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 출범과 동시에 좌초…'친윤' 벽에 막힌 안철수, 위원장직 사퇴

안철수, "혁신 대표 되겠다"며 전당대회로 노선 바꿔…친윤계 "벼락치기 정치" 공세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과 동시에 좌초 상황에 놓였다. 혁신위원장을 맡기로 한 안철수 의원이 친윤계 인적 쇄신안을 두고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혁신위가 첫발을 떼기도 전에 안 의원은 7일 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안 의원을 필두로 한 6명의 혁신위 인선안을 의결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비대위 백브리핑을 통해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최형두(재선, 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 의원, 호준석 당 대변인, 이재성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송경택 서울시의원, 김효은 전 교육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혁신위원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총 7인으로 구성될 예정인데, 한 명을 공석으로 둔 상태에서 발표한 인선안이었다.

박 수석대변인은 "6인을 먼저 발표하고, 1명을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추진하겠다. 이번 구성안은 안철수 혁신위원장의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것"이라며 "혁신위 활동 기한은 8월 31일까지"라고 설명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임명하지 않은) 한 분에 대해서는 안 위원장과 송 위원장이 추가적으로 할 것"이라며 "빠르면 금주 중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혁신위원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안 위원장의 말을 전폭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당의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10분 뒤, 분위기는 바뀌었다. 안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하고, "혁신 당 대표가 위해 도전하겠다"며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당을 위한 절박한 마음으로 혁신위원장 제의를 수락했지만, 혁신위원장 내정자로서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판단 아래 비대위와 수차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인적 청산 제안이 거부되는 과정에서 안 의원은 "참담함을 넘어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어 단호하고도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하겠다"며 "무엇보다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완전히 절연하고, 비상식과 불공정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안 의원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최소한 두 분에 대한 인적 쇄신안을 비대위에서 받을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는데, 주말 동안 여러 번 의견을 나누면서 결국 '받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며 "그러면 제가 혁신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인적 쇄신 대상으로 꼽은 두 명의 인사에 관해 직접 언급을 꺼렸지만, "대선 기간 동안 정치적인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었던 분들"이라고 했다. 후보 교체 강행 논란의 중심에 있던 '쌍권'(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을 겨눈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두 인사에 대해 탈당 수준의 조치를 송 비대위원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대위가 발표한 혁신위원 인선안에 대해서도 안 의원은 당황스러움을 표시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합의가 안 된 안"이라며 "최소한 (인선 발표된) 한 분에 대해서는 제가 합의한 바 없다. 비대위원이 전부 (내정)되기 전에 이 안이 이렇게 비대위에 올라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어 "처음 혁신위원장 맡을 때 당에서 거의 전권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니 그렇지 않았다는 걸 (송 비대위원장과의) 대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애초 혁신위원장을 맡으면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던 안 의원은 "이미 이렇게 된다면 혁신위원장을 맡기 힘들다고 분명히 제 입장을 밝혔다"며 "비대위는 (혁신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없었다"고 했다. 결국 직접 전당대회에 나서 혁신안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계, 안철수에 집중 공세 "당 대표 출마? 혁신 무색"

당내에서는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직 사퇴에 친윤석열계 주류 세력을 중심으로 '전당대회 출마를 위해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냉소가 터져 나왔다.

송 비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안 위원장이 갑자기 혁신위를 하지 않고 전당대회에 나가겠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안타깝고 당혹스럽다"며 "아쉽다"고 밝혔다. 다만 안 의원이 밝힌 인적 쇄신안 수용 의사를 묻는 취지의 물음에 송 비대위원장은 "글쎄요"라며 "혁신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 모두 존중한다"고 말을 얼버무렸다.

김대식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에서 "혁신위원장직 수락 5일 만에 사퇴 선언과 당 대표 출마로 이어지는 벼락치기 정치는 혁신의 진정성을 무색하게 한다"며 "정말로 당의 쇄신을 고민하신다면, 혁신위에서마저 철수하는 대신 국민과 당원의 비판을 끝까지 견디고 혁신의 길을 완주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에선 안 의원이 지난 2일 송 비대위원장의 발표로 혁신위원장에 내정돼 당 안팎의 조명을 받은 뒤, 전당대회에 출마한다고 입장을 뒤바꾼 것은 친윤과 "똑같은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친한동훈계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친윤이 키를 쥔 혁신은 눈속임을 위한 꼼수일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을 수락하기 전에 송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인적청산에 대한 확답부터 받았어야 한다"며 "혁신위원장 인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실컷 즐긴 뒤 이제 와서 '친윤이 인적 청산을 거부해 그만두고 당 대표 나간다'고 하면 그 진정성을 누가 믿어주겠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양향자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안 의원) 형식은 사퇴지만, 사실상 해임이다. 물러난 것이면서 쫓겨난 것"이라고 당에 쓴소리했다. 양 전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당의 기득권이자 주류인 영남, 친윤 세력이 얼마나 강하게 혁신을 거부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지 다시 한번 알게 됐다"며 "안 의원이 포기할 정도면 이들에게는 답이 없다. 당원과 함께 강제 퇴장 시키는 것밖에는"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임위 간사단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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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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