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반지' 휘두르다 '현타' 온 트럼프, 새 정부 대응책은…"

[강상구 시사콕] 김양희 대구대 교수가 말하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

트럼프발 관세전쟁. 오는 6월 3일 대선 후 인수위원회도 없이 바로 출범하는 새 정부 앞에 놓인 중요 과제 중 하나다. 지난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5월 대미 수출액이 14.6% 줄어들어 대미 수출이 2개월 연속 부진에 빠지는 등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탄핵된 상태에서 한덕수 전 총리, 최종목 전 경제부총리 등 대통령 대행들이 이상하리만큼 서두르는 '7월 패키지' 협상을 믿고만 있을 순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 되는 상황에서 국회와 새 정부는 어떤 계획을 갖고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준비해야 하나? 트럼프의 재집권은 경제만이 아니라 안보와도 연관된 문제라는 점에서 다각도에서 중장기적 영향까지 살펴봐야 한다.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을 지낸 글로벌통상 전문가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21일 프레시안tv '강상구 시사콕'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에게 관세는 절대 반지"로 다목적 카드였지만 집권 후 4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 '트리플 약세'에 빠져 미국 경제도 직격탄을 맞게 되자 "시쳇말로 현타가 왔다"고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경제책략-재정정책-통치수단, 트럼프에게 관세는 '절대 반지'

김 교수는 트럼프가 관세전쟁이라는 카드를 집권하자마자 끄집어 낸 것에 대해 3가지 목적이 있었으며, 그런 점에서 '절대 반지'라는 표현을 썼다.

"첫째, 트럼프는 관세를 무역적자를 줄이고 제조업을 부활시킨다는 경제 뿐 아니라 마약이나 이민문제와 같은 비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수단으로도 쓰고 있어요. 이걸 경제 책략이라고 합니다.

두번째는 재정정책으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1기 때 '부자 감세'라고 비판을 받은 감세 패키지를 실행했고, 여기서 구멍이 난 세수를 관세를 통해 보충하겠다는 목적도 있습니다.

셋째, 고도의 통치 수단으로 쓰고 있습니다.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조치는 다른 수단에 비해 바로 눈에 딱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내가 관세 몇 퍼센트 올렸어' 이건 바로 알 수 있으니, 국민들에게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를 주장하는 고도의 통치 수단으로 쓰고 있어요. 그래서 트럼프는 이 관세라는 절대 반지를 쉽게 놓으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중국에 항복 선언, '트리플 약세'로 美 국민 불만 고조…트럼프 카드는?

세계 187개국이라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164개국)을 훌쩍 넘는 나라를 상대로 발표한 '고강도 전면전'은 트럼프 뜻대로 흘러가지 만은 않았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100%가 훌쩍 넘는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135%라는 보복 관세로 응수하고 나서는 등 초고도로 높아졌던 긴장감은 지난 12일 미국은 대중국 관세를 30%로, 중국은 대미 관세를 10%로 낮추기로 제네바에서 만나 합의를 하면서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중국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시장을 다각화 해서 미국 수출 비중을 줄이는 등 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아니죠. 미국 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중국산 없이 사는 게 힘들어요. 중국은 안 팔면서 희생을 참아야 되고 미국은 안 사는 희생을 참아야 되는데, 어느 쪽이 더 힘들까요? 물건을 사오지 못하고 마트에 팔 물건이 없는 거예요.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누가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정치 레짐이냐는 거예요. 중국에 비해 미국은 반발을 억누르기 더 어렵죠.

지난 12일 미국과 중국이 합의를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한 내용 중 주목해서 봐야 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강경론자들은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할 거라는 얘기를 계속 했어요. 근데 이번에 미국은 중국과 디커플링을 원하는 것은 아니야 이렇게 기조가 바뀌었어요. '우리가 원하는 건 중국 시장의 개방이야. 중국만 우리에게 무역 흑자를 내지 말고 우리도 무역 흑자를 낼 수 있도록 해줘'라는 얘기를 했기 때문에 냉정히 계산을 하면 미국의 항복 선언입니다."

트럼프의 관세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만든 다자무역 질서를 미국이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분기점이기도 하다. 미국은 유럽 등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만든 합의와 질서를 깨는 '공범'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식 좌충우돌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신뢰 자체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지난 16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확실성, 아침에 얘기했다가 저녁에 바꿔요. 어디로 갈지 모르니까 투자를 할 수가 없고, 소비를 못해요. 이런 불확실성이 너무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달러가 기축 통화라는 사실을 기반으로 금융 패권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불신이 커지니까 달러를 보유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죠. 그러다보니 달러를 기반으로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간주되어온 미국 국채를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다른 나라들이 하게 되는 거죠.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판 나라가 중국이 아니고 일본입니다. 또 불안하니까 미국 주식도 내다 팔게 되고. 이렇게 주가·채권·통화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는 더이상 미국이라는 나라를 믿지 못하겠다는 시장의 반응입니다."

한덕수의 '7월 패키지', 김태효의 수상한 방미, '트럼프 희생양' 되지 않기 위해선....

그러다보니 애초엔 빠져나갈 구멍 하나 없이 단단한 '파마산 치즈'처럼 보였던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구멍이 숭숭 뚫린 '에멘탈 치즈'로 변질됐다. 시작은 거창했으나 각종 역풍을 맞고 있는 트럼프 입장에선 자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선 만만한 나라와 협상이 유일한 정치적 돌파구로 보인다.

"이미 미국 내에서 관세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또 유럽이나 중국, 캐나다 등이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어요. 흥미롭게도 공화당 우세 지역에 영향이 미치는 방식으로 부과했어요. 트럼프 입장에선 정치적 지지 기반이 흔들리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말 잘 듣는 나라와 협상을 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빨리 만들어내야겠죠."

트럼프가 최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을 콕집어 "협상을 원한다"고 이야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이 탄핵된 상황에서 시작된 한미 협상에 대해 정부는 7월 안으로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양국이 합의한 '7월 패키지'에 대해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협상을 총괄하고 정리하는 콘트롤타워가 없는 가운데 패키지 딜을 한다는 게 가능할까요?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진행된 협상 내용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게다가 한미 양국이 지난 5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만나 환율 정책을 협의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기재부에서 애초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가 사후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밝혔어요. 파면된 대통령의 참모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해 조선업 중에서도 군함 관련 협의를 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어요. 산업부는 지금 대통령 대행 체제라는 특수성 때문에 협상 내용에 대해 보고를 하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렇다면 NSC도 협상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고 있을까요?"

김 교수는 이제 2주일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정부의 협상단이 할 일은 미국의 카드를 제대로 파악하고, 우리가 내밀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4일 출범할 새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단기적, 중장기적 계획을 짜야 한다. 김 교수는 특히 환율 문제와 한미간 방위비 분담 문제는 '패키지 딜'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 협상단도 강조하고 있겠지만 한국은 미국이 아쉬워하는 제조 역량을 키워나가는데 중요한 파트너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만 가져가는 게 아니라 파트너로 서로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미국에 강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강상구 시사콕'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AaziwEFOac&t=61s)

▲'강상구 시사콕'과 인터뷰하고 있는 김양희 교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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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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