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국민의힘 자중지란…참았던 김문수도 "당내 민주주의 무너져" 작심 발언

선대위 해단식서 공개 충돌…"스스로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 vs "변화 필요하지만 당 정체성·전투력 강화부터"

6.3 대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12.3 비상계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대선 경선 및 단일화 국면에서의 충돌 등 반년 넘게 덮어둔 갈등이 폭발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가졌다. 김문수 전 후보를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단이 각각의 소회를 밝혔는데, 김 전 후보는 지난 대선 기간 '후보 단일화 논란' 등에서 겪은 서러움을 분출하듯 당내 주류 세력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후보는 대선 패배 요인을 짚으며 "우리 당이 지금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신념, 그것을 지키기 위한 투철한 사명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당이 계엄을 했던 대통령을 뽑았고, 또 우리 대통령의 뜻이 당에 많이 일방적으로 관철된 것에 대해서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며 "전혀 적절치 않은 (계엄이라는) 수단을 쓰게 되도록 우리가 그냥 말릴 수 없었던 것, 그걸 제어하는 힘이 우리 내부에 없었다는 점에 대해 매우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전 후보는 "국민의힘의 당내 민주주의가 무너졌다"고 짚었다. 특히 당내 친윤석열계 세력이 주도한 것으로 해석되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강제 단일화 소동을 겨냥, "누구를 공직 후보자로 뽑느냐에서 민주주의가 완전히 사라졌다", "삼척동자가 보더라도 말이 안 되는 방식으로 공직 후보를 뽑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당이냐, 민주주의는 아주 숨을 못 쉬는 당이냐 이런 점에서 깊은 성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후보는 내부 갈등이 곪도록 놔두는 것보다는, 공개적인 토론 역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다퉈야 될 때가 있고, 다투지 말아야 될 때도 있다. 의견 차이를 어떻게 하느냐에서 좀 더 민주적이고 허심탄회한 우리 나름대로의 룰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기간 내부 갈등 해결 방법에 관해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 지도부인 선대위원장단에서도 당 쇄신의 폭과 강도, 방향성을 두고 이견이 드러났다.

김용태 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그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특히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해체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분골쇄신"을 언급했다. 그는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대중정당으로, 미래를 말하는 합리적 보수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이번 선거로 보여준 다수 국민의 열망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내년 지방선거, 다음 총선에서도 같은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나경원 의원은 "우리의 당의 변화는 분명히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권력에서 이뤄지는 사법 장악, 독재 행태에서 야당으로서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부터 저희가 시작해야 한다"고 다른 접근법을 제시했다. 나 의원은 야당 정체성을 강조하며 "더 처절하게, 더 치열하게 국민의 마음을 받들고 야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당의 정체성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TK 다선 중진인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내부 분열을 경계했다. 주 부의장은 "선거에서 이기면 이긴 이유는 하나인데, 지면 진 이유는 수십 가지다. 그걸 놓고 우리끼리 다시 갈등하고 분열하는 일은 안 생겼으면 좋겠다"며 "원만히 지도체제를 정비하고 수습하는 과정부터 우리가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원만한 수습'을 주장했다.

반면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대선 패배의 원인에 있어 "결정적인 것은 보수의 분열"이라며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국민의힘에서) 쫓겨나지 않았으면 이런 어려운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고 날을 세웠다.

조 의원은 특히 주류 친윤계 세력을 겨냥한 듯 "제가 의원총회장에서 발언하면 본인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발언을 멈추게 하는 반민주적인 모습들이 보수 분열의 행태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이 달라도 보듬어줄 수 있는 포용력, 관용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윤 주류 그룹의 대표 격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내부 비판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며 "적을 향해 싸워야 하는데, 내부를 향해 싸우는 모습은 절대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땐 민주당이 하는 걸 배워야 한다"며 "후보의 당선을 위해 잡음 하나 없이 뛰는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찐윤'으로 불리는 윤상현 의원 또한 "더 이상 분열과 갈등에 머물 수 없다. 이제는 혁신, 쇄신, 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했고, 한덕수 전 총리를 도왔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진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단합이 이긴 것"이라며 "이렇게 많은 동지들이 전선에 서서 정말 피눈물 나게 뛰고 있는데, 뒤에 앉아서 관전평이나 하고 앉아 있는 이런 식의 정치는 하지 말라"고 친한계 등 비주류를 겨냥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 본회의를 앞두고 의원총회를 연다. 현 지도부 체제에 대한 논의와 새 원내대표 선출, 대선 패배 요인에 관한 여러 의견이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 의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의례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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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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