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위원장' 쟁탈전이 치열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일 예상 밖으로 무난하게 첫 회의를 가졌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 간사를 선임한 뒤, 법사위 산하 소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다.
첫 회의를 개회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석 신임 법사위원장은 "어깨가 무겁다"며 법사위 운영 방향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수사기관이 얼마나 제 역할을 못 했으면 특검이 한 개도 아니고 세 개나 작동되고 있다.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상도 변하고 국민 의식도 변했는데, 검찰·법원·감사원 모두 권력기관이라는 이유로, 독립된 기관이라는 이유로, 법과 절차를 따르고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 개혁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이것이 사법 체계가 붕괴한 가장 큰 이유"라며 "국민은 법원과 검찰이 스스로 개혁하기 어려운 기관이니 이제는 '개혁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사위도 그 책임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법사위원들에게 "치열하게 싸워달라"며 "위원장으로서 앞으로 격론의 장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무작정 방치하지는 않겠다. 결론 낼 때라고 판단되면 위원장에게 부여된 권한, 범위 내에서 그 권한을 기꺼이 행사하겠다"고 예고했다.
여당 간사로 선출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검찰·감사원 개혁을 포함해 개혁 과제들을 신속하게 잘 챙기겠다"며 "상법 개정안을 포함해 다양한 민생 과제를 여야가 충분히 협의, 소통해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대선을 치른 뒤 야당으로서 첫 법사위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은 당부의 말을 남겼다. 야당 간사를 맡은 장동혁 의원은 "지금까지는 법사위에 굳이 간사가 필요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새로운 위원장이 법사위를 운영하며 간사가 간사로서 역할을 하도록, 아무 역할 없이 '간사하기'만 한 자리는 안 되도록 위원장이 법사위를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장 의원의 말을 유념하겠다"고 호응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4곳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민주당 주도로 선출될 당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원 구성 독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본회의장을 퇴장해 표결에 불참했다.
특히 법사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앙금이 남아있는 탓에 국민의힘이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회의에 참석했고, 발언권을 행사했다. 야당이 여당의 의사일정 진행에 항의할 때 내거는 피켓도, 고성도 없었다. 다만 여당을 향해 뼈 있는 말을 전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양보해달라고 요구한 건 정치적 이기심 때문이 아니라 견제와 균형, 양보와 자제를 통한 민주주의 실현을 강력히 원하는 국민의 요구 때문"이라며 "법사위원장 자리를 계속 여당이 갖겠다고 한 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 '방탄 법안'으로 불리는 안건들을 겨냥한 듯, "법사위가 개혁으로 포장돼서 한 개인의 이익에 대한, 비록 그가 대통령이라고 할지라도 법적 형평성의 예외를 허용하고 사회의 법적 기반을 허무는 개혁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서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현희 의원은 "윤석열 정권을 거치면서, 12.3 비상계엄 이후 권력 기관 개혁 과제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더 커졌다"며 "시대에 부합하는 정당한 사법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또 "감사원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감사원이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헌법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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