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양국이 지난달 타결한 무역 합의를 큰 틀에서 원칙적으로 지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의 이후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과 대미 투자펀드 3500억 달러 중 직접투자 액수 등을 놓고 이견이 표출돼온바 있는데, 이전 합의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한미정상회담 자리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 관련 이야기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강유정 대변인)라고 한국 대통령실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포고문 서명식에서 '한국과 무역 협상을 결론 내렸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 난 우리가 협상을 끝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한국)은 몇가지 문제를 제기했지만 우리는 우리 입장을 고수했다(we stuck to our guns)"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했고,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미국과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에 대해 "그(이 대통령)는 매우 좋은 남자(guy)이며 매우 좋은 한국 대표다. 이건 매우 큰 무역 합의다. 한국이 역대 타결한 합의 중 가장 크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실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합의문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로 얘기가 잘 된 회담이었다"고 긍정평가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예상보다 긴 약 2시간 20분 동안 정상회담을 가지며, 조선업에 대한 기대와 대북 관계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나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담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오늘 회담은 양 정상이 서로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쌓는 시간이었다"며 "협상이 전반적으로 잘 마무리된 것으로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확인하고 그 부분에 있어서 이의가 없이 끝났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의 얘기가 안 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농산물 추가 개방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지 묻자 "아예 그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숫자나 동맹 현대화 등이 등장하기보다는 두 분의 친밀감 높은 이야기로 끝이 났다"며 "양 정상이 친밀감을 느끼는 것을 공감하고 끝났다. 감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향후 실무진에서 협상을 이어가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조차도 얘기가 안 될 정도로 분위기 좋았다는 것"이라며 "처음에 '무역부터 얘기하자'고 했는데, 그 얘기가 다 사라지고 친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로 진행됐다"고 답했다. 이어 "두 정상의 친밀감을 느끼는 대화로 끝났다. 이게 전체 흐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10월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초청했고 "가능하다면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며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을 칭찬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며 과거 정치 테러 위협을 받았던 경험을 풀어내기도 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깊이 공감하면서 상세한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MAGA' 모자와 친필 메시지를 선물했다. 대통령실 참모진들에게는 이름표에 직접 사인을 해주며 기프트룸으로 안내해 마음에 드는 모자와 골프공, 와이셔츠 커프스핀, 기념 동전 등을 사인과 함께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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