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재명 당선에 축하 메시지도 없이 "중국 영향력 우려"…황당한 논평

트럼프와 가까운 극우 인사도 막말…"한국 명복을 빈다. 공산주의자들이 한국 점령했다. 끔찍한 일"

미 백악관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두고 중국의 개입을 반대한다는 이례적 입장을 내놨다. 현재 미국 정부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극우적 인사 중 일부는 이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끔찍한 일"이라며 혹평을 하기도 했다. 향후 트럼프 정부와 관계 설정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대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개별적으로 이 대통령의 당선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한 논평요청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가 이메일로 "한미 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렀지만, 미국은 중국의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간섭과 영향력에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반대한다"라는 입장을 보내 왔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에서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해 논평하며 중국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때 모두 양국의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며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입장을 준비해 오지도 않았다. 이후 언론사의 개별적 문의에 대해 논평을 낸 것인데, 여기에는 "축하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통신은 백악관에서 이같은 대응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가) 한국 선거에 대한 중국의 개입 의혹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거나 이를 한국 대선과 직접 연관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익 세력은 한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이재명 후보를 비난해 왔다"고 설명했다.

▲ 미 극우 정치 활동가인 로라 루머가 본인의 'X' 계정에 올린 한국 선거 관련 게시 글. ⓒ로라루머 X계정 갈무리.

통신은 온라인에서 자칭 '트럼프 자문'으로 활동하는 극우적 인사 로라 루머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되던 시점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한국의 명복을 빈다"(RIP South Korea)라는 글을 올렸다는 점을 언급했다.

루머는 이 글에서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점령하고 오늘 대선에서 승리했다. 끔찍한 일"이라며 한국의 극우적 인사들과 다르지 않은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통신이 1993년생으로 유대인 출신의 극우적 인사를 언급한 이유는 그가 실제 트럼프 정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3일 <로이터> 통신을 비롯해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루머가 전날인 2일 백악관에서 J.D. 밴스 부통령,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마이크 왈츠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루머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의제에서 충성심이 부족한 사람들을 해고하라며 명단을 제출했고,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지목을 받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직원 일부를 해고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6명이 해고됐고 왈츠 보좌관이 자신의 직원을 변호했지만 해고를 막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루머는 이후 본인의 'X' 계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면서 "미국 대통령과 국가 안보를 위해 계속 강력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해 이러한 보도가 사실에 가깝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정부 1기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플린은 지난 5월 29일 본인의 'X' 계정에서 한국의 선거가 이미 "부정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면서 "부정선거 결과는 중국 공산당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NEC)는 미국 선거 감시단의 수많은 요청을 거부했다"며 선관위 위원들이 미국인들을 검열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플린 전 보좌관은 이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국에는 3만 명이 넘는 군인과 가족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한국 국민들이 미국에 버림받았다고 느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며 "러시아, 이란, 가자지구 등이 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 안보 지역과 이 선거 부정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중국에 더 큰 영토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극우적 인사들이 근거 없는 추측으로 한국 선거를 중국을 견제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의 입장과 달리 그의 성명에는 중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루비오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한미 양국은 상호방위조약, 공동의 가치, 그리고 굳건한 경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한미 동맹에 대한 철통같은 약속을 공유하고 있다"며 "또한 오늘날 전략적 환경의 요구에 부응하고 새로운 경제적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또한 지역 안보 강화, 경제적 회복력 강화,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 수호를 위해 한미일 3자 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미 백악관. ⓒ프레시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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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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