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정부는 '동맹현대화'라는 명분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와 함께 한미동맹의 범위 역시 대중국 견제로 확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한국의 국방비 및 주한미군 주둔비 부담금(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접한 한국으로서는 안보와 경제에 심대한 위기가 초래될 수밖에 없는 중차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빛의 혁명 이후 맞이한 광복80주년을 기념해 자주통일평화연대(전 6.15남측위원회)는 주권과 평화를 위협하는 한미동맹의 위험성,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의 필요성,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정부가 지켜야 할 정치적 과제에 대한 전문가 연속기고를 연재합니다.
8월 18일부터 한미연합 '을지자유의방패(UFS : Ulchi Freedom Shield)' 연습이 시작됐다. 올해에도 훈련 일정을 발표하면서 합참과 주한미군사령관은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고 발표하였고, 이재명 대통령은 훈련 첫날 '을지연습'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없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진실'인가?
'방어적 훈련'이라는 허위와 왜곡
3월의 한미연합 '자유의 방패(FS : Freedom Shield)연습과 8월의 '을지자유의방패(UFS) 연습은 '작전계획에 의거한 전구급 전쟁 수행 절차 연습'으로, 주한미군은 이를 'War Exercise, 전쟁연습'으로 표기한다.
이 '한미연합전쟁연습'에 적용된 작전계획 5015는 적 공격 징후에 대한 선제공격과 북한 지휘부 제거, 전면전 대응 및 북한 점령 후 안정화 작전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지난해 새로이 갱신된 작전계획에는 핵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과 원점 타격 개념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 정권 시기에는 훈련의 내용을 언론에 떠들썩하게 과시하며 진행하였다. 일례로, 2016년 3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이후 '자유의 방패'로 명칭 변경함) 당시에는 "평양의 영변 핵시설과 주요 지휘부 시설, 북 전역에 있는 주요 미사일 기지만을 골라내어 '족집게식'으로 타격하는 훈련"을 진행한다고 발표한 바도 있다.
3월과 8월의 '한미연합전쟁연습'에는 한미측 병력 수만 명과 미국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한미측 공격무기가 동원되어 수십차례의 실사격·야외기동훈련이 진행된다. 야외기동훈련은 문재인 정부 시기 축소되었다가 윤석열 정권의 대북군사압박이 전면화되던 2023년 20회, 2024년 48회로 크게 늘어났다. 훈련의 내용과 성격, 동원되는 무기와 병력의 규모 등 어느 것을 보더라도 '공격적' 성격의 '전쟁연습'이며 '무력시위'이다.
때문에 1976년 '팀스피리트'연습이 시작되던 당시부터 '한미연합전쟁연습'은 지속적으로 북한의 반발을 불러왔고, 그 중단 문제는 남북, 북미 대화의 단골 의제였다. 2017년 연말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2018년 북미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적인 워 게임 중단' 공약은 상징적인 사례이다.
선제공격과 지휘부 제거, 국토 점령과 안정화 작전 등을 시나리오로 하여 대규모 무기와 병력을 동원하는 '전쟁연습'을 '방어적 훈련'이라고 왜곡하며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한,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말이 진정성 있게 들릴 리가 없으며, 긴장이 해결될 리도 만무하다. 실기동훈련 40여개를 8-9월에 분산 시행하는 것 역시 긴장완화의 실효적 의미는 없다. 북한이 대한민국 점령과 지휘부 제거를 표방한 군사훈련을 공개적으로 이어갈 때 한국 사회가 이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본다면 해법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전략에 따른 한미연합훈련의 진화와 군사갈등의 격화
윤석열 정부 시기 한미연합군사연습·훈련에 핵,재래식전력의 결합, 대중국 압박 전략과 미 본토방어 역할 등의 미 전략이 반영되어 주변국과의 갈등 요인을 더하고 있다.
우선 '다영역 작전' 개념이 반영되었다. '다영역 작전'은 전장의 영역이 기존의 지상·해상·공중에 더해 우주·사이버・전자기까지 확장되어 이에 대해 효과적 대응을 위해 여러 영역을 통합하여 작전을 수행한다는 개념으로, 미국이 중국을 겨냥하여 발전시킨 교리이다.
미국은 이를 수행하면서 자국 군사력 뿐 아니라 동맹국 역량도 동원하고 있는데, 한미 양국은 2023년 윤석열-바이든 워싱턴 선언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우주, 사이버 영역으로 확장, 적용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래 '다영역 작전'을 실전훈련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2024년 3월 '자유의 방패'연습 당시 합참은 '지·해·공·사이버·우주자산 등을 활용한 다영역 작전'을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지속적, 정례적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2024년부터 시작된 한미일 3국 훈련인 '프리덤 엣지'는 '다영역 훈련'을 표방하며 시작됐고, 2025년 3국 국방장관은 이를 정례적으로 진행키로 합의했다. 미국의 군사전략인 '다영역 작전'에 의거하여 한미 양자 사이, 그리고 한미일 3국 사이의 상호운용성, 즉 통합성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또한 한미핵협의그룹 창설과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 합의, '재래식-핵무기 통합'(CNI)'전략이 훈련에 반영되어 미 핵무기와 재래식무기가 결합된 훈련이 빈번해지고 있다.
2023년 한미 정부는 미국의 핵전력에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지원하는 합의를 이뤘는데, 이는 한반도에 미 핵무기의 전개를 공약한 것일 뿐 아니라 한반도 역외의 미국 핵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전력 지원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한미 핵, 재래식 전력 통합 운용은 합의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훈련에 적용되면서 현실화되고 있는데, 2024년 7월 30일 도상훈련 '아이언 메이스'를 시작으로, 2024년 8월 '을지자유의방패'연습에서 '핵 시나리오'가 적용됐고 2025년 3월 한미연합 '프리덤실드' 연습에서는 '한·미 전략사령부 공조 하에 북한 핵시설 또는 탄도탄 원점 여러 곳을 식별해 원점을 사전타격'하는 새 작계를 반영하여 훈련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ICBM 대응 훈련과 중국과의 공중전을 가상한 훈련 등 미 본토 방어와 중국 견제를 위한 훈련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3월 한미 공군은 '프리덤실드' 연습의 일환으로, '적의 탄도미사일 TEL(이동식발사대)를 탐지하고, 식별, 추적, 타격'하기 위한 '공중대기 항공차단 연습'을 진행했고, '북한의 ICBM 발사에 대응'하는 '공격 편대군 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겨냥하는 곳이 한국이 아니라 미 본토와 역외 기지라는 점에서, 한미 간 미 본토 방어를 위한 훈련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5월 한미 공군은 "태평양 지역 내 민첩한 전투 고용(ACE)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의 F-22 전투기와 한국의 F-35A 전투기가 참가하는 최초의 근거리 공중전(도그파이트, Dog-Fight) 연습을 실시했다. 한반도가 아니라 태평양 지역, 즉 중국을 겨냥한 훈련을 진행한 것이다. 한미일 다영역 훈련인 프리덤 엣지 또한 제주 남방, 즉 동중국해 인근에서 진행하는 등 중국을 겨냥한 훈련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한편,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진행되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사훈련에 한국의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호주에서의 육,해,공,해병대 훈련인 '탈리스만 세이버', 태평양에서 대잠, 미사일 대응훈련인 '퍼시픽 뱅가드'와 '시 드래곤, 필리핀에서 해병대 상륙훈련인 '카만닥' 등 제1,2도련선 인근에서 집중적으로 다국적 해상훈련 및 상륙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이 본격화되던 2019년 퍼시픽 뱅가드 훈련을 시작으로 2020년 카만닥, 시드래곤, 2021년 탈리스만 세이버 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참여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태평양 일대의 다국적 훈련에 굳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미국 군사 전략 상 필요에 의한 조치일 뿐이다.
한미연합군사연습의 이같은 변화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대중국 압박 협력 강화 기조가 훈련을 통해 이미 실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반도-태평양 일대에서 미국 주도의 군사훈련이 확대됨에 따라 중,러 역시 한반도 일대에서의 군사훈련을 확대하는 등 주변국의 반발도 가시화되고 있다.
급증하는 한미연합훈련의 부담은 고스란히 한반도로
국방백서와 국방부 정보공개 자료에 따르면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는 117회에서, 윤석열 정부 첫 해인 2022년에는 206회로 늘었고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인 2024년에는 무려 340여회로 증가했다. 2017년에 비해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로, 한반도에서 사실상 매일같이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셈이다.
2018년 남북,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한미 정부는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공약했으나 2019년 초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재개하고 무력시위 확대강화로 나아간 결과 현재 남북, 북미대화는 모두 중단됐으며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다다랐다.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의 내용이 미국의 군사전략에 충실하게 변화함에 따라 북한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의 긴장도 격화되어 안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연합군사연습과 미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대북적대정책, 미국의 인-태 전략에 따라 확대된 한미연합군사연습의 비용마저 한국에게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연습이 군사위기를 낳는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내자
그동안 무력시위는 무력시위를 낳고, 군사적 압박은 군사적 반발만을 낳았다. '한미연합훈련'이라는 이름의 무력시위가 몇 배씩 늘어나는 동안 한반도 군사갈등은 첨예하게 고조되었고, 이제 그 비용까지 전가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으로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방어적 훈련'이라는 위선과 거짓을 내려두고 이제는 전쟁연습 중단으로 악순환의 굴레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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