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회 연설 데뷔전, 야당 의원들과도 멋쩍은 악수

시정연설서 "국민의힘" 여러 번 호명…권성동과 웃으며 티격태격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 가진 국회 시정연설을 국민의힘은 '무표정'으로 바라봤다. 장내 소란과 고성은 없었지만, 연설 내용이 탐탁지 않은 듯 냉랭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다가와 악수를 청하자 경계하던 분위기는 일부 누그러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과의 어색한 악수를 거부하지 않았다. 일부는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이 대통령은 26일 오전 10시경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이 국회를 찾은 건 지난 4일 취임 선서 뒤 22일 만이다.

여야 상징색인 남색과 붉은색이 섞인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선 순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온도차는 극명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주당 의원들은 출입 통로 양옆으로 도열해 이 대통령을 맞이했고, 이 대통령이 발언 단상으로 올라가는 순간까지 박수를 쳤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과 악수하거나 눈인사를 나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굳은 자세로 서 있었다. 이 대통령의 입장 동안 박수를 치거나, 웃는 이는 없었다.

이 대통령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민주당에선 여러 차례 단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의원들은 각자 휴대전화를 꺼내 이 대통령의 모습을 촬영했고, 열 차례 이상 박수갈채를 보냈다.

반대로 국민의힘 의석에선 한 차례의 박수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거나, 팔을 괸 채 연설을 들을 뿐이었다. 이 대통령에게 항의를 표시하는 피케팅, 현수막, 구호 등 행동은 없었으나, 의원들은 '무대응' 침묵 기조로 일관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도중 여당 좌석에서 터져 나온 박수 소리에 "감사합니다.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쑥스러우니까"라며 야당 의원들의 경색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한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은 20여 분의 연설 간 총 세 차례 '국민의힘'을 언급했다. 특히 연설 동안 정면을 응시하던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 국민의힘 좌석을 향해 몸을 돌려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 국회가 적극 협력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 주신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모두 마치고 가장 먼저 국민의힘 의원석으로 향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이 대통령과 눈을 맞췄다.

이 대통령은 바깥쪽에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과 웃으며 악수했다. 나경원, 권성동 의원 등과 짧게 안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권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김민석 총리 후보자 임명은 안 된다"고 두 번 말했다고, 나 의원도 "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 요구에 이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알았다"며 팔을 가볍게 쳤다고 한다. 총리 지명 철회를 고려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 야당 입장에 대한 이해를 표현한 제스추어로 해석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권혁기 의전비서관 등은 이 대통령 동선을 쫓으며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는 동안 연신 박수를 쳤다. 일부는 환호성까지 보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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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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