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단일화'가 집어삼킨 김문수·한동훈 마지막 토론

'예선전' 된 국민의힘 경선…韓 "후보 되면 한덕수에 양보할 건가?" vs 김문수 "납득 안 되는 질문"

국민의힘 김문수·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 간의 3차 결선 토론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시나리오'에 갇혔다. 두 후보는 30일 밤 최종 후보 선출을 앞둔 마지막 TV 토론을 했지만, '계엄'과 '반(反)이재명 빅텐트' 등을 놓고 대안 없는 입씨름을 이어갔다.

김 후보와 한 후보는 이날 밤 TV조선 주관 토론회에서 '한 대행과의 단일화는 5.3 전당대회 직후여야 하나'라는 공통 질문을 받고, 'O' 또는 'X'로 견해를 표출할 기회를 받았으나 누구도 'X'를 들지 않았다.

'O' 팻말을 든 김 후보는 "한덕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반드시 단일화하고, 그 외에도 반이재명 전선에서 이기기 위해 다른 후보 누구라도 단일화를 해야만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며 "반이재명 전선에 빅텐트를 치겠다"고 말했다.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한동훈 후보는 "언제, 누구와 단일화하는 것 자체가 여기서 크게 이슈가 되는 건 당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후보가 된 다음에 우리의 승리를 위해 누구와도, 어떤 방식으로라도 협력할 것"이라고만 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대행과 친분이 있는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최근 전화해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데에는 김 후보와 한 후보 모두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가 먼저 "당 지휘부가 동교동계인 정 회장에게 한 대행 출마 설득을 부탁했다는 건 잘못됐다"고 말하자, 김 후보는 "제가 볼 때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나아가 한 후보는 "한 대행이 이낙연 전 국무총리에 만나자고 연락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주로 동교동계 그리고 문재인 정권계 분들과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는데, 우리가 나중에 이기기 위해 누구와도 함께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중심은 국민의힘이 돼야 한다"며 "문재인 정권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휘둘려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 후보 말에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라고 호응했다.

한 후보는 김 후보에게 "최종 후보가 되면 한 대행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할 용의가 있나"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도 했다. 김 후보는 "당원, 국민이 애써서 뽑아준 후보가 양보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명분으로 양보해야 한다는 건지 질문 자체가 납득이 안 된다"며 웃으며 답변을 회피했다.

다만 김 후보는 토론회 종료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서 이렇게 밤늦게까지 토론을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 결선투표에 진출한 김문수(왼쪽), 한동훈 후보가 30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두 후보는 토론회 초반 사전에 골라 온 네 장의 사진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김 후보는 12.3 계엄 직후 고용노동부 장관 신분으로 국회 현안 질문에 출석한 사진을 내걸었다.

당시 김 후보는 야당으로부터 '계엄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사과' 요구를 받고 모든 국무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일 때, 홀로 자리에 앉아 사과를 거부한 바 있다. 김 후보는 이 순간이 찍힌 사진을 자신을 상징하는 모습 중 하나로 꼽았다.

정책 토론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의제가 언급됐다. 한 후보는 "(김 후보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주장하는데, 재고해야 한다"며 "소상공인들이 걱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 번에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기업체 규모가 작다고 해서 근로기준법 자체를 적용 안 하는 나라는 지금 없다"고 반박했다.

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는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 김 후보가 "한미 간 전술핵을 미국 국토인 괌에 배치해서 유사시 북한까지 비행기로 실어 투하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핵 균형에 굉장히 좋다고 본다"는 주장을 폈고, 한 후보도 "(전술핵무기 배치) 지역 선택 과정에서 큰 갈등이 일어날 것이다. 과거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갈등을 겪지 않았나"라며 "전술핵 지상 고정배치보다 전략자산의 순환배치 방식은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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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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