한일 간 갈등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2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27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토론회에서 다카이치 의원은 "대신(장관급)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의 날에 당당히 가면 좋지 않은가"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모두가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정부가 매년 2월 22일 시마네현 주도로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하는데, 일본 정부는 2013년 이후 차관급 인사를 행사에 파견해 왔다. 그런데 다카이치 의원이 이 인사의 급을 높이자고 주장한 셈이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아베의 70년 담화는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이고,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의 입장이나 원칙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지는 별개"라고 내다봤다.

남 교수는 "일본 측에서 과거사나 독도 등과 관련해 자극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건 장기적으로 봐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물론 행동이 수반되면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측에서도 발언의 수위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실수 또는 일탈로 강경한 발언이 나올 가능성은 있는데 대단한 계획을 세워서 이행하는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라며 일본 측도 현 정세를 고려해 다소 자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 교수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지난달 30일) 부산에 왔을 때 기대만큼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는데, 최소한의 발판은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정부가 일본의 새로운 내각에 이시바 내각 때 겨우 복원된 셔틀외교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는 정도의 메시지는 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카이치 의원이 미일 간 관세 협상을 다시 들여다 볼 것인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는 지난달 28일 후지테레비에서 주관한 자민당 총재 후보자들의 토론에서 미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 불평등한 부분이 있다며 "(협상) 운용 과정에서 일본의 국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불평등한 요소가 나온다면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야한다. 재협상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남 교수는 "대미관계에 있어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정도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우파의 기분을 대변해주는 측면, 이시바 전 총리에 대한 비판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실제 재협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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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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