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출범 이후 '지역균형발전'을 국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단발성 예산 지원이나 선심성 지역 공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구조를 분산시켜 전국이 고르게 성장하는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 대표적 사례가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 조성이다. 이 구상은 단순한 지역 연계를 넘어, 부울경을 글로벌 경제의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부산을 해양수도로 육성하는 방안은 단연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은 연내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완료를 지시했다. 단순한 부처 이전을 넘어 해양 산업을 국가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조치다. 특히 북극항로와의 연계를 통해 부산을 동북아 해운·물류의 중심 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장기적 비전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국가 전략은 비전만으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이 점에서 중국의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강력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하이난은 어떻게 국제 자유무역항이 되어가고 있는가?
하이난은 중국 최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과거엔 관광과 부동산 외에 뚜렷한 산업기반이 없는 낙후 지역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2018년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하이난을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으로 지정하며 대전환을 꾀했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발표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3단계 장기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 1단계(2020~2025) : 무관세 시범 운영, 제도 정비, 법률 제·개정, 면세 확대
- 2단계(2025~2035) : 전 지역 무관세 전환, 자본과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
- 3단계(2035~2050) : 국제 수준의 완성형 자유무역항 구현
현재는 1단계가 진행 중이지만, 이미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 대외무역 규모는 총 1.17조 위안으로 직전 7년 대비 99% 증가했고, 수출은 155%, 수입은 79% 상승했다. 무관세 정책은 기업 원가를 대폭 절감시켰고 이로 인해 면세 소비재의 판매수익은 647%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외무역 기업 8만개 이상이 새로 등록되는 등 지역 산업 생태계도 확장되고 있다.
특히 2025년 12월 18일, 하이난 전역에서 무관세 정책이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제2단계 진입을 의미하며 1978년 12월 18일 개혁개방이 시작된 역사적 의미를 고려할 때, 중국이 '하이난 자유무역항'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지 엿볼 수 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의 핵심 원칙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일선 개방(一线开放)'이다. 이는 하이난과 국제 간 통상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허용한다는 뜻이다. 현재 무관세 적용 품목은 약 1900개 수준이지만 오는 12월 18일부터는 금지·제한 품목을 제외한 약 6600개 품목(전체 수입품의 약 74%)에 대해 관세가 전면 면제된다.
중국 정부는 무관세 정책 시행 이후, 일정 품목만을 명시적으로 제한하고 그 외 대부분의 상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하이난으로 유입되는 상품 가격은 중국 내륙보다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이선 관리(二线管住)'이다. 이는 하이난을 통해 들어온 면세품이 중국 내륙으로 반출되는 것을 통제하는 조치를 뜻한다. 다만 하이난 내 장려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수입한 원부자재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30% 이상 높인 뒤 중국 내륙으로 반출할 경우에는 관세가 면제된다.
마지막으로 '도내 자유(岛内自由)'는 하이난 섬 내부에서는 자본, 물류, 인력의 이동을 자유롭게 허용하여 섬 전체를 최대한 개방된 경제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하이난은 실행력 있는 로드맵과 정책의 일관성을 통해 빠르게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제주의 교훈,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력
하이난과 유사하게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관광 중심지라는 조건을 지닌 제주는 어떠한가? 사실 2014년 하이난성 관계자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면세점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2025년 12월, 하이난이 자유무역항 2단계 진입을 앞둔 지금, 제주는 정체된 상태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시행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통해 고도의 자치권과 행정·재정적 우대를 보장받기로 했다. 그러나 법 제4조에 명시된 국세 이양 등 주요 조치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실상 실현된 바 없다. 제도의 틀은 존재하지만, 실질적 실행은 부재한 상태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의 단절, 자치권 확대의 한계, 정치적 리더십의 불안정 등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주의 사례는 법과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교훈을 명확히 보여준다. 결국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이 없다면 아무리 정교한 제도라도 성과를 낼 수 없다.
향후 지역균형발전의 성패는 일관성과 실행력
부산을 해양수도로 육성하려는 시도는 단지 도시 하나의 발전 전략이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균형발전 모델을 새롭게 설정하고 동북아 해운·물류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국가전략이다.
이러한 대전환이 성공하려면 하이난처럼 10년, 20년을 내다본 명확한 전략과 일관된 실행력, 그리고 이를 지속할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또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체계적 리더쉽과 행정 간의 협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은 비전과 공약이 아닌, 일관된 정책 추진과 흔들림 없는 실행력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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