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양극화, 제대로 진단해야

[경제뉴스N시선] 부자감세와 '똘똘한 한 채'

대선이 치러진 6월 3일은 '무주택자의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에서 주거권은 중심 화두가 되지 못했고 양당의 후보들은 정비사업 활성화와 같은 '부동산' 위주의 공약을 내놓았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지금도 부동산 및 주거 정책은 많은 부분이 물음표로 남아 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에 관심 많은 언론도 추측과 전망에 근거한 기사를 내보낸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 그리고 양극화가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상승을 거듭하는 강남 아파트값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주택 매매가격 평균은 통계 작성 후 최초로 10억 원을 돌파했다. 아파트 가격의 평균이 아니라 아파트, 비아파트를 모두 포함하는 주택가격 평균이다. 그리고 강남구 아파트는 매매가격 평균이 3.3㎡당 1억 531원으로, 1억 원을 넘어섰다.

강남 아파트 가격의 거듭된 상승은 실거주 수요도 있지만 지난해부터 몰려든 투자 수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요즘 서울 핵심 지역의 브랜드명이 붙은 대단지 아파트는 투자 자산 중에서도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자산으로 인식된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을 때 강남권 아파트 거래가 급증한 것을 보면 이 지역에 대한 투자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지방에서 부동산을 하나둘 늘려가는 방식으로 자산을 관리, 축적했던 지방 자산가들은 요즘 지방의 인구 유출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다. 그래서 리스크가 적은 서울의 아파트를 사놓으려고 한다. 또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되던 돈도 서울 아파트 시장으로 몰려온다. 경기가 침체한 지금은 상가든 오피스든 공실 위험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하나, 지방에서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면서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도 요즘에는 서울 부동산을 사들인다. 자녀 세대는 공장을 물려받기를 꺼리고, 부모 세대 역시 제조업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니 부동산 임대업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돈 많은 사람들 이야기다. 원래 비쌌던 강남 아파트의 가격이 천장을 뚫고 더 올라가는 현상이 서민들의 삶과 무슨 상관이냐 싶을 수도 있다. 게다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부동산가격 하락세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기의 전국적인 부동산가격 상승에 비하면 국지적인 상승이 낫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의 아파트에 국한한 가격 상승이라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5월 1주에 0.15%, 5월 2주에 0.19%, 5월 3주에 0.26%, 5월 4주에 0.39%, 그리고 6월 1주에 0.40% 상승했다. 서초구는 5월 1주부터 6월 1주까지 0.19%-0.23%-0.32%-0.32%-0.42% 상승했고, 송파구는 같은 시기 0.12%-0.22%-0.30%-0.37%-0.50% 상승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용산구도 5월 4주에 0.22%, 6월 1주에 0.29% 상승을 기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재지정되었는데도 가격 상승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앞서 밝힌 대로 KB부동산이 집계한 5월 강남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3.3㎡당 1억 원이니, 편의상 24평형 아파트가 24억 원이고 일주일 사이에 가격이 0.15%(가장 낮은 5월 1주 수치를 선택했다) 올랐다고 치자. 이 아파트의 소유자는 일주일 동안 앉은 자리에서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만 360만 원을 벌었다. 매매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6월 1주(0.40%)를 기준으로 하면 960만 원을 번 게 된다. 당장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지역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이런 속도로 자산을 축적한다는 것은 심각한 불평등이다. 이것을 방치하면 나중에는 '어느 동네에 태어났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다. 주사위 던지기 도박판보다도 불공평해진다.

▲8일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본 일대 아파트. ⓒ연합뉴스

모든 게 다주택자 규제 때문?

"지방 수요 위축이 주요 원인이지만, 양극화를 가속화한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규제가 촉발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다."(25.06.02 매일경제)

"공급 부족과 정책 불확실성이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도 집값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 (25.06.05 한국경제 사설)

"업계는 건설사 수익성 확보 정책과 함께 지방 미분양 해소 등을 위해선 세제 혜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25.06.04 연합뉴스)

건설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지방 부동산 '수요'가 살아나야 한다면서 다주택자 취득세와 양도세 완화를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 양극화의 구조적 원인인 지방소멸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는다면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기는 어렵다.

▲대선 하루 전인 6월 2일, 집걱정없는세상연대라는 이름으로 모인 주거권 단체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주거권 빠진 대선'에 유감을 표하며 '공공주택 300만호 공급' 등을 요구했다. ⓒ집걱정없는세상연대

경제신문은 다주택자 규제 때문에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집중되어 부동산 양극화가 일어난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다주택자 중과세 등을 철폐하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주장을 반복한다. 그러나 다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하나씩 살펴보면 이것이 과장된 주장임을 알 수 있다.

우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윤석열 정부에서 매년 유예 조치를 했으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내년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다시 유예하느냐 마느냐라는 선택이 남아 있을 뿐이다. 게다가 다주택자가 상생임대인 제도를 이용하면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취득세의 경우 다주택자 중과가 있지만, 최근 지방의 공시가격 2억 원 미만 주택을 중과에서 제외했다. 종부세의 경우 2023년부터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완화된 데다 윤석열 정부가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내리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낮춰서 상당한 감세가 이뤄진 상태다.

서울 강남권과 일부 인접 지역의 아파트에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몰린 배경 중 하나는 바로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의 세금 부담이 낮아진 것이다. 고가 아파트의 경우 종부세 기본공제를 늘리고 세율을 인하하면 매년 종부세 부담이 수백만 원씩 줄어든다. 만약 고가주택 보유에 대한 세금 부담이 컸다면 투자자들이 강남권 아파트에 매력을 덜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똘똘한 한 채'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은 하나가 아니다. 다주택자 중과를 없앨 것이 아니라 고가 1주택자에게 부여하는 과도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줄여서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또 최근의 국지적 아파트 가격 상승과 관련해 부유세 성격의 '핀셋 증세'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 어떤 정치인도 증세를 말하지 못한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여야 모두 정책의 눈높이를 '서울 아파트 1채 정도는 가진 사람들'에게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표 부자 감세 중 법 개정을 통한 감세는 모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합의한 것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 상향과 세율 인하가 대표적이다. 2023년 신혼부부에 대한 증여세 비과세 한도를 1억5000만 원(부부 합쳐서 3억 원)으로 확대한 것도 국회에서 법 개정으로 가능했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까지도 상속세 공제 금액 상향을 이야기했다. 조만간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궁금해진다. 혹시라도 지난 몇 년간 급상승한 서울 아파트 가격에 맞춰 상속세, 증여세, 보유세를 깎아준다면 자산 격차는 대물림될 것이다.

수요를 억제하지 않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부동산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래도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일은 하지 않겠다"라는 메시지는 유권자에게 각인된 것 같다. 과거 정권에서 수요를 억제 정책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으므로 공급을 늘려 적정 집값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다.

후보 시절의 여러 인터뷰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강남의 부동산이 '투자자산'이라서 가격이 올라간다는 원리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남 아파트에 집중되는 것이 투자 수요라면 '수요는 어차피 못 이기니까 공급으로 조절하겠다'는 이재명식 접근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투기 심리에 불이 붙어서 가격 상승세가 만들어지는 경우 투자 수요가 어디까지 늘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 수요까지 다 채울 만큼의 '공급'을 하겠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기에 벌어진 일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폭등했다.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슈퍼마켓에서도 사람들의 대화 주제는 부동산이었다. 나중에는 아파트가 아닌 주거용 오피스텔, 아파텔, 도시형 생활주택, 생활형 숙박시설에도 투자자가 몰리면서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하지만 몇 년 후 투기 심리가 위축되자 계약 취소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주택가격 상승에 '공급'으로만 대응한다는 논리에는 허점이 많다.

"수도권 도심 공급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재초환이나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필수적"(25.06.04 세계일보)

<세계일보>의 보도처럼, 서울 도심에 공급을 확대하려면 재건축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에 혜택을 늘려주는 쪽으로 나아갈 개연성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전제로 '용적률 완화'를 이야기했다. 재건축 소유주와 건설사들도 좋아하고 주거를 공공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좋아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집권 후에는 정책으로 말해야 한다. 명실상부한 공공 재건축·재개발이 실현될 수 있을지, 아니면 이름만 '공공'이고 실제로는 대형 건설사와 조합에 특혜를 주게 될지가 드러날 것이다. 전자이길 바란다. 나아가 진정한 균형발전과 인구 분산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이 시행되기를 바란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만족스럽게 일하며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주택과 주택금융

주택 공급정책은 민간 건설사 특혜와 정비사업만 있는 게 아니다. 공급 정책의 중요한 한 축이 공공주택 공급 정책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는 공공주택을 어디에 얼마나 공급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대신 "맞춤형 공공분양 및 고품질 공공임대 공급 확대"라는 약속이 있었다. 공공임대주택의 질을 언급한 것은 좋다. 그런데 한국은 공공임대주택 재고도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질적, 양적으로 만족스러운 공공주택 공급을 원한다면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대폭 축소된 공공임대주택 예산부터 회복해야 한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첫해였던 2022년도에 임대주택 예산은 22.5조 원(문재인 정부에서 편성했던 예산)이었지만 2023년도에 17.5조 원으로 대폭 삭감되었고 2024년에 17.9조 원, 2025년도에 15.4조 원으로 거의 매년 감소했다. 충분한 예산 증액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주택금융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입장이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정책대출이 부동산시장 부양책으로 사용되었는데, 과연 이재명 정부는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인가? 금융위원회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지분형 모기지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재명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수요 억제를 안 하겠다고 했으니 인위적인 부동산 시장 부양도 배제하기를 바란다. 지금 한국의 가계는 대출 상환 부담에 허덕이거나 내집 마련을 위해 소비를 줄이고 있다. 그래서 주택가격의 적정한 하향 안정은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선결 조건이 된다.

새로 출범한 정부가 할 일이 많겠지만 부동산 문제에 안이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이미 경기도 과천, 서울 마포구, 성동구, 영등포구, 양천구, 서대문구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동안 부동산에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들이 다시 부동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영끌이라도 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이럴 때 진정으로 청년과 무주택자를 위하는 정책은 건설사 특혜를 통한 주택 공급도 아니고, 돈을 빌려주면서 무리한 주택 구입을 장려하는 것도 아니다.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고, 주택이 투기성 자산이 되지 않게 하며, 임차인의 장기 거주권을 보장해 집 걱정을 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되돌리는 것은 최소한의 출발점이다. 정치공학적으로 계산하면 불가능에 가깝지만, 진정한 사회대개혁을 원한다면 어려움을 이겨내면서라도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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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이

안진이 the삶 대표는 '더 나은 일과 삶'을 위해 플랫폼 기업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노동 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김헌동의 부동산 대폭로>,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the삶 공식 뉴스레터(33레터) 구독 링크 https://the3together.ghost.io/#/portal/sign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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