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불법파견 피해 노동자 숨지자 75세 노모에 배상 물리려 했다

시민사회·정치권 "경악스러운 행태" 지탄받고 나서야 "소 취하 예정"

현대자동차가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려 했던 파업 노동자의 사망 이후 유족인 70대 노모에게 배상 책임을 넘기려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자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는 현대차를 향해 "경악스러운 행태"라고 비판하는 한편, 국회에는 "노조법 2·3조가 왜 개정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입법을 촉구했다.

현대차는 23일 "고인의 모친에 대한 소를 취하해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가 언급한 고인은 지난 2003년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했던 송모 씨로, 그는 지난 2010년과 2023년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맞서 비정규직 노조가 벌인 파업에 참여했다. 지난 2022년에는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을 인정 받아 정규직 노동자 신분을 확인받기도 했다.

현대차는 송 씨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23년 6월 '불법 쟁의행위로 생산 차질이 빚었더라도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손해액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사건을 부산고등법원 등으로 돌려보내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송 씨가 지난 1월 사망하자, 현대차는 최근 부산고등법원 등에 '소송수계 신청서'를 제출했다. '소송수계'란 소송 도중에 당사자·소송 관계인의 사망, 법인 합병, 파산 등으로 소송 절차가 중단될 때 타인이 그 지위를 이어받도록 해 소송을 계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송 씨에게 남은 유족은 75세 노모로, 만일 법원에서 손해액이 모두 인정될 경우 송 씨의 노모가 갚아야 할 배상액은 1억77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경악했다.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2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주영·민병덕, 조국혁신당 서왕진, 진보당 윤종오, 사회민주당 한창민,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함께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현대자동차가 파업 손해배상 소송 피고인 노동자의 사망 후, 그의 유일한 가족인 노모에게 '소송수계신청서'를 제출한 경악스러운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린 행위이며, 죽은 노동자의 가족에게까지 고통을 전가하려는 '민사판 연좌제'에 다름 아니"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현대차의 불법파견으로 인해 야기된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은 응당 원인을 제공한 현대차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개인과 그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현대자동차는 20년 동안 반복된 불법파견에 대해 속죄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피해자들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노동자들에게 노조법 2·3조가 왜 개정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기업의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하청노동자라는 이유로 노동권을 행사할 수 없고, 쟁의행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개인은 물론 그 가족까지, 심지어 죽어서도 소송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노동자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입법하라"고 촉구했다.

▲서울 강남구 양재동 현대차 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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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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