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와 이재명 정부의 과제

[복지국가SOCIETY] 인사가 만사다

막말인가, 경고음인가?

최동석 박사가 이재명 정부 초대 인사혁신처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과거 그가 한 인사 비판의 수위를 두고 지금까지 '막말'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최동석 처장이 집중적으로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감정적 토로와 사퇴 요구까지 이어지는 실정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당시 촛불 민심의 요구였던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 그리고 민생개혁이 좌초된 근본 원인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최 처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개혁과제가 줄줄이 좌초한 원인이 인사의 총체적 실패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최 처장의 그 '경고성 비판'에 대한 지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개혁과제의 근간은 입법을 통해 완성된다. 다만 집권당이 여소야대인 상황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개혁입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런데 21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절대 유리한 여대야소 지형의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를 만들어줬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개혁의지를 가진 능력 있는 인물을 기용하고 성과를 내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만 남았었다.

그럼에도 개혁과제들이 줄줄이 좌초되었다. 그 결과 부동산 투기 사태로 민생이 파탄 났고, 무도한 검찰독재자 윤석열에게 정권마저 내주는 '정권의 실패'로 이어졌다.

최 처장은 문재인 정부 인사 시스템이 보여준 '구조적 무능'과 '총체적 무책임'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표현 방식의 호불호를 넘어 그의 비판은 "대통령이 인사를 방치하면 국정은 표류한다"는 냉혹한 사실을 환기시킨다.

문재인 정부 인사 시스템, 왜 멈췄나?

촛불혁명이 세운 정부는 '공정과 유능'을 약속했다. 그러나 부처장 임용 단계부터 '정무적 판단'이 앞선 탓에 능력과 경력 검증은 소홀했다. 대표적 사례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임용과 장기간의 유임 인사다. 그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무한 사람이었다. 정치 지형 안배라는 정무적 배려 외에는 역량과 경험에 의한 인사검증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노무현 정부가 정권을 내놓게 된 결정적 요인이었다. 부동산 정책이 잘못되면 국민 대다수의 삶에 돌이키기 어려운 고통을 준다. 그뿐 아니라 민심까지 이반되어 정권마저 위험해 진다는 사실을 이미 보여준 바 있다. 따라서 부동산 정책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부동산 정책 문외한에 가까운 김현미를 국토부장관에 지명하였다. 그는 지명되자마자 마치 자신이 최고 전문가인 양 행동했다. 국회에서 복잡하게 얽힌 부동산 투기의 원인과 대책을 확신에 차 브리핑했다. 고위 국가정책 결정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과도한 자기 확신'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필자는 당시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기준과 인사검증 시스템을 우려한 바 있다. 부동산 정책에 문외한인 필자의 눈에도 그러할진대, 전문가들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그가 얼마나 아마추어적 식견으로 부동산 정책에 접근하고 있는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한눈에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인사시스템은 그것을 보지 못하였다.

김현미 장관의 임용을 보면서 "역시 진보정부가 들어서니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겠구나!"하며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은 자조했고, 부동산 투기꾼들은 더욱 확신을 갖고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는 말을 여러 사람들에게서 들은 바도 있다.

역시나 장관이 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부동산투기 근절대책'으로 포장되어 세상에 나왔지만, 새 대책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국토는 점점 투기장으로 변했다. 그는 열아홉 차례나 오락가락 대책을 내놓았으나 아무런 실효가 없었다. 급기야 2030으로 대변되는 젊은이들까지 갭(GAP) 투자에 나서는 부동산 투기공화국을 만들었다.

인사의 사후 평가와 문책 시스템은 작동했나?

더 큰 문제는 인사의 사후 관리 부재였다. 김현미 장관 사례에서 보듯이 문재인 정부는 인사실패가 정책실패로 입증되고 있음에도 중간평가나 문책인사 없이 계속 신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방임적 태도는 다른 부처 장관들이나 고위직 공무원들의 업무 태도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국민적 요구와 임명권자에 대한 무책임한 자세였다.

대표적 인물이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다. 그는 다수 국민이 요구하고 여당의 대표까지 강력히 요청한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을 끝까지 거부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그를 인사조치 하지 않고 임기를 끝까지 지켜주었다. (홍 전 부총리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태도를 바꿔 '숨겨둔 재정'까지 쓸어 모아 새 정부에 고스란히 바쳤다.) 대통령이 인사 실패를 인식하고도 이를 수수방관하자 국민의 좌절과 분노가 부동산 시장과 정권 민심에 폭탄처럼 쌓여 갔다.

인사 실패는 정책의 실패로, 정책의 실패는 정권의 실패로 귀결된다. 정권의 실패는 지난 정부에서 보듯이 때로 국가의 실패로 귀결되어 국민들만 고통당하게 된다. 최 처장이 유튜브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위에서 얘기한 '국가의 실패'와 '국민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임용→평가→문책' 시스템이 사라진 5년

최 처장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시스템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물들을 거친 언어로 통렬하게 비판한 것은 그만큼 촛불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모두 다 '비선에 의한 국정 농단에 놀아난 정권'이었다. 인사 철학이나 원칙, 인사 시스템의 기본이 작동하는 정상적인 정부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박근혜 정부나 윤석열 정부는 최 처장이 비판하고 싶은 대상조차 되지 못했을 것이다. 기대하고 믿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의 인사 무능과 잘못이 더 뼈아팠고, 그런 점 때문에 더욱 강한 어조로 비판했을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인사시스템 부작동의 사례가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과 비리에 대한 불문이다. 검찰개혁의 선봉장으로 그를 세웠지만, 그는 검찰개혁 약속을 저버리고 자신의 상관인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을 집요하게 표적 수사했다. 정권에 저항하며 임용권자에게 칼을 겨눴다. 그와 그의 배우자가 연루된 비리가 드러났음에도 용기 있는 인사조치를 하지 못했다. 결국 윤석열은 야당 대선후보가 돼 정권교체의 주역이 됐다.

이 사례는 '잘못된 인사가 확인돼도 책임을 묻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임용→사후평가→문책'으로 이어지는 인사 사이클이 한 번이라도 끊기면 국정의 심장 박동이 멎는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그 박동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최 처장은 이를 엄혹히 지적한 것이다.

"누구를 뽑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책임지냐"다. 그러나 과거 정부들은 인사를 정치적 타협의 수단이나 보은 인사로 소비했고, 책임 장치는 사실상 실종된 경우가 많았다.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권력', 윤석열 정부의 '검찰 편중' 인사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세 정부의 실패는 한목소리로 말한다. "대통령이 인사를 방치하면 국정은 표류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인사는 선출된 권력이 국민에 지는 마지막 책임이다."

이재명 정부의 '인사 파격'과 최동석 처장의 과제

이재명 대통령은 '비판자를 인사개혁 집행자'로 앞세우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최동석 인사처장, 기관사 출신 장관, 전 정부 인사 재기용 결정은 '연줄'이나 '코드'보다 현장성과 성과를 우선하겠다는 메시지다.

이는 단순한 돌출이 아니다. 과거 인사 실패를 누구보다 날카롭게 비판했던 이를 개혁의 선봉에 세우는 건 정치적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모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칼끝을 내민 이유는 명확하다. "시스템 전체를 갈아엎겠다"는 의지다.

이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인사 철학, 원칙, 시스템을 가장 격하게 비판한 최동석 박사를 국가 인사정책 수립의 책임부처 수장에 임명하였다. 이제 공인이 된 최동석 처장은, 이 대통령의 정면 돌파 승부수에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자신의 과거 비판이 잘못되었거나 과장된 것이었다는 것을 반증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지금부터 말 대신 전력하여 입증해야 할 인사제도와 인사 시스템 혁신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공정·투명 인사 프로세스를 재설계해야 한다. 역대 정부는 나름대로 자신의 정부 정체성에 맞는 인물을 등용하여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실력과 경험, 국민에 대한 헌신 의지를 갖춘 인물을 폭넓게 찾아 등용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지형에 대한 배려와 논공행상에만 얽매이지 않고 널리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재구축해야 한다.

둘째, 성과-책임 연동 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일 못하면 교체'가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정권의 약속 이행이고 책임정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번 임용된 자에 대한 '사후검증 및 평가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자신이 임용한 부처의 장차관에 대한 사후평가와 책임 인사는 자신을 선출해 준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마땅한 책무이다. 인사는 결국 정책의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임용 후 사후 검증과 성과 평가는 임용 전 인사검증 이상으로 중요하다.

셋째, 정권이 바뀌어도 작동하는 사후평가 프로토콜을 확립해야 한다. 대통령실 또는 인사수석이 주관하는 인사검증 시스템은 정권이 바뀌면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보편적 인사원칙과 사전·사후 인사검증 프로세스, 인사자료 데이터베이스가 상시 작동하는 제도적 장치를 인사혁신처에 시스템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위 세 가지는 최 처장이 전 정부들의 인사철학과 인사 시스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할 것이다. 이 세 가지 축이 잘 굴러가도록 해야 그의 '독설'은 '필요했던 울림'으로 재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역시 인사시스템을 바로 고치지 못한다면, "말만 앞세웠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는 시스템을 바꿀 시간

박근혜 정부는 비선 실세에 무너졌고, 문재인 정부는 방치된 인사 실패로 자멸했으며, 윤석열 정부는 원칙 없는 인사와 인사 전횡으로 신뢰를 잃었다. 이 세 번의 인사실패는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인사는 국가의 심장에 혈류를 공급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심장의 박동을 멈추게 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 힘차게 뛰게 만들 것인가?

최 처장의 임명을 두고 소모전을 계속 벌일 일이 아니다. 그의 발언에 대한 반발은 당시 문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었던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동석 처장은 공인의 입장에서 그 점을 인정하고 정중히 사과까지 하였다.

이제는 당시 최 처장이 정치권에, 그리고 국민에게 강조하고 싶었던 말의 진의를 곱씹어 볼 때다. 나아가 '책임 인사를 위한 반면교사'와 '인사시스템 재설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사람과 함께 시스템을 바꿨을 때, 비로소 정책이 바뀌고 국민의 삶이 바뀐다. 이재명 정부의 성패도 여기에 달려있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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