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우크라 동부 영토 접수하고, 우크라는 '나토 준하는' 안보보장 받고?

미-우크라 정상회담 앞두고 구체화되는 협상 방안…유럽 정상들, 정상회담 참석 차 대거 미국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구체적 협상 방안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양도받고 우크라이나에는 나토 동맹국에 준하는 안전 보장을 실시하는 것과 함께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구상을 전해 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의 일부 지역을 반환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아직 점령하지 못한 동부 지역을 내주는 방안이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평화 제안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가 제안한 협정안은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대신, 러시아는 남부의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에서의 전선을 동결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어 이 소식통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부의 수미 지역과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에서 점령한 비교적 작은 규모의 땅을 반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미국 측이 이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소한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인정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서방 전체와 우크라이나의 인정을 포함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통신은 "푸틴은 최소한 일부 대러 제재 해제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것이 미국 제재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아니면 유럽 제재만을 의미하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 대통령 특사는 17일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출연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영토 교환과 같은 사안의 경우 우크라이나와 먼저 논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전을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일종의 영토 교환인데, 이는 궁극적으로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사안이므로 이번 회담(미러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수 없었다. 우리는 이를 월요일(미-우크라 정상회담)에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 문제가 명확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조만간 평화 협정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위트코프 특사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인 돈바스 전역을 러시아에 넘긴다면 전쟁을 끝내겠다고 푸틴과 합의했다는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 직접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 문제를 평화협정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 지역(우크라이나 전선) 모두와 관련해 협상장에서 일부 양보를 했다. 특히 도네츠크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중요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그 논의는 월요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표단과 일부 유럽 지도자들과 함께 도착할 때 구체적으로 다뤄질 것이며, 그 자리에서 곧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의 엘리제궁 계정에 게재된 영상 연설에서 "휴전이나 정전, 혹은 평화 협정의 일환으로 영토 상실을 인정할 수도 있다. 이는 다른 누군가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라, 군사적 행동으로 인한 상실을 인정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매우 중대한 양보가 될 것"이라고 말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토를 일부 내주는 대신 우크라이나가 받을 안보 보장에 대해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에 적용되는 일부 조항을 우크라이나에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어떤 형태로든 안보 보장을 받는 데는 열려 있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유럽 지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16일 유럽 정상들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논의했으며, NATO 외부에서 '제5조(집단방위조항)'에 준하는 보장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NATO 5조는 32개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이를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있다.

위트코프 특사 역시 17일 CNN에 출연해 "미국이 제5조에 준하는 보호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 방안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대신 제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이에 동의한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라고 말해 러시아의 동의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18일 트럼프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및 유럽 동맹국들 정상과 회담에서 안보 보장 협정에 대한 추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로 이뤄진 '의지의 연합'이 17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가졌으며,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군의 형태"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는데, 여러 서방 국가들이 분쟁 후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수천 명의 병력을 파병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훈련 및 군수 지원부터 최전선이나 분쟁 지역이 아닌 비전투 지역에 주둔하는 것까지 여러 국가가 이를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이에 어떻게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명확히 하기 위해" 군 병력 배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총리실 역시 이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공동 주재한 의지의연합 화상 회의 이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적대 행위가 중단되는 즉시 안보지원군을 파견하고 우크라이나의 영공과 해상을 보호하며 군을 재건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을 제공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높이 평가했으며, 의지의 연합은 다국적군 우크라이나를 통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 13일 성명에서는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이 "정전 또는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적대 행위 중단의 맥락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정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영국 공영방송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유럽 정상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을 종식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단순한 정전이 아니라 평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 회담에는 다수의 유럽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몰아 세웠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뿐만 아니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드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이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유럽 지도자들은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위험 부담이 크고 감정적인 회담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이들의 참석 결정은 매우 의미심장한 행동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대화의 중요성과 평화 협상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문은 "안보 보장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마련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푸틴 대통령은 세부 사항이 확정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런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7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기자회견에서 협상 전에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문은 미국과 러시아가 정전이나 휴전보다 평화 협정 체결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은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겨야 하는 과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예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