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파 간의 극한 대립 구도 속 전당대회를 치르는 국민의힘에서 '비상계엄 옹호' 발언은 여전히 유효한 득점 전략이다. '민심 역행' 비판에도 강성당원의 고성에 장내가 들썩이는 터라 일부 후보는 그 분위기에 쉽게 올라타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전한길'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후보(초선, 대구 북구갑)는 이같은 당내 상황과 관련, 후반부로 치닫는 전당대회에서 "조금 더 상식적인 목소리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적어도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목소리는 이제 배제돼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실제로 우 후보는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장에서 "배신자" 야유를 맞닥뜨렸지만, "비상계엄은 명백한 불법이며 탄핵은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우 후보는 18일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심판당한 것이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부정선거론의 핵심도 결국 우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고 '부정선거 음모론'과 '계엄 옹호론'의 악순환을 지적했다. 현역 국회의원 중 몇 안 되는 30대 청년 정치인인 우 후보는 당의 고질적인 계파 정치 문제, 중진 중심의 인적 쇄신 필요성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부 총질'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로 이해도를 높이고 갈등을 줄여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 17일, 최우성 전 청년최고위원 후보와 전당대회 첫 단일화를 이룬 것에 대해 우 후보는 "'계엄 옹호' 목소리가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 당이 더 옳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최 후보와) 공유하고 있었다. 그 이야기가 발전해 단일화까지 됐다"면서 당 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상식적인 목소리가 더 커지길 바란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안철수·조경태 당 대표 후보의 단일화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김문수 후보도 이쪽으로 오면 좋겠다"고 했다.

전한길에 끌려다닌 전대…"계몽령은 배제하자"
우 후보는 "우리의 혁신은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과 이미 절연했다', '언제까지 사과만 할 건가'라는 당내 반론에 우 후보는 "아직 국민 눈높이에 부족한 측면이 있다. 조금 더 민심에 부합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우 후보는 지난달 31일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전한길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그만큼 전한길 씨의 입당이 당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 2005년 대구의 한 학원에서 전 씨 수업을 들었다는 우 후보는 "계몽령은 틀린 말"이라며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고 했다.
우려대로 전당대회 흐름이 전 씨에 의해 좌우된다는 인상을 남긴 것에 우 후보는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계엄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끌려가지 않으면서 최대한 그들을 안고 가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 (계엄 옹호) 사람들에게 당이 끌려가는 모양새까지 됐다"며 "계엄 옹호 목소리는 이제 배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장선에서 우 후보는 "부정선거론도 계엄 옹호와 결국 연관돼 있다. 우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며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우리의 잘못'이 아닌 투표 등 다른 것으로 가려서 반성·쇄신을 가리려는 시도가 부정선거론의 핵심이다. 선거 패배에 대한 불복, 국민이 오인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14일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합동연설회에서 소란을 일으킨 전 씨에게 '경고' 경징계를 내린 데 대해서는 "계몽령이 아니라 '배신자'라는 구호가 문제 된 건데, 징계가 아닌 설득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며 수긍의 태도를 보였다. 다만 "저는 중징계를 반대했지만, 그게 결코 '계엄을 옹호하는 생각도 품고 가겠다'는 건 아니다. 그런 말을 하거나, 영향력을 미치려고 강하게 주장한다면 그때는 중징계를 해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 후보는 지난해 12월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국회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 한 명이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반대' 투표했다. 탄핵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당시 반대 투표한 우 후보는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그는 "탄핵이 아니라 다른 수단으로 이 사태를 정리하고, 우리가 책임지면 좋겠다는 의견에 공감이 갔다"고 했다.
'탄핵을 반대한 국회의원'이라는 꼬리표, '반탄' 후보들의 지도부 석권 시 부정적인 여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우 의원은 "갈등을 줄여가고, 민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고민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계엄 사태 때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한동훈 당시 대표의 결정에는 "계엄은 큰 잘못이고, 윤 전 대통령 직무 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탄핵 이외의 수단을 찾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당의 미래를 봐야 하는 대표 입장에서는 탄핵 찬성 의견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상식적 목소리 커져야…당 혼란 속 중진 역할 부족"
우 후보는 계파 정치에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만, 정작 '한동훈계'로 분류돼 계파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 우 후보는 "완전히 계파를 없앤다는 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제가 어느 계파에 있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더 중요한 건 의견이 다른 사람과 계속 만나고,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저는 충분히 그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내세웠다.
전당대회 내내 대립 구도가 부각된 터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우 후보는 선거 기간 꾸준히 '청년최고위원 후보 공약'을 발표했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응원하며 새누리당에 입당"했고, "지난 10년 동안 동지들이 어떻게 청년 정치에서 좌절하는지 지켜 봐왔다"고 밝힌 그는 "청년 정치인에게 어떤 역할이 맞는지, 어떻게 그들을 길러낼지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이 별로 없었다. 선거처럼 필요할 때만 주먹구구식으로 쓰였다"며 "청년 정치에 대한 방법을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안한 당 혁신안이 좌초된 상황에 우 후보는 "지금은 일정 부분 과거를 반성하고, 정리해야 할 시기를 이미 놓친 거 같다"고 판단했다. 새 지도부에서 쇄신 불씨를 되살릴 가능성도 "특검 정국에 들어와 당이 너무 여유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앞서 '중진의원 차기 총선 불출마'를 하나의 혁신안으로 제안한 우 후보는 이에 대해서도 "중진 선배들이 책임을 져주십사, '중진 용퇴론'을 이야기한 건데 그조차도 특검 정국에 흐려지고 있다.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당이 큰 혼란을 겪는 동안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데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은 유지했다.
대여 투쟁에는 고삐를 조였다. 우 후보는 "당내에서는 통합을 이루고, 당 외부로는 민주당의 공격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히 국민의힘을 향한 특검의 수사에는 "정치적이고, 무리하다", "특검에 협조할 생각은 전혀 없다. 명분 없는 과잉 수사에는 저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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