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며 이 정보가 한미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한미정상회담도 이런 영향을 기본으로 받았다"며 "우리가 잘된 것들이 이렇게 움직이는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해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 국무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사전에 파악한 것이 한일, 한미 정상회담을 연이어 진행한 배경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그는 "관계기관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 계획을) 알고 있었고, 오늘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도 오늘 아침에 보고받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 김정은도 만나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추진하겠다. 올해 만나고 싶다"고 화답한 바 있다.
강 실장은 "아직 (북미 대화의) 공간이나 방식, 시기 등을 확정할 단계는 전혀 아니"라고 덧붙였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정상 간 만남을 추진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향후 남북 간 채널을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지 와일스 미국 대통령 비서실장과의 면담 추진 뒷 배경도 설명했다. 강 비서실장은 면담 추진 배경에 대해 "첫 통상 협상을 마치고 미국 내 정책 결정권자와 다양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게 저희 판단이었다"고 했다.
그는 "비서실장이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발제는 제 몫이었지만 대통령께서 이 판단까지도 같이 하셨다"고 강조하며 "상무라인, USTR 관세라인, 안보라인과 별도로 정무라인이라는 비서실장 라인이 나름 또 다른 존재의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 비서실장은 25일(현지시간) 오전 10시30분부터 40여분 간 와일스 실장과 면담한 사실을 밝히며 "대화가 나름 이뤄졌고 우리가 뭐가 답답하고 어려운지, 미국측은 뭘 원하는지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면담 중 '한국에서 숙청·혁명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는 트럼프 대통령 소셜미디어 글에 대한 오해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두 차례 전했다고 밝혔다.
강 비서실장은 "처음 인사를 간단히 하고 트루스소셜에 관해 얘기했고, 그 뒤로 만남의 의미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얘기했다"며 "마지막에 나오면서 다시 한번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께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제 느낌으로는 처음에 말했을 때 반응이 '알겠다' 정도였다면 마지막엔 '보고하겠다'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을 명시한 문서가 작성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그만큼 한미 간 협상은 상당히 어려운 협상"이라며 "투자 문제가 주한미군 문제를 포함한 다른 안보 이슈와도 연결되는 복합적인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는 결과적으로 (양국 논의가) 명문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 역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내부적으로는 시간을 갖는 게 전술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강 실장은 "큰 산을 넘었지만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며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것은 물론 미국과의 협상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계속 협상을 해야 하는 상태가 이제는 뉴노멀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소감을 "메뉴판과 이름판에 일일이 서명하고 건네주 모습이 미국의 따뜻한 아저씨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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