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대북 방송 15년 만에 중단…남북관계 긴장 완화 이재명 정부 조치 계속

文 정부 때도 유지했지만 이번에 중단…"군사적 긴장 완화 위한 조치 일환"

남북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조치가 북한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국방부는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재개됐던 대북 방송을 15년 만에 중단했다.

1일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그간 군 당국이 송출했던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가 중단됐다는 보도에 대해 "국방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자유의 소리 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 5~15일 이종석 신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북 방송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인민의소리, 희망의메아리, 자유FM, 케이뉴스, 자유코리아방송 등 라디오 방송 5개와 대북 TV 방송 1개 등 모두 6개 주파수가 포함됐는데, 1970년대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제작됐던 대북 방송을 50여 년 만에 중단한 것이었다.

정부의 대북 방송은 북한의 대남 방송 중단에 따른 조치였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은 2023년 12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뒤 다음해인 2024년 1월 대남 라디오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당시 북한이 송출을 중단한 방송은 '통일의 메아리' 6개 주파수(FM 3개, 단파 3개), '평양방송' 7개 주파수(FM 3개, AM 2개, 단파 2개), '평양FM' 1개 등이었다.

북한의 방송 중단 배경은 남한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적대적 인식 하에서 이뤄졌다. 다만 방송을 중지하는 것은 상대를 향한 체제 선전 등 심리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모적 대결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측면도 있다.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대북 선제 조치는 이재명 정부 취임 직후부터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9일 통일부는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중지를 강력히 요청했고 국방부는 11일 14시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시켰다. 이에 12일 북한은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일정 부분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6월 25일 DMZ 내 여러 지역에서 국경화 작업의 일환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면서 관련 계획을 유엔사에 통보했다. 또 지난 7월 9일 통일부가 서해 및 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송환할 때도 남북은 유엔사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의 소통을 진행했다. 이어 북한은 7월 국정원의 대북 방송 중단에 대해 방해전파 10개 운영을 중단했다.

다만 북한이 남한의 조치에 지속적인 호응을 보내는 데는 일정한 한계도 나타났다. 지난달 4일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다고 밝혔고 이후 9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에서도 확성기 철거 동향이 있다고 공개했으나 14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를 부인했다.

김 부부장은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라는 제목의 본인 명의 담화에서 "얼마 전 한국합동참모본부도 국경선부근에서 우리가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식별되였다고 발표한바가 있다"며 "사실부터 밝힌다면 무근거한 일방적억측이고 여론조작놀음이다.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확성기 철거를 부인한 데 대해 "군은 관측한 사항에 대해서 사실을 설명드렸고 상대가 발표하는 그 의도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이전 군 발표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7월 28일을 시작으로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선을 그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남북관계 긴장을 낮추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7월 28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북한당국이 이재명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 몇 년 간의 적대 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일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단행한 대북 긴장완화 조치를 평가 절하하고 적대적 태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14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 기정동 마을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