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약속했다. 지난 10년간 박근혜, 문재인 정권에서 국가조사위원회인 특조위, 선조위와 사참위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몰 원인 미상' 그리고 구조 방기의 이유도 모름, 또한 책임자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 세월호 11주기, 여전히 세월호의 진실은 침몰 상태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이재명 정부가 준비하는 세월호 진상 규명의 여정에 보탬이 되고자 세월호 유가족들과 세월호 활동가들이 진상 규명의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편집자
오는 수요일 이재명 대통령께서 세월호, 이태원, 오송지하차도,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을 초대했습니다. 성남 시장시절부터 세월호에 대해 적극적이셨고 진상규명에 대한 뚜렷한 의지가 있으신 것을 알고 있기에 반가웠습니다. 저도 참석할 예정이긴 하지만 워낙 많은 분들이 모이기에 진상규명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되어 미리 글을 적고자 합니다.
저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를 겪고 아들 경빈이를 잃었습니다. 이후 12년이 되어가는 동안 아침에 눈이 안 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할때도 있지만 그래도 살아내야겠다고 가슴을 후려치면서 다짐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억울한 우리 경빈이와 친구들, 304명 세월호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죽어서 어떻게 경빈이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아니 만나지 못하고 지옥을 가게 되더라도 저는 억울함을 풀어주고 가고 싶습니다.
우리 경빈이는 참사 당일, 순서로 치면 세 번째 수습되었습니다. 당시 해경은 저희에게 경빈이를 헬기를 태워 목포한국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참사 5년도 훨씬 넘은 2019년 10월 29일에서야 그들이 말했던 수습의 과정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 알려준 것이 아니고 제가 5년동안 힘들게 모아온 자료를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기록들은 말하고 있었습니다. 해경의 거짓말들을요. 목포한국병원 의사가 해경에게 경빈이를 즉각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해경은 무시했습니다. 대신 경빈이를 4시간 41분간 배를 다섯 번이나 옮겨가며 111분간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해경은 경빈이를 헬기에 태우지 않았습니다. 그래놓고 나중에 해경은 우리아이가 '어차피 희망이 없어보였다'고 법정에서 진술했습니다. 수습당시 경빈이의 심박그래프는 48 bpm, 산소포화도는 69% 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방치를 하고 아이가 사망하게 한 것일까요? 아니 이미 사망상태였다면 왜 심폐소생술을 그렇게 오래 한 것일까요? 왜 부모의 허락도 없이 4시간 41분간 아이를 끌고 다녔나요?
그동안의 거짓말과 이송지연에 대한 이유를 들어야겠기에 민사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1심에서는 해경이 처벌을 받지는 않았지만 국가로부터 구조방기에 대한 일부승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해경에게 듣고 싶었던 '왜 희망이 없어보였다던 경빈이를 1시간 41분간 다섯 번의 배를 갈아타며 끌고 다녔는지?'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국가는 우리 가족들에게 항소를 했고 우리는 처벌받지 않은 해경을 상대로 항소 재판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8월 20일에 있을 항소재판을 위해 국민 항소단 가입과 탄원서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권이 바뀔때만 되면 이 억울함만은 풀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고 거리에서 피켓팅도 하며 목소리도 내 보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왜 구조하지 않았으며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이유라도 알아야 우리가 희생된 304명에게 억울함은 조금은 내려놓고 가라며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는데 구조하지 않았는지? 왜 탈출하라는 방송대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했는지? 저는 특히 선원들이 '단원고 학생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방송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고 한 이 말이 어떻게 재판부를 납득시켰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세월호에서 30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국가 책임자의 처벌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해경지휘부는 전원 무죄판결 받았습니다. 내 아이의 억울함은 어디에 호소해야하는 걸까요? 엄마 곁에서 항상 지켜주겠다고 하던 수호신 같던 아들, 세상사 힘들때도, 모든 것을 잊게 해주었던 믿음직한 아들, 평생을 태권도만 하며 살고 싶어했던 경빈이. 항상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해 살았던 아이여서 저와 경빈이 아빠는 행복했습니다. 그런 경빈이를 빼앗아간 국가가 너무 실망스럽고 개탄스럽습니다. 그리워도 늘 속으로 울어야하고 그리워해야만 하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이름을 불러보고 싶지만 부를 수 없는 아들을 가슴에 안고 애태우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참사 당일, 언론 속보에서 경빈이가 생존자 명단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언론 보도자료들은 대부분 사라졌거나 삭제 해놓아서 제가 다시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저는 어떻게 희망이 없어보였던, 혹은 이미 사망했다던 경빈이가 생존자 명단에 있을 수 있었는지도 알고 싶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당시 전원구조 오보를 만들어낸 언론은 참사당일 정보를 알 수 있는 자료에 대해서는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들게 했습니다. 그 책임은 어떻게 물을 것이며 당시 정보에 대한 접근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우리 가족들은 그렇게 실낱같은 단서들을 가지고 그 날을 재구성하려고 발버둥치지만 중요한 정보에 대한 접근은 항상 막혀있습니다. 진실의 알려달라고 피켓팅을 하고 노숙, 삭발, 단식, 전국 도보까지 못해볼게 없었지만 여전히 우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님이 이번에 진상규명 약속하신 만큼 밝혀야 할 진실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접근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대로 된 수사와 조사가 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구로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대통령의 지시로 이루어지기를 소원합니다. 아직 숨쉬기조차 힘든 세월호 가족들과 참사당일부터 언론으로부터 소식을 들으며 두손모아 기도했던 모든 분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세요. 세월호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 한 우리는 절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 위로는 그 이후에 해도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진심을 믿기에 한번 기대보려합니다. 도와주세요.
이 글은 시민언론 민들레,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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