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33도(℃) 이상의 폭염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매 2시간 20분 이상씩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는 시행령이 드디어 마련됐다. 동시에 체감온도가 '33℃보다 조금 낮아' 쉬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들려온다. 이럴 바엔 차라리 온도가 33℃를 넘길 바래야 하는 건지, 찜통 같은 폭염에 잠깐의 휴식만 주어지면 문제가 없는 건지, 폭염 속 노동자에게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지 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는 새 폭염은 나날이 기록을 경신하고 또 어디서 노동자가 쓰러지거나 죽었다는 기사를 접한다. 살인적인 폭염을 기록한 2025년 여름, 연속 기고를 통해 폭염 속 노동자들의 생존기를 4회에 걸쳐 전한다. 이를 통해 폭염 속 노동자들을 진정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대안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기후 위기로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조선소 노동자는 '삶겨 지고' 있다.
117년 만에 7월 상순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불볕더위를 넘은 괴물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조선소 노동자는 달궈진 가마솥에서 일하고 있어 하루하루를 견디기 쉽지 않다. 여름이 되면 조선소는 그야말로 땀과 싸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온종일 땀에 절여진다. 일과를 마치면 축 처져 입맛도 없고 넋이 빠진 사람처럼 멍해진다. 요즘처럼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경우 조선소 노동은 장소를 불문하고 고통스럽다. 매일 같이 울리는 구급차 소리에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누가 쓰러졌나?'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 일쑤다.
조선소는 현장이 굉장히 넓다 보니 햇볕에 완전히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많은 자재가 철판이라, 해 뜨는 새벽부터 달궈지기 시작해 정오를 지나 오후 서너 시에 절정에 이른다. 작년에 온도계를 가지고 측정해 본 결과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는 35도(℃)에서 40℃에 이를 정도였고, 특히 배의 갑판(deck) 위에는 무려 60℃를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복사열을 받았을 때나 습도가 높은 경우에는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이런 와중에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면서 살인적인 폭염 대책을 내놓고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책이 과연 조선소의 현실에 부합하는가? 조선소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전보다 나아지고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1℃ 이상 장시간 작업에 대해 온·습도 조절 장치를 설치·가동하고, 작업 시간대 조정 등 불볕더위 노출을 줄일 수 있게 조치하도록 했다. 그리고 폭염시 적절한 휴식 시간을 부여하도록 했으며, 특히 체감온도 33℃ 이상인 장소에서 작업하면 최소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주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옥외 장소에서 일하는 경우 그늘진 장소를 제공해야 하며 휴게시설, 소금과 음료수 등을 갖추도록 했다.
이에 따라 조선소에서도 체감온도 33℃ 이상이면 휴게시간을 종전 10분에서 20분으로 연장하고, 임시 휴게실 확충, 냉방 버스, 생수 지급, 에어 재킷, 쿨링기, 차광막, 파라솔, 스팟쿨러 등 추가, 보양식 제공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대책은 조선소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조선업의 대책 또한 노동자 건강이 우선이 아니라 생산비용, 공정 속도가 우선하다 보니 생색내기,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십상이다.
이래선 근본적인 대책이 서지 않는다. 이에 현장에서 팔요성을 절감하는 대책을 제안한다.
첫째, 폭염과 온열질환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과정에 하청노동자와 하청노동조합에 결정권을 줘야 한다. 생산의 80% 가까이를 담당하고 위험한 노동, 더러운 노동, 힘든 노동을 전담하다시피 하는 하청노동자임에도 어떤 결정권한도 없다. 이래선 제대로 된 폭염 실태도 파악하기 어렵고 실효성 있는 대책도 서지 않는다. 그나마 올해 원·하청노사가 함께하는 안전논의체가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다. 현재 작업중지권은 정규직 노동조합에는 있지만 하청노동자는 없다. 조선소 중대 재해가 주로 하청노동자에게서 발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체감온도 31℃나 33℃ 이상이라는 폭염 조치 기준은 조선소 실정에 맞지 않는다. 고용노동부가 정한 기준이라는 것은 최소의 기준이다. 조선소 특성상 작업 구역에 따라 체감온도의 편차가 너무 심하고, 현장 규모가 광범위해서 온도 측정 기구 위치나 판단 주체에 따라서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생산 우선의 현재 시스템 속에서 설령 33℃가 넘는다 해도 노동자 개인이 판단할 수 없으며, 관리자조차도 원청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다. '이상'으로만 규정해 놓으니, 사업주는 이 값을 넘어서서 실행하지 않는다.

셋째, 휴게시설, 그늘막 등을 설치하는 조치도 현실에 맞지 않는다. 수만 명이 하나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선소에서 냉방시설이 갖춰진 휴게실은 극히 부족하다. 그리고 건조 중인 배 위에서 주로 일을 해서 안벽에 설치되는 소규모 휴게소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휴게소는 기껏해야 20~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몇백 명씩 어떻게 휴게소를 이용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폭염에는 데크 작업 등을 전면 중지하거나 작업 시간대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각종 탱크 작업 땐 대형 냉방시설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넷째, 이번 개정과는 별도로 조선소는 오래전부터 점심시간(12~13시)에 적정온도 이상이면 연장 휴식 시간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조선소에는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12시 정각 온도를 기준으로 휴게시간 연장을 결정하고 있다. 28℃가 되면 30분 연장, 31.5℃가 되면 1시간 연장 휴게시간이 부여된다. 이는 1992년에 정한 기준이라 30여 년이 지난 지금 적합하지 않다. 11시 59분에 31.6℃였다가 12시에 31.4℃이면 30분 연장하는데 곧바로 12시 3분에 31.7℃가 돼도 이날 점심 연장 휴식 시간이 30분이 되고 그 이후 높아지는 온도에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생긴다. 기후 위기 상황에 맞게 휴게시간 부여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끝으로 폭염과 온열질환을 예방해야 하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에는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비용과 공정을 앞세운다면 결코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노동의 가치, 노동자 건강이 최우선으로 돼야지 획기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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