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첫날 판문점에 방문해 남북 간 직접 연락채널 복원 의지를 보였다. 통일부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 우선순위가 아니라면서 기존과 달리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25일 통일부는 정동영 장관이 유엔군사령부 등 관계자들과 함께 판문점 남측 지역인 자유의집과 평화의집 등을 방문해 지난 2023년 4월 이후 단절된 연락 채널 현지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남북대화 재개와 조속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단절된 남북 간 연락 채널 복원이 급선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유엔사 등 유관기관 간 긴밀한 협조 하에 판문점 공간을 단절과 긴장의 장소가 아니라 연결과 협력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판문점은 1971년 남북적십자 접촉을 시작으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포함하여 총 370여 차례의 회담이 열렸던 '대화와 화해'의 공간"이라며 정 장관의 판문점 방문 의미를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슴이 아팠다. 적막과 긴장과 침묵의 판문점이었다. 남과 북을 연결하는 그 전화기를 들고 세 번 길게 벨을 눌러봤다. 침묵의 전화였다. 너무 길었다. 그 침묵의 시간이"라며 "남북 간 일체 대화가 중단된 지 6년이다. 하루 빨리 연락 채널을 복구하고 대화를 복원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구나 그런 다짐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현재 남북 간 군 통신선을 포함해 연락사무소 채널 등 직접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인 지난달 9일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중지를 강력히 요청하고 11일 14시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시킨 데 대해 북한이 다음날인 12일부터 대남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지 않는 등 일정한 호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양측 간 직접 통신 가능성도 바라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또 지난 8일 통일부가 서해 및 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동해상으로 송환하는 과정에서 남북이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간접 소통을 했고, 남한의 대북 방송 중단에 대해 북한이 22일 방해 전파 가동을 멈추는 등 양측 간 직접 대화는 하지 않지만 일정한 호응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북한에 '강대강'이 아닌 '선대선'의 시간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남북관계는 불일불이(不一不二)의 관계다.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관계"라며 "지난 3년은 남북간에 최악의 시간, 적대와 대결로 서로를 맞받아쳤던 강대강의 시간이었다. 이제 강대강의 시간을 선대선의 시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올해 12월 26일은 시인 김소월이 <진달래꽃>을 펴낸 지 꼭 100년이 되는 날이다. 이런 경사를 남과 북이 함께 누려야 되지 않겠나"라며 "<진달래꽃> 100년 공동행사를 같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나"라고 구체적인 방식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북한과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열린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책의 대전환'을 통해서 실종된 평화를 회복하고 무너진 남북관계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며 "평화경제 그리고 공동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과거 개성공단이 민간의 땀과 헌신으로 이루어졌듯이, 새로운 평화경제의 미래 역시 민간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남북간 경제협력을 재개하고, '한반도 AI 모델'과 같은 첨단형 미래 협력 모델도 모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는 내란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통일부의 무력화를 통해서 한반도 평화의 마지막 버팀목까지 부러뜨렸다. 지난 3년 간의 반북 대결 노선은 남북관계를 적대감에 가득 찬 극단적 상황으로 몰아넣었다"며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이끌어야 할 통일부 조직은 축소되었고 역할과 기능은 왜곡됐다"고 진단했다.
정 장관은 통일부 조직을 윤석열 정부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축소되고 왜곡된 통일부 조직의 정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의 통일부는 비정상"이라며 "교류협력국 없이 어떻게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 것이며, 남북회담본부 없이 어떻게 남북대화의 문을 열 수 있나. 통일부가 평화의 버팀목이자 건설자로서 더 큰 책임과 역량을 다할 수 있도록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정상화하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직 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는 "행안부 장관을 만났다. 감축하기 전에 정원을 회복시켜 달라는 요청을 이미 해놓은 바 있다"며 윤 장관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도 호소드린다. 해묵은 냉전(冷戰)의 언어들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적대와 대결이 아닌 화해와 협력의 편이 되어 주시라. 평화의 편에 서 주시라고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장관은 오는 10월 경주에셔 열릴 예정인 에이펙(APEC,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방향에 대해 "너무 촉박하다. 지금 7월이 다 갔는데 불과 3개월 뒤"라며 "지금 남과 북, 북과 미 (대화에 북한이) 미동도 않고 있는 (상황이라) 우선 (남북 간) 대화부터 시동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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