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안철수…'혁신안 전권' 줄까?

송언석 "당 개혁 최적임자", 안철수 "의심·저항 각오"…당내 벌써 '우려'부터

국민의힘이 당 개혁안을 마련할 혁신위원회 수장으로 안철수(4선, 경기 성남시분당구갑) 의원을 2일 내정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취임 기자회견을 열어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모시겠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지난달 원내대표 선거 출마 당시 송 위원장이 내건 공약 중 하나다. 송 위원장은 그동안 '혁신위 출범'을 명분으로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이 발표한 5대 개혁안에 관한 논의를 뒷전으로 미루기도 했다.

송 위원장은 안 의원에 대해 "이공계 출신으로서 의사, 대학교수, IT 기업 CEO를 두루 경험한 분으로 과감한 당 개혁에 최적임자"라며 "앞으로 당내외 다양한 인사들을 혁신위원으로 모시고 혁신 논의를 집중적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송언석 비대위'가 이르면 8월 열릴 것으로 보이는 전당대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관리형 지도부'인 만큼, 혁신안 구성 작업을 혁신위에 일임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송 위원장은 이를 일축했다. 그는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해 갈 혁신안 마련"을 비대위의 역할로 꼽았다.

즉,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앉히더라도 혁신안 마련에 관한 전권을 주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송 위원장은 '혁신위가 혁신안을 내면 비대위에서 조건 없이 수용하나'라는 물음에 "현재 혁신위의 활동 방향과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작업하는 중이고, 아직 혁신위원 선임이 안 됐기 때문에 함께할 위원들을 선정하는 데 먼저 집중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철수 혁신위에 전권을 맡길 생각이 있나'라는 추가 질문에도 송 위원장은 "당 특별위원회 형식으로 기구를 만들었을 때 당 의사결정 체계에서 운용한 사례가 있을 것"이라며 "그 부분을 고려해 운용해 나가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나아가 전당대회 전 혁신안을 최종 발표하되, 실천은 차기 지도부 몫으로 넘겼다. 송 위원장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획기적이고 포괄적인 혁신안을 마련해서 새로운 당 지도부와 함께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송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12.3 불법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민에게 많은 실망을 끼쳐 드렸다. 국민의 뜻을 온전히 받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면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송 위원장은 전날 안 의원과 만났고, 혁신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이 송 위원장과의 상의를 거쳐 혁신위 구성, 위원 인선을 마치는 대로 혁신위는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송 위원장 기자회견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사망 선고 직전의 코마(의식불명) 상태에 놓여 있다"며 "제가 메스를 들겠다. 과거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고, 냉정히 평가하겠다"고 혁신위원장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기회는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앞으로 의심과 회의, 저항과 힐난이 빗발칠 수 있지만, 각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지명하는 과정에서 당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시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민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물밑에서 송 위원장이 안 의원을 끌어들이는 것에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후일담을 전하며 "아주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독보적인 혁신의 길을 (안 의원이) 갈 거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물밑의 우려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정당의 새로운 리셋은 반드시 진짜 혁신, 진짜 쇄신으로 시작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저희가 (안 의원을) 모시게 됐다"고 했다. 박 비서실장은 "(혁신위원장직 제안을) 고사한 분도 많다. 안 의원도 단번에 수락한 건 아니"라며 "긴 대화와 토론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안철수 의원 등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도희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