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탄핵 반대 진영의 당권주자로 나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장동혁 의원이 '당 극우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강성 지지층 잡기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당대회 주도권이 적극 참여도가 높은 강성 당원들에게 있다고 판단하면서, 외연 확장보다 이들 지지층 공략에 치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장관은 29일 국회에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의원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국민의힘 의원 107명이 똘똘 뭉쳐 폭치, 잘못된 입법을 막아야 한다"며 "내부 총질하고 우리끼리 싸우는 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혁신은 '이재명 총통 독재'를 막는 게 혁신"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한 우익 성향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는 당내 혁신 세력의 '인적 청산' 요구에 반박하며 "개헌 저지선 100석이 무너지고, 60~70석이 안 되는 의석으로 (의원을) 몰아내고 징계하면 당이 '이재명 장기 정권을 위한 총통 독재 개헌'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 극우화 논란에도 "국민의힘에는 극우라는 것이 없다"며 "오히려 극좌가 더불어민주당에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극좌 반미, 친북, 종북 등 여러 가지 폭력적인 세력과 손을 잡고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나"라는 주장도 펼쳤다.
김 전 장관은 "지금 네가 맞다, 내가 맞다, 네가 나가라, 못 나간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당의 미래가 없다"며 "무조건 뭉쳐야 한다. 문을 열어서 많은 분을 당내로, 입당 원서를 받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원 자격 논란이 거센 전한길 씨에 대해서도 김 전 장관은 "용광로처럼 온갖 세력을 모아서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스팔트 보수'도 끌어안아야 한다며 "장외 세력, 당 밖에 있는 분도 많이 입당 권유해 당을 키우고, 당원을 늘리고, 국민 공감을 늘려가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장동혁 의원에 이어 전 씨와 함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는 일정을 검토 중이다. 그는 이날 전 씨 등 보수 유튜버들이 진행하는 토론 방송에 출연할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까지 직접 들은 바 없다"고 즉답을 피하면서도 "대변인실에서 검토해 그에 맞춰 결정되는 대로 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장 의원 역시 강성 지지층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에 극우정당이 있나"라며 "전한길 선생처럼 어떤 사안에 대해 당과 다른 입장을 가진 분이라고 해서 당원이 될 수 없다면 우리 당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어떤 정당이 되기를 원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탄핵 반대' 당론과 다르게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오히려 "정치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찬탄(탄핵찬성)'파이자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에게 장 의원은 "당론을 어긴 정치적인 책임은 어떻게 할 건가"라고 결정을 촉구했다.

이에 안철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론보다 소신을 따랐다"며 "저는 법대로 행동한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라고 반론했다. 안 의원은 김 전 장관과 장 의원이 전 씨를 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계엄령을 옹호하는 극단적인 주장의 세력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당 지지율이) 17%로 끝없이 지금 추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씨가 비상계엄을 옹호한 인물이란 점을 거듭 짚으며 안 의원은 "너무 생각이 다른 사람까지 포용할 수는 없다",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의 요소가 되고 분쟁이 되고 당이 쪼개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안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 세워진 '계엄 해제' 상징석 앞에서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제대로 지킬 사람, 무결한 사람이 누구겠나. 극단 세력과 함께하고 있는 김문수 후보인가"라며 "계엄에 물들지 않은 후보, '윤 어게인'을 외치지 않는 후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자신을 내세웠다.
한편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김 전 장관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27일부터 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물은 여론조사 결과(응답률 2.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지층의 34.9%가 김 전 장관을 선호했다.
이어 장 의원 19.8%, 조경태 의원 11%, 주진우 의원 8.8%, 안 의원 8%로 지지율이 뒤를 이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 유보 층은 11%였다.
이를 두고 김 전 장관이 직전 대선 후보였음에도 지지율이 '당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 소속 최형두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대선 후보 프리미엄은 절대적인데, 당심에서 과반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건 일정한 새로운 평가가 있다는 것"이라며 "항상 전당대회 결과는 의외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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