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유엔(UN)총회 연설을 앞두고 각국 대표단이 줄줄이 퇴장해 빈자리 투성이인 총회장에서 연설이 이뤄지며 이스라엘의 고립이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유엔총회를 계기로 서방 주요국들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에 나선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이는 "완전한 광기"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WP), <AP> 통신 등을 종합하면 네타냐후 총리가 26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 연설을 위해 들어서자 50개국 이상에서 온 최소 100명의 외교관이 단체로 퇴장했다. 미국과 영국 외교관들은 전부 퇴장하진 않았지만 고위 대사나 당국자들이 아닌 하급 외교관들만 자리를 지켰다고 한다. 이란 대표단은 빈 자리에 지난 6월 이스라엘과의 전쟁 때 사망한 아이들 사진을 올려 두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한 "프랑스,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을 직접 지목해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승인이 "유대인을 살해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또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은 "(2001년) 9.11 (테러) 뒤 뉴욕에서 1마일(1.6km) 떨어진 곳에 알카에다 국가를 세우는 것과 같다"며 "완전한 광기"라고 비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에 제기된 가자지구에서의 집단학살(genocide), 기아 정책 혐의도 부인했다. 또 "하마스(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 습격을 주도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의 마지막 잔당이 가자시티에 숨어 있다"며 "이스라엘은 이 일을 완수해야 한다"고 국제사회가 만류한 가자시티 지상 공격을 계속할 것을 시사했다. 다만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 중간에 히브리어로 "여러분 모두를 집에 데려올 때까지 흔들리지 않겠다"며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을 향해 직접 말하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연설이 이스라엘 정보국 작업을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의 휴대폰으로 생중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AP> 통신은 가자지구 내 자사 기자들이 이에 대한 즉각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가자지구 국경에 거대 확성기를 설치해 연설을 가자지구로 생중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의 텅 빈 회장 연설이 국제사회를 향한 것이라기보다 국내 지지 기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교적 고립이 네타냐후 정부의 결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가디언>에 따르면 예루살렘 히브리대 정치학 교수 기드온 라하트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들이 국제적 고립을 걱정하지만, 대부분은 네타냐후 지지자 및 핵심 지지기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시라 에프론도 주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학자나 사업가들이 고립에 영향을 받는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오히려 "단기적으로 지지 기반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마크롱(프랑스 대통령)이나 스타머(영국 총리), 유럽 정치인들에 대항하는 것은 이스라엘 정치인들에게 정치적 비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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