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청탁으로 오명 뒤집어 쓴 ODA, 결국 예산 대폭 삭감…외교부, 전년 대비 6000억 원 줄여

2022년부터 200억 원대로 늘어났던 캄보디아 ODA 예산 삭감 가능성…통일부, 남북 대화 대비 예산 증액

외교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전년 대비 대폭 삭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ODA 사업 청탁에 연계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8일 외교부는 "세계로 향하는 실용외교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 사업별 투자를 확대하고, ODA 예산은 질적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규모를 조정하여 2026년 예산안(3조 6028억 원)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가 제출한 예산에 따르면 전체 예산 규모는 2025년 4억 2788억 원에 비해 6760억 원이 삭감됐다. 삭감분의 대부분은 ODA 사업에서 이뤄졌다. 외교부는 2025년 2조 8093억 원으로 잡혀있던 ODA 예산을 2026년에는 6241억 원 줄인 2조 1852억 원으로 책정했다.

ODA 예산이 줄어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 정책과 재정 여건, (지원을 받는) 수원국의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기획재정부와 협의 하에 도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과 김건희특검에서 통일교와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등이 '건진법사'인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전 대표에게 고가 패션 브랜드의 가방과 사치품 등을 제공하고 캄보디아 ODA 사업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캄보디아에 투입되는 ODA 예산에 변동이 있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특정 국가별 ODA 예산은 확인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 연도별 '외교부 예산 개요' 자료를 보면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캄보디아에 대한 ODA 예산은 100억 원대에서 200억 원대로 증가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캄보디아에 대한 ODA예산은 182억 7300만 원 이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에는 228억 4700만 원으로 25%가 증가했고 이후 2025년까지 200억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는 대외경제협력기금(Economic Development Cooperation Fund, EDCF)의 '민간협력전대차관' 방식으로 캄보디아에 대한 차관 지원 한도액을 큰 폭으로 늘리기도 했다.

지난 2022년 6월 13일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캄보디아 양국 정부는 '제4차 한-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통합 정책협의'를 개최하고 EDCF 차관 지원한도액을 기존 '16~'23년 간 7억 달러에서 향후 5년 간('22~'26년) 15억 달러로 대폭 증액 갱신하기로 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4월 30일 <경향신문>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의뢰로 '나라살림연구소'가 작성한 '현 정부 재정운용 평가'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예산안에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 민간협력 전대차관 사업으로 각각 648억 5000만 원이 편성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민간협력전대차관은 EDCF가 제공하는 차관 중 하나인데, ODA 사업을 시행하는 정부나 민간 법인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금융기관에 자금을 지급한다. 이 때문에 실제 자금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구체적인 내역을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민간협력전대차관은 1987년부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22년까지 단 한 차례만 예산으로 편성된 바 있다. 이에 이같은 방식의 캄보디아 지원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 속에 김건희 전 대표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월 30일 기획재정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민간협력전대차관'은 개도국의 민간부문 지원을 위한 개발협력 모델로, 국제사회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26년 예산에서 ODA 규모를 줄인 편성을 한 이유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ODA 예산 규모가 조정됐고 국별로 들어가는 협력 사업이나 양자 ODA 사업같은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축소된 부분이 있다"며 "감액이 많이 됐는데 전반적으로 모든 사업 규모가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ODA 예산 감축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고 일률적 기준을 가지고 증액이나 감액을 설명드리기는 어렵다"며 "기재부에서는 예산 당국으로서 설명을 하기 위해서 '실용 ODA'라고 정부 정책에 부합해 설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총 예산도, ODA 2023년도 예산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2023년 전체 예산이 3.4조이고 ODA가 2조 정도였는데 그와 비교해보면 (2026년 편성액은) 6~7% 증액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24년 외교부의 예산을 보면 ODA 예산이 전년 대비 39.2% 증가한 2조 7925억 원 이었으며 이 중 인도적 지원은 2023년 2993억 원에서 7401억 원으로 4408억 원이 증가됐다. 2025년의 경우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 때 급격하게 상승했던 ODA 예산 삭감 기조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부터 예상돼왔다. ODA 사업이 실제 의미보다는 김 전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들이 다수 포착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월 5일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본인 계정에서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며 "김건희표 캄보디아 민간협력 차관 350억 원 등 총 800억 원의 차관을 모두 삭감시켰다"면서 "방만한 윤석열표 ODA 예산을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 지난 2022년 11월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집을 찾았다. 당시는 영부인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이후 캄보디아 ODA 사업 청탁 정황이 드러나면서 당시 방문이 이를 위한 사전 포석 아니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통일부의 경우 일반회계 예산을 다소 증액했는데, 사업비의 경우 2025년 1671억 원에서 2026년 1699억원으로 28억 원(1.7%) 증가했다. 통일부는 "사업비는 남북간 대화 재개, 대북·통일 정책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 확산을 위한 예산의 신규·증액 편성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남북협력기금도 이전에 비해 증액됐는데 2026년에는 1조 25억 원으로 2025년 예산인 8008억 원 대비 25.2%에 해당하는 2017억 원이 추가됐다. 통일부는 "남북대화 재개 및 남북간 교류·협력 활성화에 대비하여 관련 재정적 기반 확충을 위해 규모를 대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특히 남북대화 재개를 대비해 '수준별·분야별 회담 준비 및 진행 예산'을 2억여 원에서 6억 원으로 약 4억 원 정도 증액했다. 통일부는 "남북 연락채널 복원과 남북간 대화 재개 및 정례화·제도화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편성했다"며 "이는 지난 정부 시기 대폭 감축된 예산을 복원하고 문재인 정부 시기 예산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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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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