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외신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이번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며, 한국이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고 보도했다.
2일 영국 공영방송 BBC는 '계엄령은 한국을 분열시켰다. 이번 선거가 한국을 치유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12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장악하려 했던 계엄령 위기에서 한국은 아직 회복 중"이라며 "이번 선거는 한국을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토대 위에 올려놓고 균열을 치유할 기회"라고 진단했다.
방송은 "3일 투표날은 군부 장악에 저항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지 정확히 6개월이 되는 날"이라며 "수개월 간의 혼란 끝에,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심각하게 흔들린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국의 분위기를 전했다.
방송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방탄조끼를 입고 연단에는 방탄유리를 설치한 것 등을 언급하며 "이것은 평소의 한국 정치가 아니다. 최근 한국은 예전 같지 않았다"며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이후 "대통령 없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동안 한국은 더욱 양극화됐고 정치는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후보가 방탄 유리 뒤에서 연설하고 있지만 "지지자들이 연설 사이사이에 춤을 추고 풍선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축하 분위기에 더 가깝다"며 "이러한 대조적인 모습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깊이 분열됐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여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헌법적 위기에 빠진 지 정확히 6개월 만인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한국 사회가 그러한 분열을 치유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상진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신문에 이번 선거가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자와 부정하는 자의 대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이화여대 국제학부 리프-에릭 이즐리 교수는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이 후보가 승리한다면 이는 "특정 정책 제안 때문이 아니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엄청난 몰락의 결과"라고 말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 역시 이번 한국의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촉발됐다면서 "6시간의 비상계엄령 발령, 수 백일 간 시위, 서울 법정에서의 폭력 사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까지, 한국은 불안한 국가를 안정시킬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기까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방송은 "짧은 군사 통치 시행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군부 독재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정치적 노선에 따라 나라를 첨예하게 분열시키고 있다"고 한국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BBC는 한국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자멸적인 쿠데타로 인해 고전할 것"이라며 "그런데 국민의힘은 불명예스러운 전직 대통령과 결별하는 대신, 윤 전 대통령과 그의 행동을 거듭 옹호하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윤 대통령 집권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던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계엄령 관련 국회 청문회에서 기립하여 사과하기를 거부한 유일한 내각 구성원"이라며 "그는 당내 지지층으로부터 발탁되었는데, 그중 다수는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그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당 지도부는 마지막 순간에 더 온건하고 경험이 많은 정치인으로 교체하려 했지만, 분노한 당원들의 저지에 부딪혔다"며 "이로 인해 당은 약화되고 분열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은 투표일 이후 당이 여러 파벌로 분열될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가 "우리는 이미 무너지지 않았나. 이건 참담한 선거운동"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에 본사를 둔 뉴스 및 분석 기관인 코리아 프로의 김정민 상무이사가 "김문수를 선택한 것은 보수당이 이번 선거에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이며, 그들도 이를 알고 있다. 이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이번 선거는 계엄령에 대한 국민투표로 바뀌었다"며 "이는 국회 담장을 넘어 대통령의 명령에 반대표를 던진 이 후보에게 사실상 길을 열어준 셈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방송은 "이재명 후보가 승리한다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큰 차이로 승리한다면 그는 탄탄한 권한과 의회 장악력을 확보하게 되어 주요 정치 개혁을 실행할 수 있게 된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 후보가 승리하여 권력이 집중될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방송은 내다봤다. 김정민 상무이사는 방송에 "이재명이 승리한다면 그는 막대한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고려할 때) 그는 권력을 행사할 때 매우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 통신 역시 "국회가 그의 당의 통제 하에 있는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과도하고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이 온건파의 지지 없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과격한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이 후보 당선이 현실화될 경우 그에게 남아있는 재판이 계속 진행될지에 대해 외신은 엇갈린 관측을 내놨다. <AP> 통신은 "현직 대통령은 대부분의 형사 소추에 대한 면책특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가 승리할 경우 재판이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그가 승리하더라도, 대통령 면책특권이 단순히 새로운 기소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기소를 중단시킬 것인지에 대한 법적 의문이 남아 있어 또 다른 헌법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김진욱 씨티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이재명 후보의 승리에 대해 "단기적으로 더 빠른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민주당이 중·저소득층을 위한 정책과 지원에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고 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